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끼리 격투를 벌이는 액션 장면은 영화의 탄생기부터 중요하게 취급되었던 요소입니다. 새로 발명된 신기술인 무성 영화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볼거리가 필요했고, 따라서 배우의 몸짓 연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액션 활극이 단골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의 어떤 상황에서든 연출이 가능한 코미디와는 달리, 영화 속에서 액션 장면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폭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이야기 상의 설정이 필요합니다. 최초의 액션물이자 서부극이라 할 수 있는 <대열차 강도>(1903)처럼, 폭력을 휘두르는 악당을 등장시키고 그를 제압하는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관객이 느끼는 위화감을 줄여 주는 것이죠.

서부극, 갱스터물, 하드보일드 탐정물 같은 할리우드의 초기 장르들부터, 세계대전과 냉전의 역사가 만들어 낸 전쟁물과 첩보물, 잔혹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 호러와 스릴러 등은 다채로운 액션 장면들을 가능하게 하는 무대 역할을 하였습니다.

진보한 액션을 보여주다

 영화 <존 윅-리로드>의 한 장면. 옛 동료의 신세를 갚기 위해 로마로 향한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한다. 사진의 '소믈리에'는 존의 요구에 따라 각종 총기류를 제공하고 용도에 적합한 제안을 한다.

영화 <존 윅-리로드>의 한 장면. 옛 동료의 신세를 갚기 위해 로마로 향한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한다. 사진의 '소믈리에'는 존의 요구에 따라 각종 총기류를 제공하고 용도에 적합한 제안을 한다.ⓒ JNC미디어그룹


특히, 이소룡으로 대표되는 70년대 홍콩의 쿵푸 액션물은 인간이 하는 격투 장면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줌으로써 액션이 등장하는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이야기의 역할은 최소화 되고 화려한 액션 연기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촬영 기술이 중심이 된, '액션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니까요.

이 영화 <존 윅 - 리로드>는 그런 경향의 액션물로서는 가장 진보된 표현 기술을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최고의 살인청부업자 존 윅(키아누 리브스 분)은 전편에서 자신의 은퇴 생활을 망친 자들에 대한 복수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예전에 신세를 졌던 옛 동료 산티노가 갑자기 나타나 업계의 룰을 따라 자신에게 진 빚을 갚아 줄 것을 종용하고, 존이 제안을 거절하자 그의 집을 완전히 불태워버립니다. 이제 존은 피로 얼룩진 세계를 다시 한 번 헤쳐 나가야 합니다.

전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인 빼어난 액션 시퀀스들과, 콘티넨탈 호텔을 중심으로 한 살인 청부업자들만의 독특한 세계는, 이번 속편에서 한층 더 진화한 형태로 등장합니다.

주로 좁은 공간에서 총을 활용한 유려한 격투씬들을 내세웠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좀 더 넓고 다양한 공간을 액션의 무대로 삼습니다. 프롤로그부터 자동차 대 자동차, 자동차 대 사람, 사람 대 사람이 대결하는 액션을 연이어 펼치며 포문을 열고, 1인칭 FPS 게임을 연상시키는 카타콤 전투씬, 일상의 공간인 거리와 지하철 등지에서 지형지물을 활용한 액션 장면들로 관객의 눈길을 잡아 끕니다. 특히 최대한 편집을 배제하고 '힘과 힘이 균형을 이뤘다가 다시 무너지길 반복하는 순간들'을 그대로 포착해 낸, 다양한 형태의 일대일 격투 장면들은 이번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인 청부업자들의 국제 조직망 역시 보다 큰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이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금화를 내밀면, 외국에 나가더라도 지형지물 안내, 무기 제공, 방탄 수트 제작 등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현상금을 내걸고 공개적으로 살인 청부를 하는 시스템을 고풍스러운 스타일로 보여 주고, 뉴욕의 노숙자들로 구성된 또 다른 지하 조직의 존재를 다음 편의 판을 키울 수 있는 포석으로 활용한 것 역시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키아누 리브스의 대역 없는 액션, 통쾌하다

 <존 윅- 리로드>의 스틸컷.

<존 윅- 리로드>의 스틸컷.ⓒ JNC미디어그룹


청부살인자라는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상 가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표현되는 폭력의 수위는 꽤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나온 우리나라의 현실 비판적인 범죄물이나 스릴러, 혹은 <핵소 고지> 같은 지나치게 사실적인 전쟁 영화들에 비하면 수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편에 이어 연출을 맡은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는 할리우드에서 잔뼈가 굵은 일급 무술감독입니다.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 대역을 맡기도 했지요. 어떤 부분이 액션 장면의 포인트인지 정확하게 집어내어 시각화 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이것은 수십 년에 걸친 그의 경험과 감각으로부터 나온 것으로서, 이 새로운 액션 영화 시리즈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모든 액션의 95%를 대역없이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진 키아누 리브스는 <매트릭스> 이후 최고의 프랜차이즈를 만남으로써 슬럼프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는 것을 증명해 보입니다. 부드러움과 유연함이 순간적인 강한 타격 혹은 총격으로 바뀌는 순간들을 효과적으로 연기하면서, 존 윅이라는 특별한 킬러의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 냈습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액션을 보여 주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의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 주는 방향성만 갖추고 있을 뿐, 인물의 내적 갈등이나 성장, 혹은 심층적인 인간의 문제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것 같은 살인 청부업자의 세계가 실존할 리도 없기 때문에 개연성도 당연히 떨어집니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두 시간 가량 액션 자체가 주는 쾌감을 즐기고 싶은 관객들이나, 액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다채롭게 표현된 액션 신들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최고 수준의 것이니까요. 

 영화 <존 윅-리로드>의 한 장면. 700만불의 현상금이 걸리면서 살인 청부업계 전원의 표적이 된 존 윅(키아누 리브스)는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받는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그가 찾아간 사람이 바로 뉴욕 노숙자들을 부하로 둔 바워리 킹(로렌스 피쉬번)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에 함께 나왔던 두 배우가 14년 만에 작품으로 다시 만난다.

영화 <존 윅-리로드>의 한 장면. 700만불의 현상금이 걸리면서 살인 청부업계 전원의 표적이 된 존 윅(키아누 리브스)는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받는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그가 찾아간 사람이 바로 뉴욕 노숙자들을 부하로 둔 바워리 킹(로렌스 피쉬번)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에 함께 나왔던 두 배우가 14년 만에 작품으로 다시 만난다.ⓒ JNC미디어그룹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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