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0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5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두산 베어스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 5회 말 넥센 투수 하영민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5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두산 베어스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 5회 말 넥센 투수 하영민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넥센은 내야수 김지수와 함께 투수 하영민의 1군 말소를 단행했다. 하영민은 지난주 3경기에 나와 2.1이닝 7실점(ERA 27.00)으로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22일 한화전에서 최재훈에게 맞은 쓰리런 홈런과 25일 LG전에서 양석환에게 맞은 만루홈런은 모두 팀 패배에 결정적인 장면들이었다.

하영민은 지난 5월 10일 NC전에 첫 등판하여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31일 LG전을 제외하면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등판하거나 롱릴리프의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의 긴장감이 느슨할 때 나오며 경기 감각을 조율했다. 5월동안 9.1이닝을 소화해 3.86의 평균자책점을 남기며 나쁘지 않은 한 달을 보냈다.

6월 11경기 15.2이닝, 정확한 보직도 없었다

6월 하영민의 위치 괄호 안 순위는 순수 불펜 출장한 선수들의 6월 성적에 한함 
자료제공 statiz.co.kr

▲ 6월 하영민의 위치 괄호 안 순위는 순수 불펜 출장한 선수들의 6월 성적에 한함 자료제공 statiz.co.kr ⓒ 김성범


넥센은 하영민의 이런 모습에 고무됐던 것일까. 6월의 하영민은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6월에만 11경기에 나와 15.2이닝을 소화했다. 2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도 4차례가 있었으며 연투도 3차례가 있었다. 아직 6월까지 한 주가 남았는데도 말이다. 이는 6월에 나온 불펜 중에 모두 최상위권에 해당되는 기록들이었다.

6월 하영민의 등판일지 자료제공 statiz.co.kr

▲ 6월 하영민의 등판일지 자료제공 statiz.co.kr ⓒ 김성범


하영민은 24일 대량실점 경기를 제외하고 기본 1이닝을 소화했다. 보직도 넘나들었다. 선발투수에 이른 강판 이후 바통을 이어받아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했고(2일, 11일 경기), 추격조(6일)와 필승조(9일, 18일, 21일, 22일) 역할도 했다. 15일, 24일과 같이 승부처를 책임지는 상황에도 등판했다. 거의 모든 상황에 등판했던 것이나 다름없다.

김강률, 원종현과 같이 하영민보다 더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한 선수도 있다. 문제는 하영민이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팔꿈치 내측인대 미세 손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하영민은 해당 시즌 끝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재활을 택하며 회복했으나 편도선염이 겹치며 뒤늦게 5월에 복귀했다. 팔꿈치와 결부된 부상 이슈를 안고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신중한 관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불펜의 부진? 느슨했던 엔트리 운용이 더 문제

넥센에도 할 말은 있다. 기존에 있던 자원들이 이탈과 합류를 거듭한 것이다. 김세현은 부진을 거듭하며 마무리 보직에서 내려왔고, 허벅지 부상과 구위 저하로 벌써 2차례 2군을 내려갔다. 이보근 역시 내전근 염좌로 지난 9일 말소됐다가 22일에 올라왔다. 기존 필승조가 무너지면서 하영민에게 책임이 고스란히 옮겨간 것이다. 후에 조상우가 불펜으로 합류하며 숨통을 틔었지만 여전히 불펜 가동은 빡빡했다.

그러나 엔트리 운용에서 의문은 있었다. 불펜 자원의 이탈로 불펜층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도 3인 포수체제를 고집한 것이다. 지난 7일 김재현의 복귀로 넥센은 포수 엔트리에만 박동원, 주효상, 김재현을 사용했다. 백업 포수 김재현이 복귀하자 주효상의 입지는 줄어들었고, 4경기 출전 이후 21일 2군으로 내려갔다. 김재현이 복귀한 7일부터 주효상이 말소된 21일까지 보름 가량 3인체제를 유지한 셈이다.

해당 기간동안 넥센의 투수 엔트리는 11명이었다. 12~13인을 유지하고 있던 9개 구단보다 1~2명 적은 상태로 경기에 임했던 것이다. 얼마든지 포수 자원 대신 투수 한 명을 충원해서 가중되고 있던 불펜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불펜난 속에도 포수 3인 체제를 고집했고, 불펜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또 다시 불발된 불펜 퍼즐 맞추기

하영민은 6월 한 달동안 7.47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준수했으나 출장이 잦아지면서 구위가 눈에 띄게 저하됐고, 공이 위로 뜨면서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제는 휴식을 취하며 구위 회복에 힘을 써야하는 시간이 됐다.

조상우와 이보근의 합류 속에서 하영민의 구위 저하는 넥센에 아쉬운 대목이다. 5할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불펜에 구색을 갖추며 상승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친 것이 단순한 불운이었는지, 스스로 그르친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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