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데이식스의 신작 < Sunrise >의 표지.

데이식스의 신작 < Sunrise >의 표지. ⓒ JYP엔터테인먼트


데이식스(Day6)는 원더걸스, 2PM, 트와이스 등으로 대표되던 JYP의 구성에서 이질감이 드는 존재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선 이들이 댄스 기반의 팀이었던데 반해 데이식스는 멤버 전원이 연주에 참여해야 하는 록밴드이기 때문이다.

리듬 앤드 블루스 및 힙합, 댄스 성향이 강한 평소의 JYP를 생각하면 록이라는 장르는 뭔가 맞지 않은 옷을 걸쳐 입은 느낌을 대중들에게 심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애초 록밴드의 일원이 되기 위해 JYP 연습생으로 들어온 것이 아닌, 댄스팀 등의 일원으로 훈련받던 도중 뒤늦게 차출되어 기타, 베이스 등을 익힌 멤버들이 다수를 차지할 만큼 팀 구성에도 다소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실 FT아일랜드, 씨앤블루 이후 이렇다 한 아이돌 성향의 록 밴드는 최근 음악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인 두 그룹을 배출한 FNC마저도 후발 주자로 선보였던 초창기 AOA, 엔플라잉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밴드 지향의 팀은 시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뒤늦게 이스트라이트, 허니스트 등의 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제2의 부흥기를 기대해보지만, 여건이 녹록한 편은 아니다.

이런 실정에서 다소 무모해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우직스런 행보를 걷는 데이식스는 눈여겨볼 만한 가치가 있는 팀이다.

방송 대신 선택한 공연 활동... 착실한 기량 향상

 5인조 록 그룹 데이식스의 프로필 이미지.

5인조 록 그룹 데이식스의 프로필 이미지. ⓒ JYP엔터테인먼트


두 장의 EP < The Day > < Daydream >과 방송 대신 택한 공연 위주의 활동으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데이식스는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면서 나름의 존재감을 부각해왔다. 이를 통해 아이돌 밴드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을 하나둘씩 지워나갔다.

올해 들어선 매달 2곡의 디지털 싱글을 내놓은 'Every Day6' 프로젝트를 통해 꾸준한 창작력을 보여줬고 이를 통해 공개돈 10곡과 신곡 2곡, 그리고 앞선 2장의 EP 머릿곡을 새롭게 녹음한 버전 등 총 14곡으로 구성된 첫 정규 음반 <Sunrise>는 의외의 쾌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성진(보컬, 기타), 원필(키보드, 보컬), Young K (베이스, 보컬) 등이 창작에 참여한 머릿곡 "반드시 웃는다"는 듣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박진감 있는 전개가 인상적인 노래면서 고된 삶의 청춘들을 위한 희망가다. 또다른 신곡 "오늘은 내게"는 선이 굵은 일렉트릭 기타 특유의 리프 연주를 배경으로 질주하는 젊음의 느낌을 담은 록 넘버로서 주목해볼 만하다.

이례적인 음악 방송 활동 등을 통해 지난 4월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장난 아닌데', 스카-펑크스타일을 일부 차용한 경쾌한 분위기의 'Dance Dance' 등은 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지워도 좋을 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이돌 밴드의 가능성 vs. 한계 공존... 그럼에도 기대감이 든다


물론 < Sunrise >에는 몇 가지 약점도 눈에 발견된다. 아직 완벽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통제할 상황은 아닌 터라 JYP의 대표 작곡가/프로듀서들인 홍지상(키보드)-이우민(기타, 트와이스의 Knock Knock 작곡) 등의 비중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작곡은 물론 연주, 그리고 팀의 색깔을 좌우할 수 있는 편곡 등에서 이들 경험 많은 음악 선배의 참여 및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멤버별 보컬 영역 쪼개기식 분배를 비롯한 전반적인 프로덕션이 기존 아이돌 음악 제작 방식의 틀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한편으론 밴드답잖게 너무 깔끔한 구성의 내용물이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어떤 면에선 아이돌 밴드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도 데이식스의 잠재력만큼은 이번 신작을 통해 합격점을 부여해도 좋을 법하다. 아직까지 JYP에 이런 음악을 하는 팀이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에겐 <Sunrise>는 신선한 카운터 펀치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꼭 한번 들어보시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쪼개듣기 데이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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