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임을 위한 행진곡' 원본악보도 공개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 만에 기념식장에서 '제창'됐다.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난 2009년 이후 9년 만에 '제창' 방식으로 복원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올해 제37주년 5·18 기념식에서 불리게 된 것. 오랜 탄압을 받은 노래인 만큼 민주주의 정신의 회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지난 1997년 이래 5·18 기념식에서 이 곡을 부르는 방식을 놓고 논란이 되어왔다. 이명박 정부 두 번째 해인 2009년 5·18 기념식부터는 기존의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바뀌었다. 합창단이 이 곡을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들만 따라 부르는 방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기간 중 첫 해인 2013년에 한 차례 5·18 기념식에 참석했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때는 침묵을 지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이 시작된 1997년부터 노무현 정부 2007년까지 계속 제창돼왔다. 하지만 이후 제창 여부를 두고 일부 보수 진영의 반발이 일었다. 종북 논란과 함께, 국가원수가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노래를 부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 등이 더해져 '합창'으로 바뀐 것.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제창 지시는 5·18 민주화운동을 불의와 폭력에 맞선 정의의 역사로써 존중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6일 오후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곡 재지정에 대한 소감을 먼저 물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치적으로 이용... 너무 마음 아팠다"

김종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임을 위한 행진곡' 원본악보도 공개했다.

김종률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원본악보를 공개했다.ⓒ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무척 기쁘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자 시절 광주에 오셔서 약속하셨다. 그 중 제창에 대한 약속이 첫 번째로 지켜져서 기쁘다. 당연히 되어야 할 것이 돼서 기쁘단 말 자체가 어폐가 있는 것도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관련하여 해주신 다른 약속들도 지켜질 것 같은 신뢰가 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것을 비롯해  5·18 역사 왜곡 금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국가 차원의 5·18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김 사무처장에게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금지됐을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물었다. 마음에 쌓아둔 말이 많은 듯 보였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도 이 노래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노래가 왜곡됐고, 5·18 자체가 이상하게 변질되는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직도 보수논객들이 지어낸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믿고 있는 국민도 많은 것 같다. 가령 5·18 운동 때 북한군이 왔다든지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임'이 김일성을 지칭한다든지, 가사 중 '새날'이 공산주의 혁명이 완성되는 날이라든지... 보수논객들이 이런 종북 프레임을 마치 국민의 여론인 양 호도하면서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에 색깔을 칠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것으로밖에 이해가 안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사람들도 이 노래가 그런 노래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 대통령이 그걸 바로 잡겠다고 행동한 것이다.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김 사무처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방심하지 않고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5·18이 단지 교과서에 쓰인 지난 역사로 남을 게 아니라, 이제는 문화예술을 통해 활발히 재창조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우리 국민 모두의 노래가 될 거라 믿는다. 문학, 연극, 뮤지컬, 교향곡 등 다양한 문화로 계발돼서 이 노래를 일상에서 읊조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진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이 곡이 선동곡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노래라는 것을, 5·18 희생자를 기리는 노래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김 사무처장은 "기쁘지만 그러나 기쁨으로 그쳐선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말하며 구체적인 콘텐츠 구상도 내놓았다.

"이 노래는 소재가 드라마틱하다. 5·18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스토리가 있다. 그런 드라마틱한 요소를 살려서 뮤지컬 같은 작품으로 만들면 좋겠다. 지난 2008년에 제가 뮤지컬로 준비한 적이 있어서 기초적인 건 마련돼 있다. 현실화 된다면 속도감 있게 진척될 거라 본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주제로 한 교향곡을 만들어서 내년 5월에는 시민들을 위해 무대에 올리는 것도 생각 중이다. 매년 울려 퍼질 수 있고, 5·18을 기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있어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민 모두의 노래 되길"

김종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임을 위한 행진곡' 원본악보도 공개했다.

김종률 사무처장ⓒ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끝으로 김 사무처장으로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자세한 과정을 직접 들어봤다.

"1982년 4월, 5·18 2주기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때는 너무 엄혹한 시절이어서 5·18 이야기만 나와도 전두환 군부정권에서 탄압을 가했다. 그때 저와 몇몇이 소설가 황석영씨 집(광주)에 모여서 '이렇게 2주기가 왔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뭐라도 하자'는 말을 나누었다. 그때 어떤 소식을 듣게 됐다. 5·18 당시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계엄군의 총에 숨진 윤상원 열사와 야학을 하셨고 노동운동 중 돌아가신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양쪽 가족들이 치렀다는 소식이었다.

그걸 듣고 이 이야기를 노래극, 요즘으로 치면 미니 뮤지컬로 만들어서 선물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오래 준비를 할 수 없어서 1박2일 사이에 만들었다. 총 8곡 중 7곡은 이미 작곡한 곡에 가사를 붙였고,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행진곡이 필요해서 새롭게 만든 게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그런 곡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는 열망에 가득 차서 4시간 만에 곡을 썼다. 이렇게 작곡이 끝나고, 거기에 황석영씨가 백기완 선생님(現통일문제연구소장)의 장편 시 '묏비나리' 중 한 부분을 활용해 노랫말을 썼다."

김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공식기념곡으로 지정되는 것에 관해선, 법령 손질 등 시간이 걸리겠지만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은 지난 2011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 제창 요구를 거부한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기념곡 지정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김 사무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날 가수 전인권이 무대에 올라 이 곡 외에 '상록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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