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오마이스타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리더의 조건'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리처드 닉슨은 야심만만한 정치인이었다. 비록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문에 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중도하차'라는 불명예를 안기는 했다. 그런데도 그는 호시탐탐 정계 복귀를 노렸다.

영국과 호주를 오가며 쇼프로그램 MC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TV를 통해 닉슨의 하야 성명 발표를 보면서 '삘'이 꽂힌다. 프로스트는 곧장 닉슨과 인터뷰를 추진하고, 닉슨은 이 인터뷰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이 둘은 서로 만나 흡사 일대일 격투기 경기를 하듯 치열한 토론 공방을 벌인다.

 <프로스트 vs 닉슨>은 MC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정치인 리처드 닉슨의 불꽃 튀는 공방을 그린 영화이다.

<프로스트 vs 닉슨>은 MC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정치인 리처드 닉슨의 불꽃 튀는 공방을 그린 영화이다.ⓒ UPI 코리아


<아폴로13> <뷰티풀 마인드> 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은 두 사람의 불꽃 튀는 대결에 주목한다. 그 작품이 바로 프랭크 란젤라, 마이클 신이 출연한 2008년 작 <프로스트 vs 닉슨>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강점은 매끄러운 이야기 흐름이다. 초반 흐름은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인터뷰가 성사되는 과정이 특히 그렇다.

닉슨은 프로스트의 인터뷰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속사정은 이랬다. 프로스트 측은 여러모로 불리했다. 우선 NBC, ABC 등 미국의 간판 방송사들은 프로스트의 인터뷰 방영권 매입 제의에 난색을 보였다. 당시엔 닉슨을 사법처리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게다가 프로스트가 닉슨을 상대하기엔 '체급'이 떨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60분>이 물밑 접촉을 시도 중이기도 했다.

프로스트 측은 CBS에 선수를 빼앗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닉슨이 CBS를 마다하고 프로스트를 택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프로스트 측이 더 많은 출연료를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돈이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프로스트가 다른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에 비해 만만하게 보인 게 더 큰 이유였다.

프로스트를 희생양 삼아 재기 노린 닉슨 

 영화 <프로스터 vs 닉슨> 포스터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의 포스터.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세심한 분장, 연기, 연출이 돋보인다.ⓒ UPI 코리아


닉슨의 노림수는 먹혀들었다. 닉슨은 자신의 보좌진들을 총동원해 프로스트를 마음껏 농락한다. 무엇보다 닉슨은 자신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법적 책임을 노련하게 피해간다. 닉슨 역을 맡은 프랭크 란젤라의 연기는 실로 놀랍다. 헤어 스타일, 말투, 몸짓 등 모든 면에서 프랭크 란젤라는 닉슨이 환생한 듯한 착각을 자아내게끔 한다. 프로스트로 분한 마이클 신도 <더 퀸>에 이어 다시 한번 녹록지 않은 연기 내공을 뽐낸다.

프로스트는 궁지에 몰린다.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던 제작진들은 물론 여론까지 그를 향해 닉슨의 나팔수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프로스트로서는 닉슨의 노림수에 완전히 말려든 셈이다. 인터뷰가 이렇게 끝난다면, 닉슨은 완전히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프로스트는 절치부심 끝에 반격에 나선다.

프로스트는 자료 조사를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모자들에게 입막음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닉슨은 이 같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다. 이러자 프로스트는 닉슨에게 재차 강펀치를 날린다. 워터게이트 주모자들에게 준 돈은 닉슨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모금한 자금임을 시사하는 물증을 내민 것이다. 그동안 닉슨은 워터게이트와 관련됐다는 의혹에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프로스트가 내민 증거는 닉슨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 강력한 것이었다. 앞선 인터뷰에서 능수능란하게 프로스트를 농락하던 닉슨은 이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프로스트는 상대가 휘청거리자 소나기 펀치를 날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묻는다.

"본인이 은폐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시겠습니까? 그리고 불법을 저질렀다는 사실도요?"

이 질문을 받자 닉슨은 다소 신경질적인 어조로 이렇게 답한다.

"대통령의 불법은 불법이 아니란 말이오."

이 말 한마디로 승부는 사실상 판가름났다. 닉슨 스스로 불법을 저질렀음을 인정한 셈이 됐으니 말이다. 잠시 숨을 고른 닉슨은 TV를 통해 자신을 보고 있을 미국 국민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나는 미국 국민들을, 정부에서 일하고자 했던 미국 청년들을,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실망시켰다."

프로스트와의 인터뷰 이후 닉슨은 정계 복귀 야심을 완전히 접었다. 사실 닉슨의 공과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닉슨에 대한 재평가는 가까운 장래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의 사임, 그리고 자신의 과실에 대한 고해성사는 그 스스로 자신에 대한 재평가의 여지를 남겨 놓은 셈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바로 지도자의 덕목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특정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치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먼저 검찰이 나섰고, 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꾸려졌다. 검찰-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증거는 거의 예외 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향하는 모든 혐의에 대해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정규재TV>라는 인터넷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는 공영 방송이 아닌,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언론(인)과의 대면 접촉이라는 점에서 <프로스트 vs 닉슨>과 일정 수준 유사하다. 결정적인 차이는 프로스트가 닉슨과 치열하게 진실을 다투었지만, <정규재TV>의 진행자 정규재씨는 박 대통령 입맛에 맞는 질문만 골라 던졌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다분히 유도신문과도 같은 질문을 받고선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언론과 검찰을 정리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잘못을 은폐하려 하면 안 된다. 특히 최고 권력자의 잘못은 한 나라의 존립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이런 잘못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은 물론 온 국민이 나서서 바로 잡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도자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이는 미덕이 필요하다. 국민은 흠결 하나 없는,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잘못했을 때 국민 앞에 겸허할 줄 아는 지도자이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는 지도자로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그나마 닉슨은 퇴임 이후 TV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최후 변론에서까지 자신의 무죄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디 박 대통령 다음에 올 지도자는 잘못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일 줄 아는 정치인이었으면 좋겠다.

전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한 탓인지 자꾸만 언론사 시험에서 낙방한 쓰라림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에 감명 받아 진정한 저널리스트가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가입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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