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후배들과 `원피스`팀을 결성해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 윤상

후배들과 `원피스`팀을 결성해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 윤상ⓒ 오드아이앤씨


과거엔 대부분 악기를 잘 다루고 악보를 직접 그릴 줄 알아야 작곡을 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서 1인 내지 많아야 2명 안팎의 인력이 곡을 만드는, 사실상 개인 창작의 시대였다.

하지만 각종 장비 및 음악 장르 흐름이 달라지면서 전통적인 방식 대신 컴퓨터를 기본에 둔 작곡 작업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굳이 직접 연주를 하지 않아도, 악보를 그리지 않아도 곡을 만들 수 있는 요즘인 것이다.

직접 한 자리에 있지 않아더라도 서로의 작업 파일을 메일 또는 메신저로 주고 받고 화상 통화로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먼 나라의 창작인들과 협업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적인 작곡과 편곡의 역할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작곡가 혹은 탑 라이너


일반적으로 작곡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곡을 만드는 일로 알려져있다. 전통 방식에선 간단한 악기 반주를 뒤에 두고 주선율(멜로디)까지 만들면 작곡이 되는 것이고, 이걸 하는 사람을 작곡가로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계에선 '탑 라이너(Top Liner)'라는 직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힙합, EDM 등 다양한 샘플 들을 마치 레고 블록 조립하듯이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 크게 부각되면서 이미 만들어진 비트와 합을 이룰 수 있는 핵심 멜로디만을 만드는 인물이 기존 작곡가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 탑 라이너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전 대비 많은 인력이 작업에 투입되는게 요즘의 세태다. 최근 들어선 몇몇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도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른바 '자작돌') 보통은 탑 라이너 역할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뒤에 기술할 트랙메이커에 버금가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극히 일부 멜로디만 담당하고 작곡으로 기재될 수도 있다.

 지난해 종영한 JTBC `투유프로젝트 - 슈가맨`에 출연한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방송화면캡쳐)

지난해 종영한 JTBC `투유프로젝트 - 슈가맨`에 출연한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방송화면캡쳐)ⓒ JTBC


편곡가 혹은 트랙메이커(비트메이커)


편곡자(편곡가)의 역할은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지난해 방영된 TVN <노래의 탄생>, JTBC <투유프로젝트 : 슈가맨>등을 통해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사항이다.

어느 정도 미리 준비된 멜로디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듣기 좋은 방향으로 멜로디 및 각종 화음을 재배치하고 악기의 조합도 구상하면서 전문 스튜디오 음악인(세션맨)에게 이에 맞게끔 연주할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엔 앞서 말한 전자악기 기반 장르 위주의 작업이 흔히 이뤄지다보니 전문 연주인 대신 한두명의 인력이 직접 모든 악기 소리를 전담해서 기본 트랙을 만드는 게 몇몇 장르에선 보편시되고 있다.

이때 이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트랙메이커(비트메이커)'라고 업계에선 부르고 있다. 간단히 말해 기본 반주를 모두 만드는 업무를 한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탑 라이너 및 트랙메이커 몫을 동시에 담당하는 사람도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대표 작곡가로 명성을 얻은 용감한 형제, 신사동호랭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최근 작업물을 보면 역할이 다소 구분된다.

용감한 형제의 경우, 최근 참여한 틴탑의 신보 <High Five>에선 탑 라이너만 담당한 반면, EXID의 <Eclipse>에서 신사동호랭이는 후배들과 공동 진행한 탑 라이너 보단 단독 작업한 트랙메이커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곡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선 전통적인 작/편곡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발생하기도 한다. 몇몇 장르에선 음악 창작 작업의 상당량을 탑 라이너 보단 트랙메이커가 담당하기때문에 기존의 작/편곡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이도 적지 않다.

특히 저작권 등록 편의상 부득이 편곡자로 등재되는 트랙메이커가 더 큰 주목을 받아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도 업계 일부에선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비욘세의 음반 `Lemonade`. 수록곡 중 `Hold Up`엔 무려 13명이 작사/작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비욘세의 음반 `Lemonade`. 수록곡 중 `Hold Up`엔 무려 13명이 작사/작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소니뮤직코리아


공동 작업 혹은 단독 작업

최근 들어선 작곡 또는 편곡자 명단에 한두 사람의 이름만 올라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5~6명 이상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리는게 대부분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지금은 공동 작업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의 관점에선 여러 명의 협업이 제한된 시간에 맞춰 결과물을 즉시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또한 그러한 실적(이윤)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많은 창작물이 나오는 시대엔 예전처럼 한두곡만 만들어선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보다 많은 작업을 하기 위해선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체계적으로 분업화된 시스템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명이 작곡/편곡 작업에 매달리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비욘세의 걸작 음반 <Lemonade>에 수록된 히트곡 'Hold Up'에는 무려 13명의 창작자가 송라이터(작사 및 작곡)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기존 발표된 곡의 샘플링도 포함되었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곡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달라 붙는게 당연한 방식이 되고 있다.

이미 가수/작곡가로 명성을 얻은 윤상이 후배들을 규합해서 '원피스'팀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 역시 최근의 흐름에 발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지금도 단독 작업을 고집하는 전업 창작인들도 적잖다. 댄스, 발라드 가리지 않는 전천후 작업으로 명성을 얻은 윤일상의 경우, 여전히 작곡-편곡 대부분 혼자 진행하고 있다. 그의 입장에선 이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혹 인터넷 커뮤니티를 엿보면 "A는 매번 공동 작곡인 반면, B는 단독 작곡이라서 B가 더 뛰어난 음악인이다" 식의 글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여기엔 정답이 없다. 오히려 이런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단독이건 공동이건 대중들이 듣기 좋은 곡을 만들 수 만 있다면 그 작업이 가장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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