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청룡영화상' 앞으로 나와!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아수라>의 배우 정우성이 입장하고 있다.

▲ 배우 정우성. 지난 11월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 현장 모습. ⓒ 이정민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파면됐다.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지만 이쯤에서 사심을 살짝 담아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인용해본다.

"박근혜! 밖으로 나와!"

지난해 11월 20일 영화 <아수라> 상영 직전 관객 앞에 선 배우 정우성이 외쳤다. 영화 대사 일부를 인용해 이름만 바꿔 넣은 이 발언에 관객은 크게 환호했고, 이는 소위 '아수리언'(영화 <아수라>에 매혹된 사람들) 결집의 촉매가 됐다. 물론 앞서 11월 19일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4차 집회'에 일부 아수리언들이 영화 속 가상의 도시 '안남시민연대'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미 시민들은 영화보다 더한 현실에 깊은 분노를 느끼고 연대를 꿈꾸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촛불을 들고 전국 각지 광장으로 나온 국민이 1600만에 육박한다. 그리고 여기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몸소 체감한 배우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그 누구도 블랙리스트 포함을 원하지 않았겠지만,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든 건 전적으로 이들의 의지다. 때론 공개적으로 때론 마스크를 쓰고, 저마다의 모양새는 달랐지만 메시지는 하나였다. 오만한 정권과 권력의 부역자에 대한 직접적 항의. <오마이스타>가 박근혜 탄핵정국에 함께 한 배우 및 영화인들의 면면과 발언을 정리해봤다.   

촛불 정국 초기... 참여 독려가 주를 이뤄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알려진 인물들만 열거하려 해도 수 백 명은 족히 된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했거나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 선언 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다. 얼굴이 알려졌거나 상업영화 내지 방송계에서 이미 영향이 큰 이들은 블랙리스트의 피해를 덜 받았지만 독립영화인, 각종 집회에 적극 지지 활동을 한 일부 배우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작품 선택의 제한을 받았다.

대체적으로 촛불 집회 초기에 참여한 이들은 짧게 코멘트를 남기거나 사진을 올리는 등의 모습이었다. 배우 신현준이 10월 29일 촛불을 든 모습을 SNS에 올렸고, 그룹 신화 멤버이자 배우 김동완은 11월 5일과 12일 집회에 참여해 집회 현장을 자신의 SNS로 생중계 하며 자신 역시 그 안에 있음을 알렸다. 별다른 메시지는 없었다. 공개 연애 중인 이기우-이청아 커플도 12일 집회에 나란히 참여한 모습을 공개했다. 유아인은 11월 19일 집회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참석한 모습이 일부 누리꾼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김동완, 올해는 히말라야 도전! 그룹 신화(김동완, 이민우, 에릭, 앤디, 전진, 신혜성)의 김동완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18주년 기념 콘서트 '히어로' 기자회견에서 웃고 있다.

그룹 신화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김동완. 촛불 집회 지지 뿐만 아니라 해직 언론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에 소정의 금액을 보태기도 했다. ⓒ 이정민


그룹 2PM 멤버이자 <욱씨 남정기> 등 다수 드라마에 출연한 황찬성과 그룹 엠블랙 출신 배우 이준 및 배우 전혜빈은 4차 집회 무렵 자신의 SNS에 보다 직접적인 문구를 올렸다. 주로 집회 참여를 독려하거나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글이었다. 참고로 전혜빈은 관련 글을 올린 후 소속사 매니저에게 살짝 혼난 사연을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양파는 까면 깔수록 작아지는데 이건 뭐 까면 깔수록 스케일이 커지나. 이 난리통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거라는 걸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황찬성)

"나라가 어 순실 해서 모두 화가 났나요? 시월의 마지막 밤이니 잠시 창을 열고 가을바람을 마셔요" (전혜빈)

"드라마가 끝나서 저도 모였습니다. 여기 현장은 정말 엄청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제는 좀 내려오시죠! 현재 광화문 25만 명입니다. 오늘 목표는 50만이라고 하네요. 어서 모여주세요! 비가 와도 계속됩니다." (이준)

"김기춘! 당신, 참 바보…"

젊은 배우들이 SNS를 통해 참여를 독려했다면 중견 배우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거나, 꾸준히 집회에 참여하며 지인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SNS 상에서 정권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강한 비판을 서슴없이 해 온 배우 김의성은 지난 11월 23일 자신의 계정에 "분노와 슬픔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드시죠? 토요일마다 광장에 나가 외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시죠? 그래도 잘 버텼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올렸다.

