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밝은 류현진 일본에서 재활훈련을 한 류현진이 지난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출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애리조나로 이동해 개인훈련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재활훈련을 한 류현진이 지난 1월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출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가 지난 2년간 움츠렸던 날개를 다시 펼치려 한다.

LA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8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2016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작년 7월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4.2이닝 6실점 패) 이후 275일 만에 오르는 정규시즌 선발 등판이다.

류현진의 정규 시즌 마지막 승리는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전까지 거슬러 올라 가야 한다. 만약 류현진이 콜로라도전에서 승리투수가 된다면 무려 951일 만에 승리의 맛을 보는 것이다. 2013년과 2014년 다저스의 핵심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류현진은 2년의 긴 공백을 이겨내고 다시 다저스의 믿음직한 선발 요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범경기 14이닝 4실점 호투로 선발 로테이션 합류

지난 3월 12일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은 248일 만에 공식 경기에 등판했다. 시범경기로만 한정하면 2015년3월18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이후 726일 만의 등판이었다. 부상으로 워낙 오랜 기간 동안 공백을 가졌고 재활 기간에 통증이 재발한 적도 있었기에 류현진의 재기 여부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현지에서도 많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첫 재활 경기에서 2이닝 동안 26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지나치게 경제적인 투구를 하는 바람에 투구 후 불펜에서 24개의 공을 추가로 던졌을 정도. 무엇보다 투구 이후 어깨에 무리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류현진은 17일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카고 컵스전에 등판해 3이닝 동안 53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볼넷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첫 등판에 비해 투구 수가 2배 이상 늘어났지만 이번에도 몸에 이상은 없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순조롭게 투구 수를 늘려가며 착실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린 류현진에 대한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22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확신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컵스전보다 1이닝을 더 던지면서도 투구 수는 41개로 줄인 것이다. 이닝 당 10.25개에 불과한, 대단히 경제적인 투구였다. 류현진은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홈런 2방을 허용하며 3실점했지만 77개의 공으로 5이닝을 소화하며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과시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류현진이 선발 투수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발표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 마에다 켄타, 리치 힐, 브랜든 맥카시에 이어 다저스의 5선발로 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그리고 오는 8일 다저스의 시즌 5번째 경기인 콜로라도와의 원정경기 선발 등판이 확정됐다.

1037일 전, 쿠어스필드에서의 좋은 기억 끄집어 낼까

류현진이 시즌 첫 등판을 치르는 쿠어스필드는 다저스타디움이나 양키스티움처럼 구단 이름이 들어간 구장을 제외하면 국내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메이저리그 구장 중 하나다. 바로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별칭으로 워낙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오히려 쿠어스필드에서 좋은 기억이 있다.

류현진은 지난 2014년6월7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6이닝 8피안타2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물론 당시 타선과 비교해 보면 트로이 툴로위츠키(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비롯한 선수 몇 명이 빠져 있다. 하지만 놀란 아레나도가 2년 연속 홈런, 타점왕을 차지하며 콜로라도의 새로운 간판으로 떠올랐고 찰리 블랙몬, D.J. 르메이휴 같은 선수도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당연히 이번 경기에서도 류현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들이다.

다만 류현진의 선발 맞대결 상대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루키 카일 프리랜드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프리랜드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 지명을 받은 대형 유망주지만 아직 빅리그 경험은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6경기에 등판한 프리랜드는 2승2패 평균자책점 3.48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콜로라도의 5선발로 낙점 받았고 류현진을 상대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162경기 장기레이스를 치러야 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즌 초반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를 관리해 주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류현진은 오랜 부상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 첫 등판에서 대략 80개 내외, 많아도 100개를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는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되기 위해선 타선의 활발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124승),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54승)에 이어 '나이스가이' 서재응과 함께 코리안 빅리거 다승 공동 3위(28승)에 올라 있다. 만약 8일 콜로라도전에서 승리투수가 된다면 서재응을 제치고 다승 단독 3위로 올라설 수 있다. 그리고 류현진이 시즌 첫 등판에서, 그것도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승리를 따내면 올 시즌 화려한 재기를 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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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LA 다저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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