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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가 자위를 위해서가 아닌 집단적 자위권, 즉 밖에서 싸우는 '군대'가 되려 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한반도 위기설' 소동

일본 자민당의 안전보장조사회는 지난 6월, 2018년에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한 무기 도입을 위한 예산안을 편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순항미사일을 이용한 적 기지 공격, 공군자위대의 F35전투기에 사정거리 300km의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해 적 기지를 공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은 물론 두 말할 나위없이 북한을 비롯한 일본 주변의 군 기지를 상정한 것이고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자신들의 주장에 여론의 힘을 얻기 위해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반북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북 미사일 공격에 의한 불안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하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일본 정부가 작성해 전국의 신문과 방송을 통해 홍보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낙하시 행동요령'이라는 선전물이다. 이 선전물은 미사일 낙하 비상 벨이 울리면, '최대한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대피할 것', '물건 뒤에 숨거나 지면에 엎드려 머리를 보호할 것', '창문으로부터 떨어지거나, 창문이 없는 방으로 이동할 것' 등의 행동지침을 담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행동 요령이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유효할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유치한 수준의 선전물인데 여기에 사용된 예산만 해도 자그만치 3억4천만 엔(약 34억 원)이라고 한다.

실제 상황에서 거의 무용하다고 보여지는 선전물의 홍보를 위해서 무려 3억 4천만엔의 예산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 탄도미사일 낙하시 행동요령 실제 상황에서 거의 무용하다고 보여지는 선전물의 홍보를 위해서 무려 3억 4천만엔의 예산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 인터넷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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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나고야의 '이부르 나고야'에서 '원정군(遠征軍)화하는 자위대'라는 제목으로 강연회가 열렸다. 이 강연회에서 일본의 대표적 군사평론가인 마에다 데쓰오 전 도쿄국제대학 교수는 이런 일련의 흐름들이 자위대의 변모하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자위대는 교전권을 부정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을 것을 담은 일본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면 군대가 아니다. 다만, 타국으로부터 군사적공격을 당했을 때 그 공격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장치로써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멀리는 고이즈미 정권 때의 유사법제를 비롯, 2차 아베 내각이 들어선 이후의 집단적 자위권의 각의 결정, 일본의 시민단체로부터 '전쟁법안'이라고 비판받는 '평화안전법제' 등을 통해 자위대의 역할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위의 '탄도미사일 낙하' 소동도 과거 1960년대 중국의 첫 핵실험때나, 1980년대 소련의 핵무기가 일본을 향해 배치되었을 때에도 전혀 있지 않았던 일이라고 한다.

점점 미군과 군사협력 늘리는 일본

지난해 개정된 자위대법 95조에는 자위대가 자신들의 무기가 빼앗길 상황에 처했을 때 무기사용을 허용했던 내용에, 미군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 경우에도 자위대의 무기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럴 경우 주일미군의 전투수송기를 자위대가 호위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무기사용을 허용함으로써 미군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예기치 못한 군사적 충돌을 할 경우 자위대도 이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위해 육상자위대에 '미일 공동부'를 두고 그곳에서 운용계획을 작성하여 공동작전을 수행하도록 하는데, 이것은 지난 2015년 미일 간에 합의된 신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실시된다. 마에다 평론가는 "자위대의 이런 변화들은 메이지 정부가 청일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메이지 육군이 조금씩 '원정군화' 되어갔던 역사를 상기시킨다"고 분석했다.

여론의 조성이나 미일간의 협정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위대는 오키나와, 사키지마 등에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 저지를 명목으로 '지대함미사일 부대' 배치를 비롯한 신부대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사세보에는 '일본판 해병대' 설치와 수륙양용전차를 배치할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와쿠니 기지에는 미해군, 해병대 병력이 집중되고 있어, 그야말로 일본 열도가점점 군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모두가 '내가 언론이다'라는 자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마에다 데쓰오 평론가
▲ 원정군화하는 자위대-군사평론가 마에다 데쓰오 강연회 "모두가 '내가 언론이다'라는 자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마에다 데쓰오 평론가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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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달라진 안보 환경을 이야기하는데, 마에다 평론가는 "그것이야말로 조지 오엘의 '1984'에서 풍자적으로 등장하는 '전쟁이 평화다'라는 수사를 현실에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헛된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은 "'싸우는' 자위대가 아닌, 재난 등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일하는' 자위대를 원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은 의회에서의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군사대국화,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향해서 돌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에다 평론가는 이런 부분들이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니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작게 나누고 보면 여기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언론이기 때문에 모두가 '내가 언론이다'라는 자각을 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주에 있었던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이 사상 최악의 참패를 했고 그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정권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도의회의 다수당이 된 '도민 퍼스트'도 보수우파 세력인 걸 떠올린다면 일본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그런 면에서 일본의 시민들의 분발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최근 아베정권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를 반응하는 듯, 많은 시민들이 참가했다.
▲ 원정군화하는 자위대-군사평론가 마에다 데쓰오 강연회 최근 아베정권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를 반응하는 듯, 많은 시민들이 참가했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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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위대, #일본군사화, #마에다데쓰오, #미일군사협력, #나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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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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