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보람

가수 이보람 ⓒ 김광섭


2011년 씨야 해체 이후,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보람. '여인의 향기', '사랑의 인사' 때와 같은 인기를 얻는 화려함보다 그가 하고 싶은 것은 노래였지만 2012년 가수 양파와 함께한 곡 '알아요' 이후, 신곡을 발표하지 못했다. 음악에 대한 고민이 있던 2016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인공 미리 역을 맡았다. 2011년 뮤지컬 <폴링 포 이브>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던 그였다.

"공백 기간이 길었고 음악의 꿈을 접어야 하는가 할 때, 찾아온 귀한 작품이었어요. 다시금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해준 작품이었죠. 작품 속 제 캐릭터가 25살이었는데, 씨야를 해체할 때 제 나이도 25살이었거든요. 작품이 제게 주는 메시지가 있었어요. 사회에 나와서 가는 곳마다 실수하는 캐릭터인데, '그 나이 때는 실수도 하고 그래' 하는 것이 위로가 되었어요."

용기를 얻자 기회도 찾아왔다. 2017년 1월, 신곡 '엎질러진 물처럼'을 시작으로 '니가 보고 싶어', '봄 그리고 봄(Feat. 칸토)'을 발표했고, 7월에는 피아노 선율 위에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절함을 담은 미디엄템포의 발라드 '술이 생각나는 밤'을 선보였다.

"'술이 생각나는 밤'을 듣고 씨야와 색깔이 비슷한 리듬, 템포 곡이 그리웠다고 해주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이제는 작은 공연장에서 팬과 가깝게 이야기하며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씨야의 영원한 막내' 이보람을 18일 종로 율곡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술이 생각나는 밤'

- 지난 1월, 신곡 '엎질러진 물처럼'을 발표했는데, 기분이 어땠는지?
"사실, 음악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나와 의미가 깊었어요. 씨야 해체 후에 나온 솔로곡이다 보니까 팬분들이 어떻게 받아드리실지 궁금했고요. 저를 기다려주셨던 분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 기쁘기도 했어요."

- 오랜만에 활동인데, 이 곡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발라드곡이고 자신 있는 장르였어요. 솔로인만큼 제 감성을 전해드릴 수 있는 곡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 7월에는 '술이 생각나는 밤' 신곡을 발표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사실 저는 술을 거의 못 마셔요. 그래도 생각날 때가 있잖아요? 헤어진 연인과 같이 갔던 장소에 혼자 와 추억을 되돌아보며 가슴 아파하는 곡인데 실제로 그런 비슷한 경험은 있었던 것 같아요. 꼭 술자리는 아니더라도 같이 갔던 장소에서 혼자 추억을 되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처럼 떠나간 연인으로 인해 허전한 마음을 느끼고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던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 술이 생각나는 밤은 언제인가요?
"기분이 좋을 때 술이 생각나요. 가족끼리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스파클링 와인 같은 것으로 한잔하거든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7 우승작인 양수인 건축가의 '원심림'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7 우승작인 양수인 건축가의 '원심림'에서. ⓒ 김광섭


- 신곡들이 애절한 사랑을 노래했는데, 이보람의 사랑은 어떤가요?
"제 사랑은... 약간 음악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아직 행복한 결말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혼자이고 결혼도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지만 좋은 추억이죠.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영감을 주지 않을까 해요."

- 힘들고 외로울 때 힘이 되는 존재가 있을까요?
"가족과 강아지? (웃음)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나이를 먹었는데 돈도 못 벌고 몇 년을 거의 백수처럼 살아서 집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죄송했었어요. 많이 우울한  시기가 있었는데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봤어요. 내가 강아지를 책임져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겼고요. 작은 생명이 주는 행복이 되게 컸어요. 가족들에게도 말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엄마 아빠에게도 한마디 더 하게 되더라고요."

씨야 재결합?

- 이십대를 지나 삼십 대인데 어떤 점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스물아홉 때까지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무서웠거든요. 무언가 더 책임감도 강하게 느껴지고 두려움이 있었는데 오히려 서른이 넘으니까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요. 나이에 연연하고 책임지고 해내야 한다 생각했는데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십 대 씨야를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때에 비해 성숙함이 있고 의사 결정할 때 제 의견이 조금 더 반영되는 점이 있지만요."

-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마지막 공연 후, 팬들에게 전한 영상 인사에서 자신을 '씨야의 영원한 막내'라고 소개했는데, 씨야 활동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일단 영광스럽고 좋은 기억이 많아요. 반대로 팬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부분들도 있었고요. 반반이었던 것 같아요. 감사함이 너무 큰데 그 감사함을 실망스러움으로 안겨주었던 것이 죄송스럽고요. 해체할 때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무대를 떠날 수 있었던 멤버들의 용기에 대해서 감사해요."

