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뇌를 제외한 온 몸이 '의체'로 개조된 미라(스칼렛 요한슨 분)의 이야기다. 정부와 의체 생산기업 한카 로보틱스가 손잡고 만든 그는 테러조직에 맞서는 특수부대 '섹터9'의 메이저(소령)로 활약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무리가 한카에 대한 해킹을 시도하고 임원진을 잇따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소령은 베일에 싸인 이들을 추적하는 와중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과거를 하나하나 마주하고, 자신이 쫓고 테러리스트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큰 혼란을 겪는다.

단언컨대 이 영화는 오롯이 스칼렛 요한슨의 영화다. 그는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고, 중심이자 정점이다. 딱히 다른 인물이나 요소들의 존재감이 부족하단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의 존재가 다른 모든 것들을 손쉽게 압도할 정도로 강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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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을 대표해 온 '섹시'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잡티 하나 없는 우윳빛 피부, 매끈하면서도 탄탄한 몸매는 분명 완벽에 가까운데 이상하리만치 섹스어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심지어 나신과 다름없는 초밀착 수트 차림의 그가 쉴새없이 스크린을 수놓는 데도 말이다.

작전 중 드레스를 입고 미인계라도 사용하는 그를 기대한 관객에겐 애석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각도로도 '여성성'에 얽매이지 않는 극 중 메이저의 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탁월한 지점이다. 사이보그지만 영혼(Ghost)을 지닌 그에게 중요한 건 성 정체성에 앞서 인간 개인의 근저에 자리한 존재론적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메이저의 임무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관계 맺는 남성 캐릭터들은 그의 자아를 찾는 데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 혹은 단서일 뿐 결코 로맨스 상대가 아니다. 메이저를 구하려다 두 눈을 잃은 동료 바토(필로우 애스백 분)도, 테러리스트를 이끄는 적 쿠제(마이클 피트 분)도 그렇다. 이는 SF 영화의 '바이블'로 평가받는 원작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주인공의 상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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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메이저가 인간 여성과 마주하는 짤막한 시퀀스들은 의미심장하다. 거리에서 한 창녀를 만난 메이저는 방 안에서 그와 독대하며 "진짜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여자는 화장을 지운 민낯을 내보이고, 메이저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주근깨투성이인 그의 얼굴을 매만진다. 메이저가 낡은 아파트에 사는 중년 여성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도 다르지 않다. 여자는 메이저에게 자신의 딸에 대해 이야기하고,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마치 오랜만에 만난 딸을 대하듯 다정하게 그를 대한다. 자신을 향해 하나같이 "당신은 누구죠?"라고 묻는 두 여자의 질문에 "나도 모른다"라며 황급히 일어나는 메이저의 복합적인 표정은 꽤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뉴욕과 도쿄, 홍콩의 모습이 혼재된 듯한 영화의 배경은 원작이 지닌 사이버펑크(cyberpunk)의 색채를 충실이 재현한다. 특히 의체화를 적극 수용한 고위층, 의체의 혜택에서 배제된(또는 제한된) 하층민의 생활 무대가 각각 번화한 도시, 그리고 다운타운 및 슬럼가로 그려진 점은 인상적이다. 이는 '완벽한 사이보그'와 '불완전한 인간'을 절묘하게 대비시키며 쌉싸름한 뒷맛을 남긴다. 다분히 디스토피아적인 잿빛 톤으로 표현된 도시의 면면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에서 메이저의 불확실한 현실과 기억을 조명하는 데에도 주효하다.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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