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케이스'가 아닌 '뮤직토크'란 이름으로 진행된 정용화의 솔로앨범 발표회는 29살 정용화의 보다 내밀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언제나 흥 넘치고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정용화의 모습은 말 그대로 무대에서의 모습이었다. 물 아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산처럼 정용화는 많은 고민과 꿈을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키워가고 있었다. 두 번째 솔로앨범 < DO DISTURB >를 발표한 정용화의 뮤직토크가 19일 오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혼자만의 시간들

정용화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19일 두 번째 솔로앨범 < DO DISTURB >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여자여자해'로 로꼬가 피처링을 맡았다. 총 6곡이 수록됐으며, 앨범명 < DO DISTURB >는 정용화가 공연 투어 중 호텔 방 앞에 걸린 'DO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사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은 것이다.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19일 두 번째 솔로앨범 < DO DISTURB >를 발표했다. ⓒ FNC


씨엔블루 활동 때처럼 솔로앨범 역시 정용화 본인의 자작곡들로 채웠다. 어젯밤 떨려서 잠을 잘 못 잤다고 하는 정용화는 새 앨범 < DO DISTURB >를 소개하는 것으로 입을 열었다. 공연 투어 때 호텔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DO NOT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라고 적힌 사인을 보며 앨범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까지는 곡을 만들 때 '방해하지 마시오'란 태도로 작업했지만, 이제는 좀 더 오픈 마인드로 함께 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NOT'을 뺐다고 한다.

타이틀곡은 '여자여자해'다. 여름에 어울리는 밝고 경쾌한 곡으로 로꼬가 랩피처링을 맡았다. 정용화는 "원래 타이틀곡을 만들 때 마스터링 전까지 계속 고치고 고치기를 거듭하는데, 이번에는 꼭 이걸 들려주고 싶고 밀고 나가고 싶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정용화는 '나답게' 하려고 했다는 말을 거듭했다.

얼마 전 하와이에 다녀왔다는 정용화는 "지금 제가 하와이에 빠져서 알로하 느낌으로 콘셉트를 정하게 됐다"며 웃어보였다. 그밖에 수록곡 '딱 붙어(Closer)', 'Password', 'Navigation', '대답하지 마(Not Anymore)', '널 잊는 시간 속(Lost in Time) 등 총 6곡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특히 4번 트랙 'Navigation'에 대한 소개가 인상 깊었다.

"제가 길치, 방향치라 집 앞에 갈 때도 네비게이션을 찍고 간다. 네비게이션이 제 꿈과 목표, 가야할 곳을 설정해주는 것 같아 가사를 썼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데 그럴 때마다 제가 원하는 꿈과 목표를 생각하면 일을 할 때 힘이 생기더라. 그래서 길을 안내해주는 네비게이션이 내 인생의 꿈에 있어서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핫함'이 지나가고

정용화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19일 두 번째 솔로앨범 < DO DISTURB >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여자여자해'로 로꼬가 피처링을 맡았다. 총 6곡이 수록됐으며, 앨범명 < DO DISTURB >는 정용화가 공연 투어 중 호텔 방 앞에 걸린 'DO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사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은 것이다.

이날 뮤직토크는 정용화가 직접 진행을 겸했다. 그는 "제가 만능 엔터테이너라서 MC가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FNC


정용화를 보며 '흥 많은 청년'쯤으로 생각해온 개인적인 생각은 이날 그의 긴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는 의외의 면모가 많았다.

"데뷔했을 때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부터 씨엔블루의 '외톨이야', '직감', 'LOVE' 등이 연속으로 빵빵빵 터지고, 뭘 하든 되게 주목받고 사랑받았다. 그 기분을 한 번 느끼고 나면, 그 핫함이 사라졌을 때 '내가 이제 망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창 인기가 많았을 때도 저는 '이 기분이 평생 갈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게 사라졌을 때 내가 무너지지 않고 그 이후에 꾸준히 올라가는 게 목표였다. 그런 생각으로 29살까지 온 것 같다.

데뷔하고 3~4년을 밖에 잘 안 나갔는데, 누군가와 만나서 놀면 더 놀고 싶어지니까 아예 놀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원래 안 그랬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게 잘 안 되더라. 이왕 잘 안 되는 거 더 열심히 하자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것들이 잘못 하나에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최대한 그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작년부턴 술도 끊기 시작했다. 혼자 있을 때와 회식 외에는 약속을 잡아 술을 마시지 않는다. A형이라 그런지, 자기 전에 생각이 정말 많다."

20대를 포기했던 지난 8년

정용화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19일 두 번째 솔로앨범 < DO DISTURB >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여자여자해'로 로꼬가 피처링을 맡았다. 총 6곡이 수록됐으며, 앨범명 < DO DISTURB >는 정용화가 공연 투어 중 호텔 방 앞에 걸린 'DO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사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은 것이다.

