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와 매트>의 한장면

<패트와 매트>의 한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스톱 모션 퍼펫(Stop Motion Puppet) 애니메이션은 '영화 매체로 담아낸 인형극'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세트를 무대로 자그마한 인형들이 등장해 이런저런 말과 행동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는 무대 뒤에서 인형을 움직이는 손도, 팔다리를 조종하는 가느다란 줄도 없다. 디지털화된 데이터, 또는 2차원으로만 존재하는 그림이나 사진도 아닌 이 세계는 스크린 속에서 스스로 살아 움직인다.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오브제들이 '시간'이라는 마법을 통해 영혼을 부여받는다.

<패트와 매트>는 체코를 대표하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1976년 첫 단편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총 91개 작품이 발표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제작 중이다. 함께 생활하는 패트와 매트 두 주인공이 자신들의 집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적 난관들을 코믹하고도 재치있게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패트와 매트>의 한장면

<패트와 매트>의 한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패트와 매트: 뚝딱뚝딱 대소동>은 지난 40여 년 간 발표된 시리즈 일부를 모아 HD 화질로 리마스터링해 선보인 것이다. <화장실을 고쳐요> <오렌지 주스를 만들어요> <운동 기구가 생겼어요> 등 10분 내외 길이의 단편 열 개가 담겼다. 여기에 오프닝과 엔딩, 각 단편 사이사이에 짤막한 인서트 장면들을 포함해 시리즈 마니아들에 대한 일종의 팬서비스도 제공한다. 패트와 매트가 본인들의 단편 필름을 직접 걸어 영사하는 구성에서는 제작진의 긍지와 향수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집 안팎에서 펼쳐지는 두 주인공의 에피소드들은 일상적이면서도 폭넓다. 패트와 매트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완수해 나가는 전개는 단순하지만, 그 과정이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고 참신한 덕분이다. 바닥 장판을 깔려던 계획이 어느 순간 천장 공사로 바뀌고, 집 안에 마련한 운동 기구를 돌연 자동차로 변모시키는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일상 속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둘 앞의 장애물은 만만치 않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란 태도로 수단과 목표를 조정할지언정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세대를 아우르며 남다른 교훈을 남긴다.

 <패트와 매트>의 한장면

<패트와 매트>의 한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인물 대신 그의 행동에 중점을 둔 서사는 스톱 모션 기법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시너지를 발휘한다. 작은 눈과 입, 뭉툭한 코를 가진 패트와 매트는 어떤 대사도 없이 그저 행동할 뿐이다. 대신 이들의 감정을 유추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사건과 그에 따른 반응,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새로운 사건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다. 영화의 부제대로 두 주인공이 내내 '뚝딱뚝딱' 무언가를 고치는(혹은 망치는) 와중에 패트가 주로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라면, 매트는 아이디어 제공자인 동시에 사고뭉치 역할을 맡는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패트와 매트> 속 에피소드는 대개 이런 식이다. 두 주인공은 초가삼간을 태우고라도 빈대를 잡았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심지어 초가삼간이 타버린 김에 "이왕 이렇게 된 거 멋진 새집을 지어볼까"라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말하자면 <패트와 매트>는 하나를 얻는 와중에 하나를 잃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역설하고, 주어진 것들을 활용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선한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것보다 착즙기를 만들어 제대로 작동시키는 게 중요한 패트와 매트. 이들이 보여주는 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부심, 더 나아가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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