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독일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월드그랑프리 여자배구대회 2그룹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2(19-25, 13-25, 25-21, 25-18, 15-1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에 오른 한국은 오는 31일 폴란드와 2그룹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한국 여자배구의 '보물' 김연경은 서브득점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27득점을 올리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고 김희진이 13득점, 김수지, 박정아, 양효진이 나란히 8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3세트 중반 염혜선 세터 대신 코트에 들어가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킨 이소라 세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로써 한국은 독이번 대회 독일과의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며 역대 전적 19승5패의 절대우위를 이어갔다.

 무기력하게 초반 두 세트를 내준 한국은 3세트부터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하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무기력하게 초반 두 세트를 내준 한국은 3세트부터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하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 국제배구연맹


초반 무거운 움직임, 너무 무기력하게 내준 1,2세트

한국은 불가리아와 폴란드, 수원을 거치며 치른 예선 라운드 9경기에서 8승1패를 기록하며 2그룹 전체 1위에 올랐다. 대회 초반에는 대회 분위기와 시차에 적응을 하지 못하며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지만 마지막 수원시리즈에서는 세 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거둘 정도로 대회를 치르면서 경기력이 향상됐다.

4강에서 만나는 독일은 이미 한국이 대회 첫 상대로 만나 세트스코어 3-1로 꺾었던 팀이다. 하지만 독일은 한국전에서 패한 후 파죽의 8연승 행진을 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예선라운드 2위를 차지했다. 김연경 같은 세계적인 선수는 없지만 파워 넘치는 공격력이 일품이고 조직력도 꽤 잘 갖춰진 팀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예선 경기까지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18승5패로 일방적으로 앞서 만큼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기도 하다.

한국은 주장 김연경부터 염혜선 세터, 김해란 리베로까지 이번 대회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모두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1세트 초반 김연경과 양효진, 김희진의 서브득점을 앞세워 경기를 앞서 갔지만 리시브가 흔들리고 범실이 속출하면서 독일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은 장거리 비행과 시차적응으로 몸이 무거웠고 이렇다 할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힘든 경기를 펼치다가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2세트에서도 독일에게 6점을 내주는 동안 1점도 따지 못하면서 경기를 끌려갔다. 한국은 김미연을 투입해 리시브를 강화한 후 착실히 추격을 시작했지만 독일의 날카로운 서브에 수비가 흔들리며 좀처럼 리드를 찾아오지 못했다. 한국은 에이스 김연경마저 흔들리며 2세트도 독일에게 12점의 큰 점수 차이로 빼앗겼다. 예선 1위로 올라온 한국이 준결승 완패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되살아난 에이스 김연경과 함께 기사회생하며 대역전극 연출

앞선 두 세트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당한 한국은 3세트에서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한국은 김희진의 공격과 독일의 범실,양효진의 속공을 묶어 리드를 잡았고 독일에게 재역전을 당한 후에는 이소라 세터를 투입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한국은 세트 후반 김희진과 김연경의 공격이 살아나면서 3세트를 따내고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3세트 승리는 단순히 한 세트를 만회한 것을 넘어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한국은 4세트에서도 안정된 서브 리시브와 공격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경기를 주도했다. 한국의 분위기가 살아나자 반대로 독일의 수비리듬은 흔들렸고 한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점수를 벌려 나갔다. 독일은 한국에게 분위기를 빼앗기자 범실을 남발하며 무너졌고 한국은 여유 있게 4세트를 가져 가며 경기를 풀세트로 끌고 갔다.

25점이 아닌 15점제로 진행되는 5세트는 초반 기세 싸움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세를 선점한 쪽은 국제 경험이 많고 노련한 한국이었다. 한국은 김연경과 김희진의 공격 득점으로 초반 흐름을 잡는데 성공했다. 5세트에서는 부진하던 박정아의 공격까지 살아났고 독일의 연속 범실까지 나오면서 승기를 잡았다. 한국은 세트 후반 독일에게 1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김희진의 연속득점과 박정아의 마무리 공격으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사실 이날 한국은 종합 득점에서 97-101, 공격 득점에서 60-64, 블로킹 득점에서 5-10, 서브 득점에서 3-7로 독일에게 뒤졌다. 단순히 내용만 놓고 보면 한국이 독일에게 여러 면에서 밀린 경기였다. 하지만 배구는 세 세트를 먼저 따내는 팀이 승리하는 스포츠이고 한국은 첫 두 세트의 부진을 씻고 3세트부터 경기력을 회복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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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여자배구대회 홍성진 감독 김연경 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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