- 김연지, 남규리 씨의 활동을 곁에서든 멀리서든 지켜볼 텐데 어떤가요?
"사실 되게 많이 울컥해요. 최근에도 규리 언니가 영화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연락을 했는데 많이 울컥했어요. 언니가 너무 잘 되어서 좋고요. 예전 저희가 활동했을 때 언니가 처음 영화를 찍었는데 그때도 자랑스러웠거든요. 스크린에서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그 모습이 참 예뻤어요. 다시 영화관에서 볼 수 있기를 많이 바랐고 언니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에 다시 영화를 한다 해서 되게 기뻤어요. 연지와는 매일 연락해서 '응원해'하지 않아도 서로가 응원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연지가 알리 언니와 콘서트 했을 때, 제가 같이 무대에 올랐거든요. 오랜만에 씨야 노래도 했어요. 다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서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고맙죠."

- 씨야의 재결합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는데요? 
"저 혼자 이야기하기가 참 애매한 부분인 것 같아요. 서로 많이 그때를 그리워하고 감사해 하죠. 저희를 응원해주셨던 분들에게 분명히 좋은 모습으로 보답해주고 싶은 마음은 다들 있는데 이제는 회사도 다 다르고 각자 새롭게 시작한지가 얼마 안 되어서 당장 할 수 있다, 없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때를 그리워하는 팬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으니까 정말 좋은 기회가 되면 좋은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어요."

ⓒ 김광섭


- 셋이 활동하다 솔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두려움은 없었는지?
"많았죠. 특히나 혼자 해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전에는 제가 못해도 다른 멤버가 채워주면 된다는 생각에 편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녹음할 때 내가 못해도 다른 친구가 잘 녹음하면 되니까, 내가 못하는 걸 채워주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지금은 오롯이 저 혼자 해야 하고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두려우면서도 평가를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소극장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고요?
"아직은 곡이 많지 않아서 당장은 아니지만 음악적으로 조금 더 짜임새가 생기면 너무나 하고 싶어요. 소극장에서 뮤지컬을 했는데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점이 너무 좋더라고요. 씨야를 할 때는 큰 공연장에서만 콘서트를 했거든요. 물론 화려하고 많은 분의 함성도 좋은 부분이 있지만 소극장 콘서트를 하면서 음악도 들려드리고 이야기도 하면서 조금 더 가깝게 팬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분명히 만들고 싶기는 해요."

- 씨야의 노래도 들을 수 있을까요?
"원하시면 당연히 들려드려야죠."

- 뮤지컬과 가수를 계속 병행하고 싶다고 했는데, 두 분야에서의 이보람은 어떤가요?
"그동안 뮤지컬에서 맡은 역은 다 발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노래들은 진지하고 슬픈, 어두운 느낌이 많다고 해야 하나? 둘 다 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을 하고 헤어짐을 겪은 모습을 발라드로 보여드릴 수 있고, 뮤지컬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처럼 발랄하고 예쁜 씨야의 영원한 막내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요."

- 이제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하게 들려주고 싶어요. 그룹은 여러 명의 색깔을 하나로 맞추는 것이 있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다양한 색깔에 도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봄 그리고 봄'은 그전에 들려주었던 곡과는 다른 느낌이거든요. 드라마 <풀하우스> OST의 '처음 그 자리' 곡이 있는데 아직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기획가 되어 OST도 들려드리고 싶어요."

- 인사를 전한다면.
"잊지 않고 오랫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인터뷰 뒷이야기

 좋아하는 야구팀을 묻자 그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기아 타이거즈요!"

좋아하는 야구팀을 묻자 그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기아 타이거즈요!" ⓒ 이보람 인스타그램


이보람은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기아 타이거즈 로고가 새겨져 있다. 광주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모두 직관했다고.

"하루만 보려고 했는데, 기아가 이겨 기분이 좋아서 하루를 더 보았어요. 두 번째 날은 너무 기분 좋게 역전승으로 이겨서 '도저히 못가겠다 양현종 선수를 보고 가야겠다' 했죠. 마지막 등판이었거든요. 양현종 선수가 100승을 하는 것을 보고 올라왔어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할 것 같은가'에 대한 물음에 "야구팬들 사이에 설레발은 필패라는 말이 있거든요"라며 확답은 피했지만 "선발이 힘들어할 때는 불펜이 잘 해주었고, 불펜이 힘들 때는 선발이 잘 해주었어요. 타자들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잘해주고 있고요. 지금처럼 부상 없이 열심히 해주시면 당연히 그 기록은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어요"라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이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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