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사 진진


종종 어떤 인디 뮤지션들은 '스타'가 된다. 그리고 장범준은 이 중에서도 근 몇 년간 가장 성공한 사례일 것이다. 장범준이 버스커버스커를 통해 발표한 '벚꽃엔딩'은 이후 매년 봄 울려 퍼지며 이른바 '봄 캐럴'로써 그의 스테디셀러가 됐다. 저작권료 수입이 수십억에 달한다는 소문에 '벚꽃 연금'이란 신조어까지 생겼고, 그가 서울 강남의 빌딩 한 채를 샀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 지저분한 얘기 좀 그만해."

장범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벚꽃>은 얼마 전 MBC <라디오스타>에서 가수 양희은이 한 이 말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MC들은 악동뮤지션에 저작권료 수입이 얼마인지 끈질기게 물었고, 이에 양희은이 불편함을 내비친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다시, 벚꽃>은 장범준의 음악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일부 여론을 무색하게 하는 작품이다. '벚꽃엔딩' 이후 장범준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영화는 그가 누리는 것들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그저 여전히 곡을 쓰고 버스킹에 나서는 그의 일상들을 카메라에 담을 뿐이다. 소속사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의 음악을 하는 장범준의 모습은 흔한 스타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말하자면 그는 여전히 '인디' 뮤지션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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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흐르는 장범준의 노래와 그 뒷이야기들은 마치 비밀일지를 들여다보듯 흥미진진하다. 특히 솔로 2집 제작에 함께하는 웹툰 작가와 함께 모교인 대학교를 찾은 그가 캠퍼스와 살던 동네 곳곳을 거닐며 과거를 추억하는 에피소드는 그의 곡들에 담긴 진정성과 그대로 맞닿는다. 대학 시절 처음 사귄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앞두고 작곡했다는 <처음엔 사랑이란게>, 자취방에서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만들었다는 <소나기>(주르르루) 등. 그가 겪은 사연과 당시 느꼈던 감정을 음악으로 표출한 과정들은 마치 마법과도 같은 창작의 힘을 새삼 증명한다.

영화가 이런 장범준의 모습에서 방점을 찍는 지점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자유분방함이다. "내가 노래를 만드는 건 사람들이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그는 자신이 느낀 일들로 오롯이 자신의 노래를 만든다. "20대에서 중요한 건 음악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그의 말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장범준은 절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음악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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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장범준이 음악을 전공한 적도 없고 음악이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사실도 주효하게 주목받는다. 악보를 볼 줄 모르는 그가 직접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연주자와 소통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음악 전공자들이 오히려 틀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주변의 말처럼, 그는 '잘 몰라서' 자유롭게 작곡을 한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도, 음악적인가 아닌가의 문제조차도 그에겐 부수적일 뿐이다. '음학'이 아닌 '음악'을 하는 장범준의 이런 태도는 솔로 아티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해 보인다.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를 잇는 장범준의 활동들은 영화가 일궈낸 커다란 수확이다. 가요와 인디 음악, 프로와 아마추어 뮤지션,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들은 영웅적으로까지 비친다. 특히 그가 또래 아마추어 연주자들과 팀을 꾸려 공연을 진행하고, 한편으론 베테랑 세션 연주자들을 모아 2집 앨범 녹음 작업을 이어가는 에피소드들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버스커버스커 활동 중단과 솔로 1집에 대해 "음악적으로 부끄러웠다"는 고백, "좋은 음악을 하면서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뮤지션들을 돕고 싶다"는 포부까지. 자신이 누려온 인기에 대한 그의 책임감과 실천 의식은 퍽 긴 울림으로 남는다. 지난 6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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