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 EP <너 먹구름 비> 앨범 재킷 이미지

헤이즈 EP <너 먹구름 비> 앨범 재킷 이미지.ⓒ CJ E&M


요즘 가요계의 주인공은 단연 헤이즈다. 헤이즈의 신곡 '널 너무 모르고'가 헤이즈의 신곡 '비도 오고 그래서'(Feat. 신용재)와 치열한 1,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볼빨간사춘기, 마마무, 블랙핑크 등 쟁쟁한 음원 강자들 사이에서 이뤄낸 성과라서 더욱 놀랍다. 재작년 가을,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2가 막을 내렸을 때 지금 같은 상황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 당시, 헤이즈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팬을 양산했다. 하지만 트루디와 예지가 분전하는 동안 '래퍼 헤이즈'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안정적으로 랩을 구성할 줄 아는 능력이 있었지만, 라이브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키디비를 상대로 한 디스전에서도 특별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녀는 '내 이야기도 아닌데 디스하고 센 척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현재 <언프리티 랩스타>가 배출한 뮤지션 중 가장 성공한 뮤지션 중 한 명이 되었다.

헤이즈는 헤이즈를 잘 안다

 헤이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프로필 이미지.

헤이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프로필 이미지.ⓒ @HeizeOfficial


청취수 1억 건을 달성한 '돌아오지마', 딘과 함께 부른 'And July', 그리고 '저 별'을 거치면서 헤이즈는 자신의 자리를 정확히 찾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해야 통하는지에 대해 부지런히 고민했기 때문이다. 헤이즈는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을 앞두고 CJ E&M과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금 정도의 성공은 회사의 후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 대중들에게 헤이즈는 '래퍼'라기보다는 '보컬'로 여겨지지 않을까. 물론 그녀가 노래한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2014년 데뷔한 이후, 헤이즈는 '클럽이라도 좀 가', '내 남자친구가 고맙대' 등, 그녀는 늘 노래와 랩을 적절히 섞어온 가수였다. 하지만 지금의 헤이즈의 중심추는 랩보다 보컬 쪽에 조금 더 기울어 있다. 헤이즈는 헤이즈를 잘 안다. 그만큼 보컬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증거다. 신용재 같은 실력자와 노래로 듀엣을 해도 밀리지 않는다.

사랑받는 대중 가수의 조건은 화려한 가창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이 있다. 화려한 고음과 바이브레이션을 듣고 싶다면 다른 대체재를 찾으면 될 일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가수의 목소리를 찾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 즉 다른 음악가에게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음색'이며, 메시지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서 '특유의 감성'을 형성한다. 헤이즈나 볼빨간사춘기가 끌고 있는 인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 타령 노래하는 게 왜 나빠요?'

 'And July' 뮤직비디오 중 갈무리. 헤이즈는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잡았다.

'And July' 뮤직비디오 중 갈무리. 헤이즈는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잡았다.ⓒ CJ E&M


헤이즈는 자신의 음악을 보고 '사랑 타령' 운운하는 리스너들을 향해 '사랑 타령 노래하는 게 왜 나빠요?'라고 맞받아친 적이 있다. 필자가 만난 사람 중 '음악적 사대주의'에 취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팝계와 가요계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는 사랑 타령뿐이다'라며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물론 그 친구의 말은 틀렸다. 그 친구는 비틀스의 위대한 여정도 결국 사랑 노래로 시작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헤이즈의 말이 옳다. 사랑 타령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삶에서 사랑을 뺀다면 남는 건 몇이나 된단 말인가?

헤이즈는 자신의 사랑 경험을 기반으로 곡을 쓰고 노래하는 가수다. 이때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젊은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로 그려낸다는 것이 헤이즈의 힘이다. 지나간 사랑을 잊지 못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노래한 'Underwater'(2016), 그리고 신곡 '널 너무 모르고'(그루비룸 프로듀싱)가 그 좋은 예다. 메신저를 끊고 '잠수'에 들어갔던 날, 비 오는 날, 혼자 쇼핑을 할 때 등 그녀는 자신의 시시콜콜한 일상 소재들을 가사로 만든다. 이 가사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쉽게 움직인다.

"난 지금 잠수 중이야 상태 메시지 좀 봐줘 까만 물안경을 껴서 너네가 보이지 않어. 이건 내 산소통이야. 숨 막히니까 비켜 줘. 너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오빠가 못나서가 아니에요. 딴 사람여서 안 되는 거예요." - 'Underwater' 중에서

"이 옷들을 고를 시간에 30분 더 널 안아줄 걸. 난 몰랐어, 너의 맘의 크기도. 옷 사이즈는 알아도." - '널 너무 모르고' 중에서

새벽에 혼자서 맥주를 들이켤 때, 버스를 타고 새벽의 한강 풍경을 바라볼 때 그녀의 노래는 훌륭한 배경 음악이 된다. 특히 비를 콘셉트로 한 이번 EP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유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별히 혁신적인 음악은 아니지만, 멜로디와 노랫말이 살아있다. 이런 식의 사랑 타령이라면 몇 번을 들어도 쉽게 질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앞으로 들려줄 사랑 타령들이 더욱 기대된다. 한편 헤이즈는 '전주얼티밋 뮤직 페스티벌', '원나잇 스캔들 부산'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전국의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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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맨유팬, 흥이 넘치는 스물여섯 청년. http://blog.naver.com/2hyunpa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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