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테이션


후바타(미야자와 리에 분)는 누구보다도 강한 엄마다. 일년 전 말없이 가족을 떠난 남편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씩씩하게 열여섯 딸 아즈미(스기사키 하나 분)를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을 느낀 후바타는 병원에서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홀로 남을 아즈미를 위해 사설탐정을 통해 남편 가즈히로(오다기리 죠 분)를 찾아내고, 가즈히로는 물론 그의 배다른 딸 아유코(이토 아오이 분)까지 집에 들여 함께 살기로 한다. 각자 상처를 지닌 네 가족은 가즈히로가 물려받은 목욕탕을 운영하며 점점 가까워지고, 후바타는 두 딸과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 중 아즈미에게 자신이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는다.

영화 <행복 목욕탕>은 가족 공동체가 만들어 내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세심하게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후바타를 중심으로 혈연관계 너머에까지 이르는 가족 구도를 형성하고, 무언가 결핍된 개인들을 따뜻한 온기 속에 모아내며 이상적인 연대를 그린다. 후바타와 아즈미의 2인 가족 구도에 가즈히로와 아유코가 더해져 이뤄지는 네 가족의 동고동락, 그리고 이 와중에 이어지고 또 생겨나는 새로운 관계들까지. 영화는 죽음을 앞둔 후바타의 여정을 뒤따르면서도 끝끝내 그 뒤에 자리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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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으로 펼쳐지는 가족애 속에서 유독 돋보이는 건 아즈미와 후바타의 관계다. 특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즈미와 이를 대하는 후바타의 태도는 의미심장하다. 후바타가 온통 물감 범벅이 된 아즈미를 보고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옷을 갈아입히는 장면, 반 아이들이 교복을 숨긴 탓에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즈미를 억지로 떠미는 장면 등은 특히 아릿하다. 당장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대신 딸의 자립을 위해 그저 마음으로 응원하는 후타바에게서는 10대 딸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속내가 아릿하게 비친다. 엄마에게 속옷을 처음 선물 받은 아즈미가 바로 그 속옷을 매개로 비로소 아이들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에피소드는 남다른 성장통으로서 큰 울림을 남긴다.

아즈미의 어린 이복 여동생 아유코 또한 많지 않은 비중에도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친모에게 버림받고 후바타의 보살핌을 받게 된 아유코가 조금씩 새로운 가족 안에 녹아드는 전개는 의미심장하다. 전에 살던 집 현관 앞에서 종일 엄마를 기다리던 그가 후타바와 아즈미 앞에서 돌연 실수를 하는 장면, 가족 간의 식사 자리에서 "이제부터 더 열심히 목욕탕 일을 돕겠다"면서 "그래도 계속 우리 엄마 좋아해도 되느냐"고 묻는 장면 등은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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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동 속에 곁들여지는 코믹한 장면들은 영화 속 화룡점정이다. 영화 초반부 1년 만에 가즈히로를 찾아낸 후타바가 국자로 그의 머리를 내리친 뒤 떨어지는 피를 받는 에피소드나, 차를 타고 휴게소에 들른 후타바 일행이 히치하이크 청년 타쿠미(마츠자카 토리 분)를 경계하며 차창을 내렸다 올리길 반복하는 장면에선 유쾌한 웃음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코믹 요소들은 꼼꼼하면서도 작위적이지 않아 신선하게 다가온다. 비극적인 상황을 역설적인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이같은 연출은 자칫 신파 분위기에 매몰될 수 있는 서사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장치로서 탁월하다.

지난 2013년 독립 장편 <캡처링 대디>로 데뷔한 나카노 료타 감독이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행복 목욕탕>으로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그는 올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6개 부문에 지명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극 중 엄마 후타바 역의 미야자와 리에, 아즈미로 분한 스기사키 하나는 나란히 우수여우주연상과 우수여우조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3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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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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