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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use it kind of gives 'permission' for other peoples to do the same thing.
"이것은 (강한 자들이 약자에게 그런 행동을 해도 좋다는) '허용'과 같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했던 연설의 일부입니다. 장애인 기자를 흉내낸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며, '힘 가진 이가 약자를 모욕하려는 본능을 드러내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We all lose)'고, 그는 힘주어 말했습니다. 큰 박수가 쏟아졌던 연설이죠.

그리고 얼마지 않아, 우리 앞에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대선 후보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하숙집 여학생을 강간하려는 동기를 도운 일이 있음을 자서전에 고백했습니다. 당연히 논란이 됐고 바다 건너 산케이신문까지 대서특필됩니다. 그리고 그는 아래와 같이 반박합니다.

홍준표 의원 돼지발정제 사건에 대한 페이스북 글
 홍준표 의원 돼지발정제 사건에 대한 페이스북 글
ⓒ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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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글의 성격 자체가 반성문이었다. 즉 잘못인 줄 알고 쓴 거다. 그리고 나는 강간에 직접 참여한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엄청 오래 전 일이다. 그리고 그만큼 내가 깨끗한 후보라는 방증이다.'

일단 분명히 하죠. 정치인에게 자서전은 정치 활동입니다. 책이 출간됐던 2005년도엔 그가 한창 정치를 할 때였고요. 내가 이런 일들을 잘못했다는 '고백'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말로서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호감이요, 나아가 '표'입니다.

즉, 정말 죽을 죄로 여기고 있고, 평생 숨기고 살 치부라 생각하고 있다면 그게 반성문이든 뭐든 출판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알고도 묵과'했다며 자신이 직접 강간에 참여한 자가 아니란 언질을 둔 대목도 보입니다. 하지만 '강간을 목적으로 돼지발정제를 요구'한 이에게 '돼지발정제를 직접 제공'하고, 심지어 강간이 실패하자 '그럴 리가 없다'며 돼지발정제의 효능에 대한 적극 항변까지 했다고, 책에는 서술돼 있습니다. 적어도 공범이나 종범은 된다는 얘깁니다.

'오래 전 일'이라는 말 역시 '물타기'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했듯 45년 전 일이든 450년 전 전생에 저지른 일이든 정말 부끄럽게 여기고 있고 정말 심각한 문제라 생각하고 있다면 '불과 12년 전'에 내놓은 자서전에 쓸 리가 만무합니다. 그리고 오래 전 일이지만, 대선은 '지금'이죠.

결정적으로 저 반박이자 해명이면서 '반격'이기까지 한 희한한 글엔 그 어디에도 피해 여성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그리고 '검증할 것이 없나 보다'는 말을 붙입니다.

저는 이 '검증할 것이 없긴 없나보다'는 문장에서, 메릴 스트립이 골든글로브 연설에서 사용한 'permission(허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이런 대선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한다면, 당선 여부를 떠나 그가 강간미수사건의 공범 혹은 종범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진 상태에서 유야무야 이 일을 그냥 넘긴다면 이것은 많은 국민들의 무의식에 일종의 'permission(허용)'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가 위에 쓴 표현대로, 강간 사건의 가해자들이 '어렸을 때 한 일'이고, '그 일 말고는 깨끗한 사람' 따위로 용서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정치적 지향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 헌법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든, 이 자체로 대선을 완주할 수 없는 중대한 이유입니다. 완주하더라도, 최소한 이렇게 넘어갈 일은, 아닙니다.

메릴 스트립의 골든글로브 연설을 다시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힘 있는 자들이 약자를 모욕하는 본능을 드러내면, 우리 모두는 패배자가 됩니다."

누군가는 이번 대선에서 '이겨야'합니다. 그리고 어느 후보가 이기든 모두의 승리가 되어야 합니다. 모두가 지는 선거가 되지 않도록, 다함께 목소리를 냅시다.


태그:#홍준표, #돼지발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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