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추운 겨울을 뒤로 하고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3팀이 따뜻한 봄날 3월을 겨냥, 새로운 음반으로 음악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제 각각 2~3주 정도의 방송 및 각종 활동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현재 상황을 중간 점검해봤다. (기재 순서는 음원 공개 날짜순)

[러블리즈] 10개월의 공백, 양질의 작품으로 보답

 < R U Ready? >로 돌아온 러블리즈. 윤상과 한 번 더 호흡을 맞췄다.

< R U Ready? >로 돌아온 러블리즈. 윤상과 한 번 더 호흡을 맞췄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새음반] R U Ready ? (정규 음반) [머릿곡] 'WOW'
[유튜브] 조회수 217만회 (배급사) + 106만회 (소속사)
(최근 가요계에선 동일한 뮤직비디오를 소속사+음원 배급사가 각각 등록하고 있다.)
[음원] 멜론 주간 순위 82위 → 79위 → 85위
[방송] KBS 뮤직뱅크 4위, SBS 인기가요 17위, MBC뮤직 쇼챔피언 11위 (최고 순위 기준)

지난 2월 27일 자정부터 달라진 음원 실시간 순위 제도 변경으로 인해 부득이 26일 밤 10시에 첫 공개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멜론 순위 누락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멤버 예인의 발목 부상 때문에 사실상 7인 체제로 무대 활동을 펼치는 어려움도 뒤따랐다.

비록 음원 강자는 아니지만, 장기간 순위에 머물렀던 'Ah-Choo'를 비롯해서 'Destiny(나의 지구)' 등이 선전을 펼쳤던 터라 새 음반의 머릿곡 'Wow'에 대한 기대감은 제법 컸다. 그런데 호불호가 갈리는 곡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과 함께 음원 순위에서도 중하위권에 머무는 등 당초 예상과 어긋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각종 TV, 라디오 생방송 등을 통한 부지런한 활동에 발맞춰 'Wow'에 대한 뒤늦은 호감 및 중독성을 표시하는 대중들이 적잖게 늘어갔다. 게다가 소위 "1년 2컴백"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가요계에서 비교적 긴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 Ready?>의 음반 판매는 전작 <A New Trilogy>를 상회하는 선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들어왔던 노래들과는 이질감이 감도는 악곡 구조로 인해 "이젠 대중성을 밀어야 하지 않냐?"라는 일부 골수 러블리즈 팬들의 질타도 있었지만 'Wow' 속 이외의 치밀한 구성은 그동안 윤상(원피스팀)이 구상하고 들려줬던 음악/소리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대신 최신 흐름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자신의 색깔(특유의 코드 사용 방식)은 유지하는 나름의 노력도 엿보인다.

오랜만의 정규 음반이라는 점에서 수록곡들의 높은 완성도 역시 인상적이다. 다채로운 전자 사운드로 통통 튀는 발랄함을 선사하는 'Cameo' (심은지, 변방의 킥소리 작곡), 슬픔 어린 분위기로 곡을 이끌어가는 'Night And Day'(Bee 작곡) 등은 러블리즈 또는 아이돌 음악팬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들어봄 직한 노래들이다.

그리고 케이, 진 등 기존 보컬 비중이 높았던 멤버들 외에도 유닛 형태의 곡들을 통해 나머지 멤버들의 가창력을 밖으로 꺼낸 점도 본작이 지닌 긍정적인 요소 중 하나다.

한편 이 음반 속 의외의 재발견(?)은 관록의 작곡팀 스윗튠이다. (카라, 인피니트, 레인보우 등 담당) 지난 2014년 인피니트의 'Last Romeo' 이후 울림엔터테인먼트와는 인연이 끊어진 줄 알았던 이들이 근 3년 만에 같은 회사 소속 러블리즈의 작품을 통해 돌아왔다.

최근 2년여 사이 스윗튠은 스누퍼, 로미오, 에이디이, 일급비밀 등 비교적 신참급 그룹들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예전 같은 반향은 얻지 못했다. 러블리즈 신작에선 비록 수록곡 참여에 국한되지만 한창 시절의 기운을 회복한 모양새다. 기타 팝-록 형태의 경쾌한 멜로디로 이뤄진 'The' (미주, 수정, 예인 노래), 'Emotion' 등으로 스윗튠 반등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구구단] 아직 불분명한 색깔... 세정 이외 멤버들도 적극 활용해야

 < Act.2 Narcissus >로 컴백한 구구단. 나름 성과를 보였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 Act.2 Narcissus >로 컴백한 구구단. 나름 성과를 보였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새음반] Act.2 Narcissus (미니 음반) [머릿곡] '나 같은 애'
[유튜브] 조회수 67만회 (배급사) + 346만회 (소속사)
[음원] 멜론 주간 순위 미진입
[방송] SBS MTV 더쇼 2위, 뮤직뱅크 3위, 인기가요 19위, 쇼챔피언 7위

지난해 <프로듀스 101>,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등에 업고 등장한 팀 중 하나가 구구단이었다. 신인 걸그룹치곤 비교적 준수한 성적인 2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팬덤은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한편으론 "김세정 효과"의 후광이라는 부정적인 그림자도 드리워졌다. 살짝 당혹스런 느낌마저 들었던 데뷔곡 'Wonderland'의 의상 및 안무도 아쉬움을 준 요소 중 하나였다.

