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악마의 손'. 중국 쇼트트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 쇼트트랙이 또다시 한국 선수들에게 비매너 플레이를 펼치면서 또 한번 공분을 사고 있다.

21일 오후 일본 삿포로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녀 500m 경기에선,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장면이 여러 번 포착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여자 500m 결승에 출전했던 심석희(한국체대)는 다잡은 금메달을 놓치고 억울한 실격처리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소치에 이어 또 등장한 판커신의 '손'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 장면. 마지막 코너에서 판커신이 심석희의 무릎을 잡고 있다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 장면. 마지막 코너에서 판커신이 심석희의 무릎을 잡고 있다 ⓒ KBS


여자 500m에서 심석희에게 거침없는(?) 손플레이를 펼친 판커신(중국)은 이미 국내 쇼트트랙 팬들에게 유명한 선수다. 그녀는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도 결승선을 앞두고 1위로 달리고 있던 박승희(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스포츠토토)를 잡아채고자 반사적으로 두 손을 뻗쳤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박승희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그녀의 플레이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국제대회에서 유독 한국 대표팀에게 거친 플레이는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단거리의 대표주자로 500m 세계랭킹 3위에 있는 판커신은 올 시즌 그야말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중국 여자 쇼트트랙은 현재 세대 교체에 실패해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월드컵에서 심석희와 최민정(성남시청), 김지유(화정고) 등의 압도적인 기량을 내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계주 조차 한번도 메달조차 따지 못할 정도로 기량이 저하됐다.

중국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설욕전을 펼치고자 했다. 특히 자신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던 500m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경기였다. 한국 선수들이 중장거리에 강하고, 특히 최근 들어 최민정이 500m에서 월드컵 금메달을 여러차례 따내면서 자신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에, 중국의 플레이는 더욱 거칠게 나왔다.

이번 500m 준결승에서 심석희와 최민정은 중국 선수 2명과 나란히 한조에 편성됐다. 조편성에서부터 주최국인 일본의 선수들을 밀어주고자 노골적으로 일본 선수들에게 유리한 조가 편성됐다. 하지만 심석희와 최민정은 이를 이겨내고 결승에 가고자 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부터 중국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석희가 가장 먼저 선두에서 레이스를 시작했고 최민정이 가장 뒤쪽에서 추월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런데 중국은 두 명 가운데 한명은 무조건 결승에 올리기 위해, 노골적으로 뒤에 있는 선수는 일부러 스피드를 내지 않으면서 최민정의 추월을 막았다. 결국 최민정을 이 벽에 막혀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고 심석희만 올라갔다.

그리고 결승에서 판커신은 공분을 사는 플레이를 했다. 2위로 달리고 있던 심석희는 가속을 붙이며 마지막 바퀴에서 판커신을 따라잡았고, 마지막 코너에서 인코스로 판커신을 추월했다. 그런데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바깥쪽에 있던 판커신은 심석희의 무릎을 잡아당겼고 이 때문에 심석희의 스피드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 사이에 심석희의 뒤에 있던 장이제(중국)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금메달만을 위해 또 다시 희생플레이를 펼쳤고, 심석희는 여기에 억울하게 휘말리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는 이젠 여자 선수뿐만이 아니라 남자 선수들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인코스로 타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는 방법이다.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장면. 한티엔위(중국, 왼쪽)이 박세영(한국, 오른쪽)의 진로를 막고자 팔을 넣으며 방해하고 있다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장면. 한티엔위(중국, 왼쪽)이 박세영(한국, 오른쪽)의 진로를 막고자 팔을 넣으며 방해하고 있다 ⓒ SBS


전날 1500m에서도 이런 모습이 포착됐다. 소치 동계올림픽 1500m 은메달리스트인 한티엔위(중국)는 마지막 바퀴에서 박세영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박세영이 재빠르게 인코스로 추월할 때, 한티엔위는 박세영의 추월을 막고자 인코스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진로를 방했다. 결국 그는 실격됐고, 4위로 들어온 이정수(고양시청)가 동메달을 이어 받았다. 500m 결승에서도 중국 선수는 박세영의 발내밀기를 막고자 박세영의 무릎을 잡아 당겼다.

이외에도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에서도 중국 남자선수들은 여러 차례 고의적인 플레이를 하며 번번히 한국 선수들을 위협했다.

수없이 당하고도 항의 없는 연맹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의 판커신 모습.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의 판커신 모습. ⓒ SBS


중국의 이런 플레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한국 쇼트트랙은 중국으로 인해 여러차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여자 선수들의 피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06 토리노 올림픽 3관왕의 진선유(현 단국대코치)는 2008년 월드컵 경기 도중 중국의 2군 선수에 의해 심하게 쓸려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결국 2010년 벤쿠버올림픽에 나서지 못했고, 이후 선수생활을 지속하다 은퇴했다. 여자 선수들은 벤쿠버 올림픽 계주에서 5연패에 도전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중국 선수의 충돌과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때문에 실격돼 물거품이 된 바 있다. 이후에도 중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던 왕멍을 필두로 세계선수권 등에서 한국 선수를 고의로 밀치는 등 페어플레이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는 기상천외(?)한 모습을 여러번 선보였다.

지난 2007년 중국 창춘 대회와 2011년 카자흐스탄 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은 금메달을 따고자 고의적인 플레이와 편파 판정을 하기도 했다. 2007년은 안현수(현 빅토르안, 러시아)가 500m 경기에서 마지막 바퀴에서 중국 선수를 추월했고, 중국 선수가 홀로 미끌어지며 넘어졌는데 석연찮은 판정으로 안현수의 금메달이 날아갔다. 2011년엔 남자 1000m에 출전했던 성시백(은퇴)이 중국의 희생 플레이로 넘어져 피해를 본 바 있다.

수 없이 피해를 봤음에도 대한빙상경기연맹이나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별다른 항의나 제소를 하지 않았다. 결국 피땀 흘려 훈련한 선수들만 억울하게 메달을 박탈당하고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평창이 단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중국의 이런 플레이는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이미 중국 여자 선수들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레이스 도중 최민정을 고의로 넘어뜨리는 등 당돌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플레이가 평창에서 펼쳐지지 않으란 법은 없다. 실력으로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 쇼트트랙과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공식적인 항의와 대처가 필요하다.

중국 여자 선수들은 이번 500m 결승에서 결국 원하던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레이스 직후 히트박스에선 판커신과 장이제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오히려 자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과연 이러한 모습이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금메달을 획득한 만큼 금메달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지만 중국 선수들에게 그런 모습은 전혀없었다. 그들이 챔피언이라 불릴 자격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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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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