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 포스터

영화 <인턴>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 주의, 이 기사는 영화 <인턴>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낸시 마이어스가 연출한 영화 <인턴>은 드문 매혹을 발산한다. 이 영화는 잠깐이라도 회사나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을 담고 있다. 벤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는 전직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의 중역이었다. 벤은 정년퇴직 후 아내와 사별하고 은퇴 후의 무료함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시도한다. 그리고 거리에서 우연히 인턴을 모집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그 쇼핑몰의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을 한다. 얼마 후 벤은 젊은 직원들로 가득한 그 쇼핑몰에 인턴으로 취업한다.

줄스(앤 해서웨이 분)는 창업한 지 일년이 조금 넘은 인터넷 스타트 업체의 30대 CEO다. 그녀는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순수하다. 일과 사랑을 위해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쓸 정도로 매사에 성실하고 바쁘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규모가 커져버린 회사를 감당하지 못해 고민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도 만만치 않다. 그녀는 고민 끝에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새로운 CEO를 영입하자는 회사 동료의 조언을 받아들인다. 그 와중에 그녀의 비서로 70대 시니어 인턴 벤이 들어온다.

"뭐? 70대 인턴? 안 돼!"
"잠깐이면 돼, 대표로서 먼저 모범을 보이는 거야."
"얼마나 해야 하는데?"

그녀는 처음엔 이 부담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졸지에 딸같은 CEO의 비서가 된 벤도 이 상황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벤은 젊은 CEO의 옆에서 비서로서 자신의 역할이 생기기를 차분이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벤은 인생선배로서의 경험을 젊은 동료들과 나누며 그들의 고민을 하나씩 해결해준다. 동료들은 그런 벤을 좋아한다.

일과 사랑, 동시에 두마리 토끼를 잡기

 영화 '인턴' 스틸컷

영화 <인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일과 사랑을 놓칠수 없는 줄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사랑스럽다. 그녀의 사랑스러움은 단지 영화의 캐릭터를 넘어서 그녀 자체의 매력으로 느껴질 정도다. 최고의 찬사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줄스가 새로운 CEO를 영입하기 위해 벤과 함께 도착한 샌프란시스코의 호텔 장면이다. 남편의 바람을 눈치채고, 벤 앞에서 흐느끼는 줄스, 커다란 눈망울 속에서 구슬처럼 떨어지는 눈물, 폭발하는 감정들, 일과 사랑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 그녀의 순수한 열망. 막장 드라마 주인공들이 뿜어대는 광기의 욕망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직장 상사는 어떻게 꼰대가 되는가?

영화 <인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옳은 말을 하기 위해서 옳은 일을 하는것"

이 대사는 영화 속 벤의 신념이다. 그의 신념은 옳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말도 골라서 해야 한다. 그의 생물학적 나이는 70대지만 동료들에게 해주는 그의 말은 닳고 닳은 꼰대의 어설픈 충고가 아닌 인생선배로서의 훌륭한 조언이다. 꼰대가 된다는 것은 뭘까? 그것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아집이나 소통의 불화라기 보다는 변해버린 시대적 상황과 정서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대한민국을 너무 우습게 보네. 당신같은 청년이 그 모습 그대로 나이먹게 둘만큼 이 나라가 허술하진 않아. 몇 년만 잘 버텨봐.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꼰대가 되어 있을테니까." - JTBC 드라마 <송곳> 1화 중에서.

군의 선거 개입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관학교 생도인 이수인(지현우 분)에게 군의관이 했던 말처럼 우리는 어느날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중요한 브리핑을 앞둔 회의실의 책상에서, 호프집의 생맥주 앞에서, 퇴근길의 버스안에서 혹은 엑셀창을 세 개씩 열어놓은 직장 후배의 모니터를 보다가도 말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채, 아니 배려라는 이유로 불쑥불쑥 튀어 나왔던 꼰대스런 말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는 누군가에게 꼰대인가? 아니면 멘토인가?

 드라마 <송곳>의 한 장면

드라마 <송곳>의 한 장면 ⓒ jtbc



프로이트의 '트라우마', 그리고 아들러의 '목적론'

영화를 보는 동안 두 명의 심리학자의 이론이 떠올랐다. 프로이트의 '트라우마 원인론'과 아들러의 '목적론'이다.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있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원인론'처럼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의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들러는 '트라우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더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고 한다. 현실을 마주하고 무엇을 할 건지 계획을 세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프로이트의 '원인론'이 아닌 아들러의 '목적론'을 따른다. 혹은 그렇게 보인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살지 않고 현실에 충실한다. 그리고 그런 삶이 자신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거라고 기대한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 가장 큰 이유다.

'꼰대'가 될것인가 '멘토'가 될 것인가

사고 나서 몇개월만 지나면 구형이 되어버리는 것은 비단 휴대폰이나 가전제품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삶의 주기도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시대는 변했다.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거나 사냥을 하거나, 생의 주기가 길었던 옛날엔 인생을 먼저 살았던 선배들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절과는 다르다. 오히려 새로운 제도와 기술을 받아 들이는 속도는 젊은 세대가 훨씬 빠르다. 이전 세대들은 신기술에 피로감을 느낀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어느날 인생의 후배 앞에서 꼰대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면 당장 그 교만한 생각과 입을 다물고 이 영화를 한편 보기를 권해본다. 우선은 나부터 다시 한 번 봐야겠지만. 올해는 대통령부터 회사의 말단 직원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꼰대스럽지 않은 권력자. 진정한 리더를 기대 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도 게시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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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고양 푸른학교반디교실 지역아동센터에서 시설장으로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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