"애초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을 우리는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쉽지 않은 일이고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끈기 있게, 그리고 즐겁게 싸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민주국가의 성숙한 시민으로서 빛나는 역사를 써 나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리고 하나 더. 국민을 속이고 이런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지도자를 만들어낸 자들, 더러운 뇌물을 안기며 거대한 이익을 챙긴 자들, 이들을 절대 잊지 맙시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우리의 내일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의성)

김의성, 씬스틸러의 카리스마 영화 <부산행>, 드라마 < W >의 배우 김의성이 13일 오후 서울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김의성. ⓒ 이정민


"반드시 변할 것이고 변해야 한다. 응원합니다"라며 비슷한 시기 SNS에 마음을 보탠 김효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해냈다. 위대한 승리 이제 시작"이라는 글과 촛불 사진을 함께 올려 보다 적극적으로 생각을 밝혔다. 최근 외증조부 친일 행적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강동원은 지난해 11월 12일 영화 <가려진 시간> 시사 직전 관객과의 대화에서 "오늘 이렇게 무대 인사를 하는데 빈자리가 좀 많아 보입니다. 오늘은 뭐 비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네요"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날 진행되던 '박근혜 즉각 퇴진 3차 집회'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중견배우 차인표는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관련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 촛불집회 참여 의사를 비쳤고, 11월 26일 실제로 참여한 모습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국민이 이렇게 소리 높여 한마음으로 외치는데 변화가 없으니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우리는 희망을 말해야 해요. 분명한 것은 비정상이 정상을 이길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흔들리지 않고 각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차인표)

블랙리스트 한 자리를 차지한 원로 배우인 손숙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게 나라인가. 우리는 뭘하고 살았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좀 착잡하다"던 그는 "(블랙리스트) 이게 실제 존재한다는 게 정말 너무 놀랍고 그렇다"고 말했다. 명단 작성을 사실상 진두지휘 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그는 "(그가) 공식사과 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직접 만난다면) 당신 참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답했다.

"대체, 어떻게, 어느 시대 정치를 하려고 생각을 했는지. (걱정하는 진행자를 독려하며) 걱정마세요. 문화계는 일어납니다." (손숙)

 촛불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인 배우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아인, 차인표, 이기우-이청아 커플. 이준.

촛불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인 배우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아인, 차인표, 이기우-이청아 커플. 이준. ⓒ 유아인, 이기우, 이준, 차인표


사실 이렇게 언급한 이들을 훨씬 넘는 수의 영화인과 배우들이 매주 광화문 현장을 찾았다. 특히 배우 김지훈은 촛불 집회가 시작된 날부터 거의 매주 자신의 SNS를 통해 거리 모습과 심경을 올렸다. 이때문에 누리꾼들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촛불집회 최다 출연 배우'라는 수식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배우 정진영은 기자에게 "말을 안 하는 것뿐이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광화문 곳곳에 나오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배우 조민수는 블랙리스트 피해 당사자로 폐업 위기에 처한 독립영화배급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를 비롯한 여러 독립영화인들과 연대하며 자리를 매번 지키고 있었다.

집회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한지승 감독은 "국민의 위대함을 느낀다"며 "국민의 격에 맞는 정치 일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배우 박용우는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가족 단위 또는 연인과 친구들과 모인 그 모습 속에 이기심과 사심은 없어보였다"며 보수 단체에서 제기하던 '동원설'과는 동떨어진 사실을 전했다.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라면 몸조심해야 한다'는 업계 불문율이 이번 시국을 바라보는 배우들의 마음과 행동까지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적어도 이들 역시 이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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