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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당시 유관순의 나이는 16세였다. 광주학생운동이나 독립운동 과정에서 고등보통학교(현 고등학교)는 중심을 이뤘다.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부정선거에 항의해 2.28 시위를 벌였고, 4월 혁명을 촉발한 마산 3.15 의거의 희생자 김주열은 마산상고 입학을 앞둔 학생이었다. 1980년 5.18 당시 고등학생들도 시민군의 일환이었다. 87년 6월 항쟁 때도 고등학생들의 시위참여가 이어졌다. 87년 대선이 끝난 후에는 명동성당에서 노태우 당선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는 현재다>
 <우리는 현재다>
ⓒ 빨간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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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촛불시위는 어떤가. 당시 광우병을 우려해 촛불시위를 주도한 것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이게 점차 확산되자 어른들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뒤늦게 합류했다. 최근 탄핵촛불집회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촛불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시위 참여는 이제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대에 올라 논리정연하게 시국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학생들은 돈이나 받고 시위에 참여하거나 무턱대고 폭력을 휘두르는 세대들과는 다르다.

중고등학생들 또는 청소년들이 정치 행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1919년 3.1운동 때부터 이어져온 유구한 역사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켜켜이 쌓아온 자랑스러운 전통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말에 나온 <우리는 현재다>는 이처럼 역사적 전환기에서 변혁운동에 나선 고등학생들과 청소년들의 모습을 정리한 책이다. '청소년이 만들어온 한국 현대사'라는 부제처럼 현대사에서 굵직하게 남겨진 깨어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 청소년의 인권신장을 위한 당위성을 다양한 사례를 서술하면서, 청소년운동 기본 학습 지도서를 완성해 냈다.

획일적 교육과 학생 통제의 산물, 국정교과서

역사적으로 3.1운동은 소년운동을 활발하게 만든 출발점이기도 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소년회나 어린이회 등의 소년단체와 모임들이 생겨났고, 방정환 선생에 의해 어린이날이 만들어졌다. 소년운동단체들이 모여 연합단체를 만드는 등, 소년단체들은 소년의 권익과 조선 독립 등 사회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1929년에는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나 동맹휴학 등을 통해 일제에 항거하는데, 이 역시도 소년회와 독서회 등 학생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해방 이후 60년 4월 혁명은 고등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1단계 출발이 고등학생으로부터 시작됐고 대학생들보다는 중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더 많았다.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 이후 독재정권은 학도호국단을 만들어 학원을 병영화 시키고 학생들의 자유를 억눌렀다. 국민교육헌장과 국정교과서는 획일적 교육과 학생 통제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뜻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저항은 지속됐다. 1975년 4월에는 유신체제를 반대하는 신일고등학교 학생들의 시위가 벌여져 1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징계를 받았다. 광주제일고 학생들의 시위 계획는 사전 발각돼 16명의 학생들이 제적 처분을 받아야 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당시에는 고등학생들이 시민군으로 나서 활동하기도 했다. 87년 6월 항쟁 때는 서울 부산 광주 안동 순천 등의 고등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반독재 시위에 참여한다. 이후 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을 전후해 학생회 직선제 및 자치 활동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분출한다.

<우리는 현재다>는 집안 형편이 가난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일찍이 공장에 취업해야했던 청소년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1970년 분신한 전태일은 그 상징적 사건이었다. 17세 때부터 공장에서 일했던 어린 청소년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은 열악한 현실을 극복해 내기 위해 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학업대신 공장을 택한 청소년들에게 일상적이었던 저임금,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 처우의 역사는 이후 개선되고 청소년 노동자들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로도 이어진다. 

청소년 정치 주체로 인정하고 18세 선거권 줘야

박근혜하야 전국청소년비상행동 소속 학생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만 16세 선거권 부여를 요구하는 '세월호 진상 규명, 세월호 세대의 투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근혜하야 전국청소년비상행동 소속 학생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만 16세 선거권 부여를 요구하는 '세월호 진상 규명, 세월호 세대의 투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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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한국현대사의 격변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청소년들이지만 이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의 의식발전을 시대가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반대의 벽을 넘어야했고, 청소년들의 정치활동은 18세 선거권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아직도 막혀 있다.

<우리는 현재다>는 분명한 사리판단을 할 줄 하는 청소년들을 사회주체로 인정해 주길 요구한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어른들도 많은 상태에서, 올바른 정치사회적 시선을 가지려는 학생들에게 기본권을 허락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내 고등학교의 한 종업식장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교장의 훈화에 여러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통해 반박한 것은 요즘 청소년 의식 수준의 한 단면이다. 단순히 어리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현 국회의원들 중에도 고등학생 때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학내에서 유신독재 반대 시위를 벌인 사람들이 있지 않던가!

따라서 청소년들을 정치적 주체로 대접할 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사의 당당한 주체였고 동등한 시민의 한 사람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반대하는 것은 역사의 발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일 따름이다. <우리는 현재다>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을 쓴 공현과 전누리는 오랜 시간 청소년 인권신장을 위해 꾸준한 활동을 벌여온 대표적 활동가들이다. 고등학생 때 두발자유 운동을 하거나, 학생회 활동을 했고 졸업 후에도 청소년인권단체나 운동단체에서 연구와 저술 활동을 이어나갔다. 청소년기를 벗어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청소년 문제와 관심과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현재다 - 청소년이 만들어온 한국 현대사

공현.전누리 지음, 빨간소금(2016)


태그:#우리는 현재다, #청소년운동, #18세 선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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