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과 30일 양일간 있었던 러블리즈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올웨이즈)에서 있었던 일이다. 러블리즈 멤버들은 콘서트 중반 'AYA'(아야) 무대의 병원 콘셉트를 소화하기 위해 간호사 복장을 입고 나와 노래를 불렀다. 순간 아차 싶었다. 간호사 콘셉트는 오랫동안 여성 대상화 코스프레로 자주 사용돼왔다. 잘못 소화했다간 자칫 직업군 희화화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었기에 더 조심해서 입어야 했다. 하지만 러블리즈가 입고 나온 의상은 기존에 '간호사 코스프레'로 사용되던 옷과는 달랐다.

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분홍색 가운을 단체로 입고 나온 러블리즈는 'AYA' 무대를 소화했고 콘서트 끝까지 러블리즈는 그 나이 또래가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입고 콘서트를 소화했다. 궁금했다. 저 의상은 의도된 것일까.

 러블리즈는 지난 29일과 30일 양일간 열린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에서 'AYA' 무대를 간호사 콘셉트로 소화했다.

러블리즈는 지난 29일과 30일 양일간 열린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에서 'AYA' 무대를 간호사 콘셉트로 소화했다. ⓒ 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는 지난 29일과 30일 양일간 열린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에서 'AYA' 무대를 간호사 콘셉트로 소화했다.

러블리즈는 지난 29일과 30일 양일간 열린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에서 'AYA' 무대를 간호사 콘셉트로 소화했다. ⓒ 울림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의상의 딜레마

한국 걸그룹은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주 대상화된다. 살해 협박을 받기도 하고 몰래카메라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한다. 물론 정상적인 사회라면 걸그룹 무대 의상에 노출이 있든 말든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의해 의상이 정해져야 한다.

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여성이 꾸준히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는 사회에서는 이마저도 어려운 문제다. 또 일부 소속사에서는 소위 '섹시 콘셉트'로 걸그룹을 활용하기도 해 문제가 된다. 일부의 관음증적 시선을 차단하고자 마냥 옷을 덧입는다고 박수를 칠 일도 아니며, 자유롭게 노출을 한다고 눈살을 찌푸릴 일도 아닌 것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의상(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무대나 식스밤의 '10년만 기다려 베이베'의 '쫄쫄이 의상' 등)으로, 또 때로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유아적인 의상(보너스베이비)도 논란이 된다. 씨스타의 멤버 소유는 지난 2012년 "짧은 치마를 입고 행사에 가면 다리 밑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했다. 걸그룹 의상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러블리즈가 여기서 선택한 방법은 A라인 스커트 안에 H라인 스커트를 덧입는 이른바 '철벽치마'였다. 펄럭거리는 치마를 입고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는 동시에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있다. 비슷한 콘셉트로 사랑받고 있는 걸그룹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로 철벽치마를 선호한다. 또 사랑스러운 이미지에 걸맞은 이 '철벽치마'를 러블리즈 멤버들만이 아니라 팬들도 반긴다. 러블리즈 콘서트 의상 담당자는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저희는 속바지나 '철벽치마'라 부르는 의상에 굉장히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29일과 30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걸그룹 러블리즈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가 열렸다. 이날 러블리즈 멤버(베이비소울, 수정, 예인, 미주, 지수, 지애, 진, 케이)들은 총 2시간 30분 동안 26개곡을 소화했으며, 러블리너스(러블리즈의 팬들을 이르는 말)와 소통했다.

러블리즈의 케이 ⓒ 울림엔터테인먼트


 29일과 30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걸그룹 러블리즈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가 열렸다. 이날 러블리즈 멤버(베이비소울, 수정, 예인, 미주, 지수, 지애, 진, 케이)들은 총 2시간 30분 동안 26개곡을 소화했으며, 러블리너스(러블리즈의 팬들을 이르는 말)와 소통했다.

29일과 30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걸그룹 러블리즈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가 열렸다. 이날 러블리즈 멤버(베이비소울, 수정, 예인, 미주, 지수, 지애, 진, 케이)들은 총 2시간 30분 동안 26개곡을 소화했으며, 러블리너스(러블리즈의 팬들을 이르는 말)와 소통했다. ⓒ 울림엔터테인먼트


"의상은 아티스트 보호 차원"

"저희는 사실 속바지나 철벽치마라고 부르는 부분에 굉장히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속바지를 안 입어서 논란이 되거나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더라. 걸그룹으로서 당연한 애티튜드(태도)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 보호 차원인 거다. 사전에 입고 의상을 맞춰볼 때부터 (보이지 않게끔) 많이 '회전'을 해본다. 그렇게 하고도 비친다고 하면 치마 길이를 비치지 않는 선까지 맞춘다든지 한다. 속바지가 많이 보이는 것도 좋지 않아 '철벽치마'를 많이 사용한다."

러블리즈 단독 콘서트에서 의상을 담당했던 울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철벽치마'를 아티스트 보호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코스프레도 섹시하게 가는 경우가 있지만 러블리즈라는 그룹 자체가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사랑스러움이기 때문에 팬들이 좋아하는 러블리즈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밝혔다. 'AYA' 무대도 러블리즈 특유의 콘셉트에 맞춰 의상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30일 콘서트에 참석했던 러블리즈의 한 팬은 <오마이뉴스>에 "이번 콘서트 의상 역시 무리하지 않고 러블리즈의 '팀 컬러(team color)'에서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러블리즈는 이번 콘서트에서 '유닛' 무대를 선보였다. 9명의 멤버들이 각각 쪼개져 3가지의 무대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 유닛 무대에서 멤버들의 의사가 많이 반영됐다고 한다. 멤버들이 원하는 콘셉트를 먼저 말하면 그에 맞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조율의 과정을 거쳤다.

 러블리즈는 지난 29일과 30일 양일간 열린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에서 유닛을 결성해 'THE' 무대를 선보였다.

러블리즈는 지난 29일과 30일 양일간 열린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lwayz'에서 유닛을 결성해 'THE' 무대를 선보였다. ⓒ 울림엔터테인먼트


특히 러블리즈 팬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를 낳았던 '스쿨룩' 무대 'THE'에 대해 울림 엔터테인먼트 김지홍 실장은 "성숙한 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러블리즈가 배를 드러낸 적이 없어서 팬들도 놀라더라"라면서 웃었다. "앞으로도 멤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예전에 좋았던 콘셉트로 돌아가기보다 러블리즈가 조금씩 새로워지고 성장하는 걸 팬들이 좋아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러블리즈 걸그룹 의상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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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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