지난 정권에서 정부 비판영화 상영을 이유로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지난 정권에서 정부 비판영화 상영을 이유로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기 2015년부터 시행한 '지역 독립영화관 설립 지원 정책'은 이른바 블랙리스트 정책으로 불린다. 표면적으로는 지역에 독립영화관을 눌리겠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이어오며 말 안 듣는 독립영화관의 지원을 끊고 고사시키려 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농단 특검 수사 등을 통해 이 같은 의구심이 사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예술영화 유통 배급지원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작품들은 배제하고 당시 정권이 시선에 문제가 안 되는 영화들만 추려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개봉작으로 선정되는 영화들을 제외한 다른 독립예술영화들은 지원 사업에 존재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뀐 이후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업에 대해 문체부와 영진위는 지난 6월 '영화발전기금 2018년도 기금사업 설명회' 직원들이 영화계 인사들에게 사과하며 문제점과 개선안을 청취하기도 했다. 여러 형태의 자리를 마련해 독립영화 쪽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사과하고 반성한다더니 지원 사업 개선 없어

그런데 영진위가 문제의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독립영화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아무런 대책 없이 예전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려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아래 한독협)는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사업의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독협은 "영진위 사업계획안이 독립예술영화를 문화예술로 바라보지 않고 산업과 자본의 틀로 재단하고 있고 독립예술영화의 생태계를 저예산 영화로 사고하며 반노동적이고 반복지적인 작업환경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동안 철저히 배제해 온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의 지원과 문제 되고 있는 지역독립영화전용관 설립사업에 대한 구체적 안은 전무하다"며 "지역에 대한 사업과 예산편성과정에서 사업의 주요대상이자 주체라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실천적인 영상 주체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안을 적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인디스페이스와 아리랑시네센터, 대구 오오극장 등도 30일 성명을 내고 독립영화관 지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독립영화관은 "2017년 사업을 2016년 사업 기조에 맞춰 진행하려는 것은 영진위가 여전히 블랙리스트 정책을 답습하고 있는 반증"이라며 "2017년 사업이 전면 개편과 함께 2018년 독립영화관 지원 사업도 새로운 기조 속에 수립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립영화단체들은 블랙리스트 정책이 재현되는 이유에 대해 지난 9년의 적폐가 드러난 현재에도 블랙리스트 실행의 책임 있는 이들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자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자정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문제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서도 비판, 문제의식 없이 자리 유지만 관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영진위 내부에서도 독립영화단체들의 비판에 공감의 뜻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진흥사업에 있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어질러놓고 망쳐놓은 것들이 눈곱만치의 개선도 제대로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전 위원장이 임명한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반성이 없으니 개선이 있을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들도 문제고 다음 자리를 노리는 자들도 문제라면서 이들이 여전히 국회나 문체부, 영화계에서 인맥을 활용해 로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들 자리 지키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어 이런 상황에 2018년도 독립예술영화사업계획이 어떻게 개선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새로운 생각이나 새로운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업계획을 세우기는커녕, 매년 반복되는 독립예술영화 쪽의 의견조차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적용해보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같은 생각임을 밝혔다. "전임 위원장 옆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있지 않냐"며 오랜 시간 동안 정보기관에 영진위 내부 동향을 보고해 왔고 블랙리스트 논란 등에 일정한 책임이 분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분도 책임은커녕 잘 살아남고 있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영진위원장과 영진위원 선임 등 영진위 재구성이 늦어지면서 빚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영진위 인적구성에 큰 변화가 없는 한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따라서 영진위 내부의 전면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독립예술영화관 아트나인 정상진 대표는 "새로운 영진위원장이 와도 조직은 직원들에 의해 움직인다"며 영진위 주요 본부장 근속 연수가 평균 25년 정도던데, 이들이 영화산업에 어떤 전문성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5년 이상 근속자들은 자리를 옮기거나 물러나고 전략적인 부분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성 갖춘 젊은 세대로의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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