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의 아내이기 전에 전혜진은 훌륭한 배우다. 연극무대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하던 그는 화려하거나 활발한 활동은 아니지만 맡은 작품에 늘 녹아있었다. <더 테러 라이브>와 <사도>가 특히 그랬다. 작은 역할임에도 한 장면을 위해 헌신하는 진짜 프로의 자세가 엿보였다.

그런 그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 세상>(아래 <불한당>)으로 칸 영화제에 왔다. "사실 안 오려 했다"며 살짝 뒷이야기를 전한 그를 25일 칸 시내의 모처에서 만났다.

스스로 받은 상처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주역들.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주역 중 한 명인 배우 전혜진. ⓒ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그는 마약 밀거래 집단을 소탕하려는 경찰 간부 천인숙 역을 맡았다. 냉철한 모습으로 부하직원을 다루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남성 냄새 물씬 나는 현장에서 홀로 여성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했다. "재호(설경구)에게 특히 밀리면 안 되는 캐릭터였다"고 전혜진이 말했다.

"영화가 선악 구도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이 맞아야 했다. 재호와 대립하는 역할이니 절대 밀리면 안 되었지. 그럼에도 캐릭터 잡기가 힘들었다. 일단 출연 배우들 면면을 보라. 수적으로 밀리잖나. 다 남자들이니(웃음). 천인숙이 세 보여야 했는데 어떤 게 진짜 센 건지 그 생각을 영화 내내 고민했다. 힘쓰고 욕하면 될까? 온갖 걸 다해 본 거 같다. 감독님과 얘기도 많이 했고."

성별로 치면 소수자에 해당하기에 느꼈던 감흥들. 실제로 영화 현장에서 전혜진은 소외감을 느꼈음을 고백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게 아닌 스스로 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각 인물과 대립하는 캐릭터라 현장에서도 애써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다.

"더 철저하게 외롭게 날 뒀지. 이것저것 다해보고 없던 장면 만들어 넣기도 했는데 뭘 해도 설경구 선배는 이길 수 없더라(웃음). 영화 보고 나 스스로 상처받았다. 너무 잘하셔서. 무엇보다 섹시미가 선배에게 있었다. 또 다른 겹이 생긴 거 같다. 더 열심히 해야지!"

여배우 혹은 주부

의욕을 불태우는 말이었지만 전혜진은 전작 <사도> 때까지만 해도 영화 연기를 그만둘 생각마저 했었다. 한창 주부로서 육아에 힘을 쏟던 시기였고, 본인도 "배우보단 육아 쪽에 무게가 실렸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영화계는 아까운 인물 하나를 잃을 뻔했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런 고민은 여전히 있지. <불한당>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 전 얼굴이 그리 많이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주부다. 학부모들과도 얘기하고 그런 엄마다. 근데 여기에 와서 배우 대접을 받는다(웃음). 연기에 대한 책임감도 더 느끼고 있다. 주부와 배우 둘 중 하나라만 택하라면 그래도 엄마 역할에 책임감은 느끼는 거 같다.

<사도> 때 정말 그만하려고 했다. 현장에 있는데 아이가 걱정되고, 참 민폐였지. 이준익 감독에게도 '저, 이거 마지막 작품이에요. 절 잘 봐두세요' 뭐 이런 말도 했다. 그러다가 영화 촬영이 끝나고 일주일 만인데 그 현장이 그리워지더라(웃음)."

다행히 칸 영화제 오면서 다시 열정에 불이 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걱정되는 건 여전히 한국영화에서 여성 배우에 대한 쓰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연극 할 때도 그랬고, 여성 캐릭터 자체가 귀하고 잘 없기도 하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어릴 땐 거기에 화가 나기도 했다. 연극을 할 때 연출 선생께 그랬다. 여자는 왜 대부분 이름을 주지 않고 간호사1, 다방레지1 이렇게 기호로만 쓰냐고 따졌다. 선생께서 '난 여자를 잘 몰라 정 원하면 네가 써!' 이러셨다. 보물 같은 시나리오 그거 하나 바라면서 하는 거 같다. 제 입장에선 역할이 조금씩 커지고 있긴 하다.

<더 테러 라이브> 땐 활동을 거의 안 할 때 부름을 받은 거라 자신도 없었고 감독에게 물었다. 절 어떻게 아시냐고(웃음). 다른 배우들 한 번 더 찾아보시고 못 구하면 그때 다시 불러달라 했다. 거절의 의미였는데 정말 한 달 뒤에 다시 오시더라. 참 감사하더라."

또 다른 자극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레드카펫 행사 사진.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레드카펫 행사. 출연한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고민의 연속이라 말했지만 분명 전혜진은 자신의 장기를 알고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욕을 불태우기도 했다.

"아시다시피 그렇게 제가 여성스럽지 않고 나이도 있다. 그럼에도 나만의 뭔가는 있다. 그걸 해가야지. 물론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작품을 같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감독님을 만나고 싶다. 이번 천인숙도 그냥 흔한 경찰은 아니라 계속 덧대고 고치는 과정이 있었다.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결국 작품을 어떻게 함께 만들어 가냐가 중요한 거 같다."

다행히 그는 영화계를 떠나지 않았다. "표현하고 싶은 점이 보이면 그 어떤 작품도 가리지 않겠다"며 강한 의욕도 보였다. 올해는 당장 <불한당>과 함께 <시인의 사랑>이 9월 중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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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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