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구단으로 운영하는 V리그 남자부는 3, 4위 간의 승점 차이가 3점 이하일 경우 3, 4위 팀 간의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지난 시즌에도 3위 삼성화재 블루팡스(66점)와 4위 대한항공 점보스(64점)와의 승점 차이가 2점이어서 단판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실시했다(삼성화재 3-1승). 하지만 이번 시즌엔 3위와의 승점 차이가 4점이 되면서 삼성화재의 봄 배구가 무산됐다. 프로 출범 후 삼성화재가 봄 배구에 나가지 못한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삼성화재의 13년 연속 봄 배구를 좌절시킨 팀은 바로 한국전력 빅스톰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10일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기며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다. 한국전력이 봄 배구에 초대 받은 것은 2014-2015 시즌 이후 2년 만이다. 최근 세 시즌 동안 두 번이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니 이제 한국전력도 강호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당장 한국전력은 플레이오프에서 엄청난 상대를 만나게 된다. 바로 시즌 내내 대한항공과 우승을 놓고 다퉜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다. 현대캐피탈은 23승13패로 68점의 승점을 얻으면서 62점의 한국전력을 비교적 여유 있게 누르고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는 한국전력이 현대캐피탈을 5승1패로 압도한 바 있다. 현대캐피탈이 한 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 약하다고? 문성민이 '하드캐리'한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32세가 된 문성민은 여전히 매 시즌 성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32세가 된 문성민은 여전히 매 시즌 성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남자부와 여자부를 막론하고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국배구연맹에서는 이번 시즌부터 남자부에도 트라이아웃 제도를 실시해 무차별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경쟁을 막았지만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득점 순위 BEST5는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유난히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트라이아웃으로 선발했던 캐나다 출신의 톤 밴 랭크벨트는 27경기에서 348득점에 그치며 퇴출당했다. 외국인 선수로서 팀의 주포가 되기는커녕 보조공격수로서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었다. 대체 선수로 데려온 다니엘 갈리치(등록명 대니) 역시 9경기 87득점으로 신통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에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을 만회할 걸출한 토종 공격수 문성민이 있다.

경기대 졸업 후 독일과 터키리그에서 뛰다가 2010년부터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활약한 문성민은 이번 시즌 36경기에서 739득점(6위), 공격성공률 54.62%(2위)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는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던 지난 시즌(554득점, 공격성공률 48.9%)을 능가하는 활약이다. 문성민은 플레이오프에서도 당연히 현대캐피탈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책임질 예정이다.

블로킹(세트당 0.58개)과 속공(64.73%) 부문에서 나란히 2위에 오른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과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한 최민호의 존재도 든든하다. 두 선수는 세트당 1.15개의 블로킹을 합작하며 현대캐피탈의 높이를 책임지고 있다. 풀타임 주전으로서 사실상 첫 시즌을 보낸 노재욱 세터 역시 시즌을 치를수록 경험치가 쌓이면서 공격수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다만 불안한 서브리시브는 현대캐피탈의 커다란 불안요소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50%가 넘는 서브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여오현 리베로(61.71%)뿐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에서 얌전히 여오현에게 서브를 넣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박주형이나 대니의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노재욱 세터가 혼란에 빠져 현대캐피탈이 고전할 확률이 높아진다.

정규리그 상대전적 5승1패, 현대캐피탈은 자신 있다

 강민웅 세터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강민웅 세터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한국배구연맹


정규 시즌 36경기 중에 44%에 해당하는 16경기를 풀세트로 치렀다. 물론 풀세트 경기 승률은 62.5%(10승6패)로 매우 좋은 편이었지만 풀세트로 치른 경기에서 몇 번만 승점 3점을 획득했더라도 한국전력의 순위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10번의 풀세트 승리를 통해 접전 경기에서 승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한국전력의 풀세트 승리 10번 중 4번이나 제물이 됐던 팀은 다름 아닌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될 현대캐피탈이다.

한국전력에는 현대캐피탈과 달리 확실한 외국인 거포 아르파드 바로티가 있다. 바로티는 정규리그에서 득점 3위(876점), 공격성공률9위(47.66%), 서브 6위(세트당 0.30개)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지난 2013년 러시앤캐시에서 활약할 때와 비교해 기량이 부쩍 성장한 바로티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한국전력의 주공격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전광인과 서재덕으로 이어지는 성균관대 동문 레프트 콤비 역시 한국전력이 내세우는 최고의 무기다. 정규리그 득점 7위(583점), 공격성공률 3위(54.41%)에 오른 전광인은 현대캐피탈의 문성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최고 수준의 공격수이고 득점 12위(410), 수비(리시브+디그) 2위(세트당 6.34개)에 오른 서재덕은 공수를 겸비한 V리그 최고의 살림꾼이다.

많은 배구팬들이 이번 플레이오프를 '윤봉우 시리즈'라고 부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을 떠나 한국전력에 입단한 윤봉우가 생애 첫 블로킹왕(세트당 0.62개)에 오르며 친정팀과 단기전에서 재회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의 공격패턴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윤봉우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승부의 추는 한국전력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 수도 있다.

다만 커리어 내내 주전 경험이 많지 않은 강민웅 세터가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민웅 세터가 현대캐피탈의 홈팬들로 가득할 천안 경기에서 긴장한다면 한국전력의 공격수들도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기 힘들다. 게다가 한국전력에는 강민웅을 보좌할 백업세터도 마땅치 않아 사실상 강민웅의 손끝에 한국전력의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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