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3일 오전 1심 판결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강정호는 2009년 8월 음주단속에 적발되고 2011년 5월에도 술을 마시고 교통사고를 내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됐다.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지난 3일 오전 1심 판결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심으로 반성한다던 호소는 결국 형량을 덜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던 것일까. 최근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던 프로야구 선수 강정호(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1심에 불복하고 항소할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 2016년 12월 2일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4%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나 입건됐다. 강정호가 예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됐다. 여기에 강정호 측은 처벌을 피하기 위하여 운전자를 바꿔치기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당초 강정호에게 벌금 1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으나 법원은 강정호의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다고 판단하여 재판에 회부했다. 강정호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에서 비록 집행유예라고는 하지만 끝내 검찰의 구형보다는 더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항소를 하지 않았다.

예상을 깬 강정호 측의 이번 항소는 미국행을 위한 비자 발급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도 강정호의 미국 출국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직업 야구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취업비자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의 자유로운 출입국을 제한하려는 분위기에서 강정호처럼 전과 경력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취업 비자를 발급받지 못할 경우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선수 경력 자체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강정호 측은 애초 약식명령으로 벌금에 그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비자 발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강정호는 현재 재판 문제로 피츠버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고 아직도 한국에 머물고 있다.

설상가상 피츠버그 구단은 최근 강정호를 제한선수 명단(Restricted list)에 올랐다. 제한선수는 부상 이외의 사유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선수들을 위한 제도다. 음주운전이나 금지약물 복용 등 리그 규정 위반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 이 명단에 포함된다. 제한선수 명단에 오른 선수는 등재 기간 동안 25인·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고, 구단으로부터 급료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피츠버그 구단 측은  강정호의 제한선수 명단 등록이 징계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로서 강정호가 시즌 개막까지도 팀 복귀와 경기 출장이 불투명한 것을 감안하면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강정호의 올해 연봉은 275만 달러(약 31억7000만원)다.

강정호 측은 항소심을 통해 형량을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낮추는 것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만큼 강정호는 설사 2심에서 감형을 받지 못해도 최소한 1심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계산하고 단행한 항소다. 다만 이로써 강정호는 메이저리그가 개막하는 4월 초반까지도 팀에 합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정호의 항소, 팬들은 싸늘하다

강정호의 항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하다. 그간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던 강정호가 재판 결과에 불복하여 항소한 것은, 그간의 변명도 결국 모두 선처를 받기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자백한 셈이다.

아직도 강정호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집행유예 판결만 해도 이미 과분한 선처였다는 사실이다. 초범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적발된 음주운전만 세 차례에다가, 추가로 공공기물 파손에 뺑소니, 허위 진술까지 종합선물세트로 저지른 범죄자에게 실형을 내리지않은 것만 해도 일반인의 상식적 기준에서는 오히려 '특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호는 그마저도 무겁다며 법을 이용하여 '좀 더 봐달라'고 또다시 떼를 쓰고 있다. 항소는 죄가 없거나 '억울한 약자들'을 위한 보호장치이지, 강정호처럼 오히려 앞장서서 법질서를 훼손한 이들의 편의나 사정을 봐주기 위한 창구가 아니다.

강정호가 선처를 호소하는 명분의 본질은 결국 메이저리그에서의 선수 활동이다. 그러나 이는 그저 강정호 개인의 영리를 추구하기 위한 활동일 뿐 우리 사회의 공공질서나 이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강정호에게 음주운전을 하라고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본인이 스스로  법질서에 위배되는 행동을 상습적으로 저지르며 물의를 일으켜놓고, 이제 와 그 보상을 법에 호소하는 건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이번 사건으로 설사 강정호 본인의 메이저리그 선수경력에 타격을 받든 방출을 당하든 그것 또한 본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당연한 대가에 불과하다. 만일 항소심에서 강정호의 죄가 감형되기라고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평등한 법질서와 원칙에 악영향을 미치는 나쁜 사례가 될 뿐이다.

강정호 측은 음주운전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끊임없이 '야구'를 변명의 핑계로 앞세워왔다. "실망하신 분들께 야구로 보답하겠다."(경찰 출석 당시)거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야구선수로서 국위선양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달라"(1심재판에서 강정호 측 변호인의 변론)고 호소해왔다. 그러나 강정호는 음주운전을 한 순간부터 국위선양이 아니라 '국제망신'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지금 대중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강정호의 야구가 아니라 합당한 죄의 대가와 자숙임을 부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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