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트루시니스(Truthiness)'라는 신조어로도 표현되는 인간의 심리 현상이다.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측근 인터뷰 조작사건으로 국민의당은 위기에 몰렸고, 덩달아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당시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인터뷰의 진위를 의심하는 여론이 있었다고 한다. 당사자를 만나서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당시 이준서 최고위원은 '제보자 보호'를 명분으로 끝까지 숨기고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에서는 안철수 당시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 코끼리 코라도 빌려서 손으로 써야 할 형편이었다. 그래서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일까. 당시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안철수 지지율 반등'이라는 목적에 온 당력을 집중한 나머지 냉정한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 것일까. (물론 당의 지시 없이 이유미씨 개인의 행위였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검찰 수사 결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안철수라는 정치신인의 아이콘은 기존 정치에 혐오를 느꼈던 젊은이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왔을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 이제 그 아이콘이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보수언론, 덩달아 문재인 때리며 검증 없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난 5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보도했던 문준용씨 관련 기사. 위로부터 <조선>(5/5), <조선>(5/6), <동아>(5/5), <동아>(5/6) 제목 갈무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난 5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보도했던 문준용씨 관련 기사. 위로부터 <조선>(5/5), <조선>(5/6), <동아>(5/5), <동아>(5/6) 제목 갈무리 ⓒ <조선일보>/<동아일보>


대선을 앞둔 당시,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안철수 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사를 내보내며 문준용씨를 향한 의구심에 부채질을 더욱 확산시켰다. <조선일보>의 경우, 녹취록이 공개되던 지난 5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 동안 주요 기사로 다루며,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아들 문제가 치명적인 비리인 것처럼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국민의당 발표와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정작 '검증'은 하지 않았다. 만약 당시 언론이 조금만 더 집요하게 검증을 하거나, 명확한 증거 등을 당에 요구했다면, 국민의당이 이런 사태로 몰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는 앞서 소개한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안철수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편 들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영화 <특별시민>에 나타난 조작사건과 유사?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은 동영상 조작을 둘러싸고 서로 공격한다. 사진은 위로부터 ①영상을 편집하는 장면 ②조작된 영상 ③상대당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무시당하는 장면 ④결국 언론을 통해 유포되는 동영상.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은 동영상 조작을 둘러싸고 서로 공격한다. 사진은 위로부터 ①영상을 편집하는 장면 ②조작된 영상 ③상대당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무시당하는 장면 ④결국 언론을 통해 유포되는 동영상. ⓒ (주)쇼박스


이번 국민의당 인터뷰 조작사건을 보면서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특별시민>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최민식과 곽도원 그리고 심은경이 출연하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선거전의 민낯을 보여준 그 영화 말이다.

이 영화에서 여당 시장 후보인 변종구(최민식)는 선거 홍보전략팀에 새로운 인물인 박경(심은경)을 영입하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을 짜도록 지시한다. 박경은 후보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영상 하나를 앞뒤 잘라내고 편집해 상대정당의 후보 선거사무소에 몰래 전달한다.

당시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던 야당 후보 양진주(라미란 분)측 관계자는 이 영상을 확보하면서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고 언론을 통해 유포한다. 물론 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단 선거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 마음이 급해진 야당 후보는 이를 듣지 않고 유포했다. 그러나 변종구 측 전략팀은 전체영상을 언론에 공개하고, 이는 처음 알려진 것과 전혀 반대되는 맥락이었다. 이 영상이 보도되면서 양진주 측은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된다.

물론 영화는 변종구의 악질적인 선거전을 고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끼워넣은 이 장면에서 영화를 제작한 박인제 감독의 통찰력은 빛났다. 진흙탕 싸움 수준으로 내려가는 선거전의 맨살을 보여줬다.

호남의 지지기반 붕괴할까

 영화 <특별시민>에서 최민식이 여성비하 발언을 하는 동영상이 등장한다. 전체 영상은 정반대의 맥락이었지만, 편집된 영상을 입수한 상대 후보 측에서는 검증없이 이를 그대로 공개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영화 <특별시민>에서 최민식이 여성비하 발언을 하는 동영상이 등장한다. 전체 영상은 정반대의 맥락이었지만, 편집된 영상을 입수한 상대 후보 측에서는 검증없이 이를 그대로 공개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 (주)쇼박스


국민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을 거의 석권하면서 제3의 정당으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의 싸늘한 평가에 대한 반작용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기존 정치와는 차별화된 안철수의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갈 곳을 잃던 호남 민심이 몰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번 사태는 호남 민심에 큰 충격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당이 걱정해야 할 것은 지방선거의 패배가 아니라 국민의당의 존립 여부 자체이다. 처음 출발할 때 보여주고자 했던 신선하고 참신한 정책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지금의 사태에 대해 당 차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지지를 철회하고 돌아서는 이들도 상당수 있겠지만, 여전히 국민의당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품고 있는 지지자도 있을 것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성향이 있다. 이들은 결과가 어떻든 국민의당을 향한 자신들의 신뢰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한, 국민의당이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하는지 지켜본 뒤에, 지지 여부를 결정할 지지자들도 있다.

국민의당은 지지자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답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지금 붕괴하고 있는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당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 당은 개인에게, 개인은 당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서 실망을 더 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와 안철수의 직접 관련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철저히 사죄하고 국민과 지지자들 앞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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