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역전승... 챔스 대신 유로파 토너먼트 진출 지난 2016년 12월 7일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코의 UEFA 챔피언스 리그 E조 경기, 토트넘의 손흥민과 델레 알리 그리고 해리 케인이 경기에서 득점한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7일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코의 UEFA 챔피언스 리그 E조 경기, 토트넘의 손흥민과 델레 알리 그리고 해리 케인이 경기에서 득점한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멀리 런던에서 보낸 손흥민의 봄 선물이 왔다. 그것도 한꺼번에 보따리에 담아보냈다. 자랑스러운 프리미어리거로서 첫 해트트릭 기록을 남긴 것도 모자라 자기보다 더 벤치 대기 시간이 길어서 마음 고생 심했던 골잡이 빈센트 얀센을 활짝 웃게 만든 도움까지 기록했으니 바로 3월 12일을 손흥민의 날로 지정한 셈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12일 오후 11시 런던에 있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벌어진 2016-2017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8강전 밀월과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해트트릭+도움 1개 맹활약에 힘입어 6-0의 대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4강에 올랐다.

발목 부상 케인의 빈 자리를 손흥민이 메우다

경기 시작 후 10분도 안 되어 홈 팀 토트넘 홋스퍼에 나쁜 소식이 들렸다.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이 대각선 슛을 날린 뒤 상대 팀 밀월 수비수와 엉켜 쓰러지면서 발목을 다친 것이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겨우 걸어나가기는 했지만 해리 케인의 빈 자리가 걱정이었다.

벤치에는 빈센트 얀센이라는 대체 골잡이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들여보내며 손흥민에게 비교적 자유로운 공격수 역할을 맡겼다. 그렇게 되니까 토트넘의 공격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상대 팀 밀월이 비록 3부리그(잉글리시 리그1)에서 뛰는 팀이기 때문에 한 수 아래의 경기력을 보였지만 그래도 8강 높이까지 올라온 것을 감안하여 토트넘 선수들이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31분에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벼락같은 오른발 발리 슛 선취골을 시작삼아 토트넘 홋스퍼의 신나는 골 잔치가 3만1137명 홈팬들 앞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해리 케인의 빈 자리를 손흥민이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는 사실은 전반전 끝나기 전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 시작 골은 41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나왔다. 에릭 다이어가 밀어준 공을 받은 손흥민은 특유의 경쾌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상대 선수 1명을 따돌리고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을 노렸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혔다. 쉬워 보여도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대각선 감아차기가 아니었다.

발리 슛 2개 더 '손흥민', 해트트릭 완성

시즌 12호골을 아름다운 감아차기로 만들어낸 손흥민은 후반전에 더욱 빼어난 몸놀림을 자랑하며 상대 팀 밀월 선수들을 곳곳에서 힘들게 만들었다. 54분에 터뜨린 추가골은 난도가 꽤 높은 발리 슛이어서 보는 이들이 좀처럼 입을 다물 수 없는 것이었다.

손흥민과 눈이 맞은 오른쪽 풀백 키어런 트리피어가 자로 잰 듯한 로빙 패스를 넘겨주었고 상대 오프사이드 함정을 허물며 공간으로 빠져들어간 손흥민이 그 공을 잡지도 않고 오른발 발리 슛으로 연결한 것이다. 앞이나 옆에서 날아오는 공을 발리 슛으로 연결하는 것은 웬만한 선수들도 따라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앞 공간으로 달려가는 공격수의 뒤에서 넘겨주는 공은 곧바로 슛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 아니다. 제 2 동작을 위해 잡아놓는 터치조차도 어려운 공을 손흥민이 과감하게 발리 슛으로 대응하며 꽂아넣은 것이어서 관중석 곳곳에서 환호성과 함께 감탄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완성하기 전에 후반전 교체 선수 빈센트 얀센을 빛내는 반 박자 빠른 도움까지 올렸다. 왼쪽 측면 역습 과정에서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직접 슛(해트트릭) 욕심을 내지 않고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를 밀어줘 얀센이 멋진 왼발 추가골을 차 넣은 것이다.

이처럼 동료를 더 빛내는 플레이로 5-0의 점수판을 만든 손흥민은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끝날 무렵 행운의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왼쪽 측면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올려준 크로스를 받아 왼발 발리슛을 터뜨린 것이다. 양쪽 발을 다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재능이 꽤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왼발을 떠난 공이 그만 밀월 골키퍼 톰 킹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대로 해트트릭의 꿈이 무산된 것인가 싶었지만 운 좋게도 톰 킹이 그 공을 잡다가 가랑이 사이로 흘려버렸다. 공에 대한 정확한 임팩트 동작이나 회전이 바로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이끌어낸 셈이다.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골 세리머니를 펼친 손흥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프미리어리그 진출 첫 번째 해트트릭을 기념, 그 공을 간직하기 위해 가져다가 유니폼 상의로 감싸며 애지중지했다. 활짝 핀 손흥민의 표정이 몇 시간 뒤에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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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잉글리시 FA컵 8강 결과(12일 오후 11시, 화이트 하트 레인, 런던)

★ 토트넘 홋스퍼 6-0 밀월 [득점 : 크리스티안 에릭센(31분,도움-델레 알리), 손흥민(41분,도움-에릭 다이어), 손흥민(54분,도움-키어런 트리피어), 델레 알리(72분,도움-크리스티안 에릭센), 빈센트 얀센(79분,도움-손흥민), 손흥민(90+2분,도움-크리스티안 에릭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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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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