8개월여 만에 선보인 미니 1집 <Act.2 Narcissus>는 나름의 의지가 엿보이는 음반이다. 아이오아이 및 <프로듀스 101>을 통해 나름의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이상하리만큼 구구단에선 부각이 덜 되었던 미나, 나영을 이번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존 멤버들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머릿곡 '나 같은 애(A Girl Like Me)에선 지난해 '너무너무너무'를 통해 래퍼 본능(?)을 발견한 미나의 깜찍한 랩이라던지 중음역대를 지닌 나영의 개성 있는 목소리 등을 내밀면서 전작 대비 역동성과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선보이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세정의 성장세는 특히 이번 음반에서 두드러져 보인다.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및 솔로 싱글 등 녹음 작업을 여러 차례 경험한 덕분일까? 실전을 통해 기량을 키워나가는 운동선수처럼 점차 고음역 목소리까지 책임지면서 자신의 능력치를 계속 향상하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지난 1월 우주소녀, 에이프릴에게 느꼈던,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 구구단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 같은 애'가 음원 공개 이후 멜론 등 주요 음원 순위에서 오랜 기간 버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음반 전체적으론 몰입도가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도 그렇지만 "구구단만의 색깔은 OO이다"라고 설명하기엔 뭔가 애매함이 이 팀의 주변을 감싸는 상황이다.

다행히 러블리즈와 마찬가지로 전작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 이를 통한 방송 순위 상위권 진입 외에 팬층을 두껍게 만들어가면서 몇몇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팀 대표 하나, 미미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으로 삼아 볼 만 하다.


[여자친구] 과감한 이미지 변신... 지금은 적응기

 여자친구의 신보 < The Awakening > 표지 이미지. 바뀐 콘셉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자친구의 신보 < The Awakening > 표지 이미지. 바뀐 콘셉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쏘스뮤직


[새음반] The Awakening (미니 음반) [머릿곡] 'Fingertip'
[유튜브] 조회수 663만회 (배급사) + 126만회 (소속사)
[음원] 멜론 주간 순위 17위 → 18위
[방송] 더쇼 1위, 뮤직뱅크 3위, 쇼챔피언 3위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 등으로 새로운 음원 강자로 등극한 여자친구가 이번에 과감한 변신에 나섰다. 이른바 '파워 청순'으로 대표되는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 교복 대신 총을 든 여전사(밀리터리 패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지난 2주간 음원 시장에선 전작들과 달리 10위권 밑을 맴도는, 살짝 아쉬운 성적을 현재까지 내보이고 있다. (한편으론 그만큼 현재의 음원 시장 상황이 예전 대비 상당히 진입장벽이 두터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면 음반은 발매 첫 주에만 3만 장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확실한 팬층 마련이란 긍정 신호를 비추고 있다.

여자친구가 언제까지 '교복 입은 소녀'의 모습으로만 머물 순 없는 법. 기대 이상으로 달라진 콘셉트에 여자친구들은 나름 걸맞은 옷을 입고 음악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을 이뤄냈다. 대쪽 같은 발성의 유주, 깜찍한 은하의 목소리 외에도 나머지 멤버들의 지분이 비교적 고르게 늘어난 모양새다.

이전 소녀시대('다시 만난 세계'),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다웠던 곡들의 자리는 또 다른 형식의 복고풍 음악들로 대신했다. 이기용배가 담당한 머릿곡 'Fingertip'은 1980~1990년대풍의 전자 사운드 위주로 구성되어 "질주하는 기타 솔로 연주"로 대표되는 기존 여자친구의 곡과도 다른 면을 드러낸다.

일정 부분 테일러 데인, 엑스포제, 스위트 센세이션 같은 1980년대 후반 영미 댄스팝 성향의 솔로 여가수 및 걸그룹들의 음반들을 연상해도 좋을 만큼 그 시절 소리를 21세기에 맞게끔 재현해냈다.

e.One이 담당한 '핑'은 최근 샤이니의 시도 이후 점차 가요계에서 다시 늘어나는, 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뉴잭스윙" 성향의 곡으로 앞선 'Fingertip'과는 다른 방향에서 복고를 추구하고 있다.

아직은 달라진 여자친구의 모습에 대중들의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은 현재의 선택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기존 이미지의 고착화 대신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자친구의 변심(?)이 한편으론 반가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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