타이틀곡은 '여자여자해'로 로꼬가 피처링을 맡았다. ⓒ FNC


그는 자신이 만든 노래들을 "자식 같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한 이유를 묻자 "제가 만든 노래는 제게 너무 소중하다"며 "제가 노는 걸 포기하고, 남들 놀러가서 클럽에서 술 먹고 놀 때 저는 작업실에서 곡을 써고 제 시간을 작업에 투자한 결과가 노래이기 때문에 너무 값지다"고 말했다. 이어 "한 해에 내가 했던 것을 돌아봤을 때 그게 '곡'이기 때문에 자식 같은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올해 29살인 정용화는 자신을 채찍질했던 20대를 돌아보며 솔직한 말들을 이어갔다. 21살 때부터 20대를 포기하겠단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20대란 "30대를 위한 20대"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서는 원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며 "나 자신을 목표에 다가가게 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은 포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고도 말했다.

꿈과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가는 걸 좋아한다는 정용화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앞서 말했지만 핫함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내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 한 단계씩 꾸준히 올라가는 게 목표"라며 이어서 속내를 털어놨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저에게 데미지가 있을 것 같아서 꺼리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저를 계속 가둬두며 산 것 같다. 음악할 때 스트레스를 다 해소하는 편이다. 데뷔 때 이후 지금이 그 다음으로 바쁜 것 같다. 올해는 최대한 많이 활동하고 얼굴도 비추고, 아직 정용화란 사람이 계속 발전한다는 걸 보여주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멋진 30대를 위해서 20대는 열심히 일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곡을 쓰려는 이유

정용화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19일 두 번째 솔로앨범 < DO DISTURB >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여자여자해'로 로꼬가 피처링을 맡았다. 총 6곡이 수록됐으며, 앨범명 < DO DISTURB >는 정용화가 공연 투어 중 호텔 방 앞에 걸린 'DO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사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은 것이다.

▲ 정용화 ⓒ FNC


정용화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19일 두 번째 솔로앨범 < DO DISTURB >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여자여자해'로 로꼬가 피처링을 맡았다. 총 6곡이 수록됐으며, 앨범명 < DO DISTURB >는 정용화가 공연 투어 중 호텔 방 앞에 걸린 'DO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사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은 것이다.

앨범에는 총 6곡이 수록됐다. ⓒ FNC


정용화는 이번 타이틀곡 '여자여자해'에서 기타를 내려놓고 안무를 선보인다. 노래 스타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추구하고 있다. 그는 "제가 만든 곡 중 히트했던 노래들을 보면 어쿠스틱한 '사랑빛' 같은 노래"라며 "근데 그건 그때에 만든 노래고 저는 계속해서 변하고 새로운 걸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분들 시선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젊었을 때 뭐든 계속 도전하고, 안 해본 것들과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내게 잘 어울리는 것을 찾고 싶다"고 했다. 

모두 경험담일 것만 같은 생생한 가사가 인상 깊다는 평과, 어디에서 가사의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정용화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운 듯 머뭇거리다가 "제가 눈치가 빠르고 눈썰미가 좋은 편"이라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의 기분이 좋을지 빨리 알아채는데, 상대가 좋아한다 싶은 말이 있으면 그걸 메모해둔다"고 털어놨다.

정용화가 바라온 30대

20대부터 준비(?)해온 30대를 몇 개월 앞둔 정용화에게 "본인이 꿈꾸는 30대는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그는 "데뷔하고 3일 이상 연속으로 쉰 적이 없을 만큼 바쁘게 앨범을 만들고 투어공연을 해왔는데, 제가 생각하는 30대는 여행도 반년 정도 다니다가 여행 동안 생각했던 걸 곡으로 써서 앨범도 내고 투어도 하는 그런 삶"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근데 그게 정말 어려운 거더라"며 "그때까지도 제가 잘 돼 있을 거란 보장도 없기 때문에 20대에 더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때 말한 빌보드의 꿈은 여전할까.

"빌보드 진입의 꿈은 지금도 그대로다. 꿈이 있는 건 굉장히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꿈을 꾼다고 해도, 바로 그곳에 가지는 못해도 비슷한 곳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니가 다 해보고 싶다. 30대에 꿈을 이룬 내 모습을 생각하면 일할 때 힘이 난다. 대중으로부터 '정용화는 직접 음악을 만들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나는 30대에 더 대박이 날 거다."

정용화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19일 두 번째 솔로앨범 < DO DISTURB >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여자여자해'로 로꼬가 피처링을 맡았다. 총 6곡이 수록됐으며, 앨범명 < DO DISTURB >는 정용화가 공연 투어 중 호텔 방 앞에 걸린 'DO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사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은 것이다.

정용화는 질문에 진솔하게 답했다. ⓒ F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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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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