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고수였다.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는 내내 본방송을 시청하는 듯한 쫄깃함을 느꼈다.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 안형환 전 새누리당 의원. 네 사람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할 말은 다했다.

정치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채널A가 첫 선을 보인 시사예능 <외부자들>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DDMC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앞서 소개한 출연진 4명 외에 김군래 PD와 MC 남희석도 참석했다.

고수들은 '쿨'했다

외부자들 채널A가 선보인 첫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DDM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MC 남희석과 김군래 피디를 비롯, 출연자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안형환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채널A가 선보인 첫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 채널A


<외부자들>은 지난해 12월 말 첫 방송 이후 오는 28일에 10회를 맞이한다. 전여옥 전 의원은 방송이 나간 후 "내가 아는 전여옥 의원이 맞나" 하는 반응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친구들은 "드디어 평소 너의 모습이 방송에 나와서 기뻤다"고 이야기해 준다며 웃었다. 지난 4년 동안 힘들었던 과정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녀(박근혜 대통령)가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발언하고 나서 4년 동안 뭘 할 수도 없고 기운도 없어서 개인생활을 했다. 내겐 소중한 4년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외부자들> 섭외가 왔을 때 굉장히 망설였다. 첫째 이유는 내가 TV 나오기에 너무 늙은 여자가 아닌가 싶어서이고, 두 번째는 4년 동안 정치적인 상처, 쓰라림이 많아서다.

하지만 대척점에 있던 정봉주 전 의원이 나온다고 해서 반가웠다. 평소 TV를 보며 '저 사람은 소속된 정당을 위해 희생하구나' 느꼈고 진짜라고 생각했다. 진중권 교수는 제가 당의 입장을 독한 어조로 대변하고 있을 때 세미나를 연 적이 있는데 그때 와 주셔서 감동 받았다. 무엇보다 안형환 의원이 나온다는 말에, 그가 KBS 후배이기도 하고 능력은 있는데 공천 못 받는 게 너무 가슴 아파서 만나서 애환 나눌 수 있어 기뻤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

외부자들 채널A가 선보인 첫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DDM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MC 남희석과 김군래 피디를 비롯, 출연자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안형환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방송기자 출신이다. ⓒ 채널A


외부자들 채널A가 선보인 첫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DDM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MC 남희석과 김군래 피디를 비롯, 출연자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안형환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대학교수, 시사평론가, 문화비평가, 작가, 논객, 고양이 루비의 집사로 불리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 ⓒ 채널A


진행을 맡은 남희석은 4명의 출연진을 곁에서 지켜본 소감을 밝혔다. 처음엔 "이 분들이 싸워서 중간에 누가 그만 두거나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는데 기우였다고 했다. "역시 고수들은 다르구나, 전장에서 싸우고 끝나고 대기실에서 풀더라"며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남희석은 MC로서 어떤 정치적 색깔도 드러내지 않고자, 그 부분을 가장 신경쓴다고도 했다.

남희석에 말에 정봉주 전 의원이 거들었다. "출연진 3명 모두 인간적으로 전부터 신뢰가 있던 분들"이라며 "특히 진중권 교수랑 제가 싸웠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진 교수가 하는 팟캐스트에도 나가고 우리는 아무 거리낌이 없는 사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김군래 피디는 프로그램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작년 7월부터 기획하며 오래 준비했는데, 긴 시간동안 가장 신경 쓴 건 출연진이다. 누가 나와서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 단지 이슈를 짚는 게 아니라, 깊이와 해학, 풍자가 있고 스타성도 겸비한 분들이 나와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다. 정봉주 의원이나 진 교수 같은 분들이 채널A에 나와줘야 이슈가 될 것 같았고, 그게 <썰전>을 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시사 프로그램이 워낙 데일리 소비가 많아서 아이템 정할 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팩트보단 그 이면에 숨겨진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기문 전 총장의 사퇴라든가, 김정남의 사망,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여부 등 이런 팩트들은 뉴스로 다 볼 수 있는 것이고, 4명의 출연진은 그것이 시사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김군래 피디)

초대하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각각 다른 답을 내놓았다. 진중권 교수는 "그때그때 중요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형환 전 의원은 촛불집회 대표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고, 전여옥은 지드래곤 지창욱 이민호 차승원 등을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봉주는 타 프로그램에 도발 발언을 던졌다. "경쟁 프로그램을 부르고 싶다. '너희 곧 망할 텐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고 싶다."

도사들 모였다, 탄핵시기와 특검연장 예언

외부자들 채널A가 선보인 첫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DDM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MC 남희석과 김군래 피디를 비롯, 출연자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안형환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봉도사'로 불리는 정봉주 전 국회의원. ⓒ 채널A


외부자들 채널A가 선보인 첫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DDM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MC 남희석과 김군래 피디를 비롯, 출연자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안형환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 외부자들 안형환 전 국회의원은 방송기자 출신이다. ⓒ 채널A


남희석이 재미있는 말을 꺼냈다. 네 명의 출연진들이 다 "도사 같다"며 "이분들이 '이렇게 될 겁니다' 하면 다음날 뉴스에 그렇게 나온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의 탄핵시기와 특검연장에 관해 예언을 해달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안형환 전 의원은 "처음 2월 10일이라 예견했는데 틀렸다"며 "헌재의 의지를 보면 3월 10일 정도가 아닐까 예상해본다"고 했다. 이어서 "이정미 헌재 재판관이 3월 13일 퇴임"이라며 "법적으로 그날 오전에 사인을 하고 발표는 2주 후에 해도 상관은 없다"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특검 연장에 대해선 "현재 분위기로는 안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황교안 권한대행의 발언을 볼 때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봉도사'라 불린 정봉주 전 의원도 예언을 이어갔다.

"헌재의 판결 일정에 대해선 안 의원과 비슷한 생각이다. 어제(20일) 15차 심리, 오늘 16차, 내일 모레가 17차 마지막 심리가 될 것 같은데 공정한 심리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20일쯤 보니 국정중단의 위험성에 관해 말하면서 공정성과 함께 '신속한 심리'에 대해 얘기했다. 3월 10일에는 나올 것 같다.

사실 안을 들여다보면 야당은 특검 연장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특검이 연장 돼서 30일 정도 늘어지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야당에도 좋지 않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28일에 끝나는 것에 여야가 적당한 선에서 동의하지 싶다."(정봉주 전 국회의원)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마디

외부자들 채널A가 선보인 첫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DDM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MC 남희석과 김군래 피디를 비롯, 출연자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안형환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외부자들> 간담회에는 MC 남희석과 김군래 피디를 비롯, 출연자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안형환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 채널A


이날 간담회의 마지막 질문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였다. 가장 먼저 안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고,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본인의 안위는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통령의 명예보다 대한민국의 명예가 더 중요한 겁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더 중요합니다." 이어서 진중권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 대통령 발언 중 가장 짜증났던 게 '국가랑 결혼했다'는 말이다. 바라는 건 하나다. 그래도 우리 국민이 뽑았으니 지켜야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주길 바란다.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들지 않게 아름답게 물러났으면 좋겠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정봉주 전 의원은 짤막하게 답했다. "법무부에 들어가면 벽에 붙은 문구가 하나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전여옥 전 의원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린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오니까 좋은 점도 많더라.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정치를 떠나시고 한 여성으로 돌아오시라"고 말했다.

외부자들 채널A가 선보인 첫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의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DDM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MC 남희석과 김군래 피디를 비롯, 출연자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안형환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는 MC 남희석.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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