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의 19대 대선 개표방송

ⓒ JTBC


"시청자 마음을 잘 대변할 수 있는 분이 아닐까…. 깐깐하고 까칠한 유권자."

JTBC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은 배우 윤여정을 19대 대선 개표방송에 캐스팅한 이유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그렇다. 우리에겐 이 깐깐하고 까칠함이 더, 훨씬 더 필요하다. 유권자들에게도, 일반 시민들에게도. 그러한 깐깐함과 까칠함에서 예민한 시선이, 보편과 특수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이 더 용이하게 담보되는 법이다. 배우 윤여정도 그랬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내 새끼가 거기 타서 없어졌다면 저분들 심정을 누가 대신할 수 없을 거예요."

"내 아이가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분들(세월호 유가족)과 같은 심경일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그만하지'라고 하던데 내 아이라면 그렇게 못 할 것 같아요."

19대 대선 투표가 막바지로 치닫던 9일 오후, JTBC 특집 <뉴스룸> 1부에 유시민 작가와 함께 출연한 윤여정은 손석희 사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낮잠을 자다가 (손석희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출연 비화를 소개한 윤여정은 지난 4일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며 "노인인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반드시 투표를 하자고 생각했다"며 소신 '토크'를 이어갔다. JTBC의 '캐스팅의 미학'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윤여정 "노인인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윤여정은 방송에서 배우나 연예인들이 언급하기 쉽지 않은 세월호 참사와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생각도 밝혔고, 광화문광장에 대해서는 "축제"라고 정의한 뒤, "공감과 촛불 시위도 좋지만, 다음 세대의 친구들은 광장에 축제를 하러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청년 세대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참 예뻐요"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제 동네 효자동에서 나이 든 분들을 말리는 젊은 친구들을 봤어요. 촛불집회 처음 시작할 때쯤이었나. (촛불집회 현장에서) 나이 드신 분이 차 위로 올라가서 선동하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젊은이들이 끌어내리잖아요. 그래서 매니저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그분이 선동하려고 하니까 젊은이들이 자제하자고 말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참 예쁘구나 생각했죠."


 JTBC <뉴스룸>의 19대 대선 개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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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시청률을 자랑 중인 <윤식당>과 관련, 손 사장이 "자영업"이라고 표현하자 윤여정은 "우린 흉내만 냈다"며 "(이윤을)남겨야 하는 것도 없고 그런데 손님이 안 오면 기운이 너무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핵심은 이 문장에 있었다.

"<윤식당>에서는 자영업 역할을 잠깐 했던 것일 뿐이고, 절실하게 일하는 자영업자분들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죠."

최근 <윤식당>에 출연하며, '세대 간 소통의 중요성'에 관해 윤여정이 한 발언이 소셜미디어상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노인들의 '편견'과 '매너리즘' 등을 까칠하게 지적하는 윤여정은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된다"며 "남북통일보다 세대 간 소통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까칠하고 깐깐한' 기성세대 윤여정의 노력 때문이었을까. JTBC의 개표방송은 이날 시청률 9%를 돌파하며 지상파 3사와의 '개표방송 전쟁'에서 2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다른 방송 3사의 개표방송은 어땠을까.

JTBC 개표방송 총선 2%에서 9%로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투표가 마감된 오후 8시를 전후로 각사의 시청률은 KBS 1TV 12.2%(19:30~21:00), SBS TV 7.2%(18:51~21:02), MBC TV 5.9%(18:46~21:47), JTBC 9.438%(19:45~21:29), 채널A 1.113(19:11~20:19), MBN 1.955(19:30~20:55), TV조선 0.828(19:35~20:56), 연합뉴스TV 1.137(19:12~21:43), YTN 1.816(18:00~21:49)로 집계(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됐다.

JTBC가 SBS와 MBC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전통의 KBS 1TV가 부동의 1위를 기록했지만, JTBC의 이러한 약진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4.13 총선 당시 시청률 순위는 1위 KBS1(10.8%), 2위 MBC(6.5%), 3위 SBS(3.8%) 순이었고, JTBC는 고작 2%대였다. 대선과 총선의 개표방송 시청률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부동의 1위' KBS1을 제외하고 추이 변화가 뚜렷한 셈이다.

사실 MBC의 추락은 이미 예고된 바다. 민언련 등 언론단체들이 TV조선 등 종편보다 못한 보도로 꼽고 일부에선 '친박'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센 MBC는 이미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은 지 오래다. 더욱이 이날 MBC는 홍준표 후보를 '유력'이라 표시하는 자막 사고와 진행자들의 잦은 진행 미숙이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혼합현실(MR)과 로보M 등 기술력과 자본력을 아무리 투입한다 해도 결국 '인력'이 생방송을 좌지우지한다는 기본 명제를 스스로 입증해 낸 것이다. 이날 MBC의 개표방송을 본 한 MBC PD는 방송이 한창이던 9일 밤 "MBC 간부들은 한참 전에 다 퇴근했다네요"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기본+약간의 차별화

 JTBC <뉴스룸>의 19대 대선 개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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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미 튀는 개표방송으로 널리 알려진 SBS의 '미친' 그래픽은 외국인들에게도 경외(?)의 대상이었다. 제임스 피어슨 로이터 한국 주재 기자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SBS에 비하면 MBC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화면을 옮겨 와 문재인, 홍준표 얼굴을 심어 놓은 SBS의 그래픽 화면을 인용했다.

이렇게 작년 총선 방송과 마찬가지로 SBS의 개표방송에 경탄을 보낸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SBS는 기존 드라마·영화 패러디를 넘어 게임 '포켓몬고'의 화면까지 패러디해내는 재치와 센스를 선보였다. 또 감동 코드까지 녹여내며 진일보한 영상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SBS 박정훈 사장까지 사과에 나서며 선거 막바지 일파만파 파장을 낳았던 '문재인 세월호 인양 지연' 오보의 영향이었을까. KBS1, MBC와 비교해 젊은 감각으로 승부한 SBS는 JTBC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나다. 지상파 3사의 화려한 그래픽이나 이색적인 화면, 증강현실 등 기술력이 기존의 토론과 분석, '손석희+유시민' 카드에 윤여정이란 '화제성'을 내세운 JTBC의 차별화에 무릎을 꿇었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결국 '기본'에 살짝 더해진 '차별화' 정도라 할 수 있다. 이번 JTBC의 개표방송이 그걸 입증했다. 특집 <뉴스룸>의 시청률 약진은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KBS1은 논외로 치더라도, 화려한 화면보다 신뢰를 주는 분석과 공감대 있는 토크와 토론이 개표방송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할 수 있다. '손석희+유시민', 그리고 '윤여정' 카드가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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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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