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의 동계올림픽 효자종목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왔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온 개수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쇼트트랙은 우리에겐 특별한 존재다. 그러나 최근 쇼트트랙은 상향 평준화가 상당히 진행되면서, 남자 쇼트트랙은 이제 기존 강국이었던 한국과 캐나다 이외에 헝가리, 네덜란드, 중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들이 매 경기 예측하기 어려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안톤 오노때부터 시작돼 온 쇼트트랙 붐을 이어가고자 하고 있다. 그 중심엔 존 헨리 크루거가 있다. 아래는 존 헨리 크루거와 서면 인터뷰한 내용이다.
 
존은 오랜기간 미국 대표로 활약하면서 자신의 주종목인 중장거리의 준결승과 결승에 꾸준히 모습을 비치고 있다. 평창에서 올림픽 꿈을 이루고자 머나먼 타국인 한국으로까지 옮겨와 훈련을 할 정도로, 쇼트트랙에 대한 사랑과 한국에 대한 인연은 누구보다 깊다.
 
 존 헨리 크루거의 모습

존 헨리 크루거의 모습 ⓒ 존 헨리 크루거


평창을 위해 한국에 찾아온 스케이터

존 헨리 크루거 프로필
생일: 1995년 3월 21일
국적: 미국
훈련지: 서울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SNS: 인스타그램 johnhenrykgr
주요성적: 2011-2012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 선수권 3000m 계주 동메달
2013-2014 쇼트트랙 월드컵 (콜롬나) 5000m 계주 금메달
2014-2015 쇼트트랙 월드컵 (솔트레이크시티) 500m 동메달
2016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서울) 종합 13위
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 (솔트레이크시티) 1500m 동메달
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 (강릉) 5000m 계주 동메달 외 다수
헨리 크루거는 오랫동안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가진 스케이터였다. 한국 쇼트트랙이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외국에선 끊임없이 한국 코치진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의 조국인 미국 역시 한 때 한국인 코치가 맡아 쇼트트랙 팀을 육성해왔다. 그 때 만난 인연은 평창을 앞두고 그가 한국에 온 계기가 됐다.
 
"제가 미국에서 훈련을 당시에 코치님이 한국분이셨습니다. 저는 코치님과 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고 프로그램 역시 마음에 들었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그를 따라 한국에 올 것을 결심했고, 현재는 한국에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국체육대학교의 실내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체대는 빙상계에서도 다수의 우수한 선수들이 배출된 학교 가운데 하나다. 현재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활약하고 있는 심석희 역시 이 곳 소속이다. 그는 한국으로 훈련지를 옮김으로써 미국과는 여러모로 다른 환경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 쇼트트랙은 매우 인기있는 종목이죠. 그렇기에 코치나 트레이닝 프로그램, 그리고 함께 하는 선수들 모두 미국보다 우수합니다. 현재는 아침7시부터 훈련을 시작해 2~3시간 동안 오전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다시 오후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쇼트트랙 인기 부럽죠

존의 얘기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쇼트트랙은 한국만큼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빙상종목 가운데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가 가장 인기가 많다.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과거 미쉘 콴과 같은 스타가 배출되기도 했으며, 현재도 피겨계의 강국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최근에는 남자싱글의 네이든 챈이 평창을 앞두고 간판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존의 어머니 역시 피겨스케이팅 코치였다고 한다.
 
"저는 5~6살 무렵에 스케이트를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어머니께서 피겨스케이팅 코치이셨기에 오랜시간 동안 아이스링크에서 보냈습니다. 저와 큰 형은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아이스하키나 피겨스케이팅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어릴 때 형이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고 있었는데, 저 역시 결국 형을 따라 쇼트트랙을 선택했습니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게 대표팀이 꾸려진다. 한국의 경우 4월에 두차례 선발전을 거쳐 예비 엔트리를 확정한 뒤 시즌 개막을 한 달여 앞둔 9월 말경에 최종 선발전을 거쳐 한 시즌 동안의 대표를 확정짓는다. 그러나 미국은 월드컵 기간에 따라 세분화돼 더욱 다양한 선수들이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다. 월드컵 1~4차에 출전할 선수들은 가을에, 5~6차 대회에 출전할 선수는 1월에 각각 선발된다. 이 가운데 상위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 어려운 관문을 뚫고 존이 처음으로 대표 선수가 된 것은 16살. 그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떨리던 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16살 때 처음으로 대표가 됐습니다. 그때는 시니어 대표로 나서기에 상당히 어린 나이였죠. 기대도 됐고 굉장히 떨리기도 했죠. 월드컵에서 뛰었던 그 경험을 제가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쇼트트랙은 무엇보다 박진감이 넘치며 1등을 하는 선수도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진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다. 그는 쇼트트랙엔 두 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은 두 단계의 즐거움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쇼트트랙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한 단계입니다. 그 때는 주로 선수들에게만 집중을 하면서 빠르게 역주하거나 혹은 부딪히는 아찔한 장면을 즐기고는 하죠. 두 번째는 레이스와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단계입니다. 쇼트트랙은 레이스를 알고 스케이터 개개인의 능력을 안다면 더 쉽고 재밌게 볼 수 있죠."
 
 존 헨리 크루거의 모습

존 헨리 크루거의 모습 ⓒ 박영진


평창의 꿈, 그리고 소통을 원하는 스케이터

모든 선수들의 목표가 올림픽이듯 존 역시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평창 테스트이벤트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렸던 월드컵 4차 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는 경기장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며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기대를 모았다. 그는 최근 상향 평준화로 더욱 흥미진진해진 남자 쇼트트랙의 현상이 매우 반갑다고 했다.
 
"과거 쇼트트랙은 한국과 캐나다처럼 일부 강국 선수들이 메달을 가져가면서 사실 예측하기가 쉬웠습니다. 그러나 쇼트트랙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는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나라 선수들이 같이 메달 경쟁을 하면서 예측하기가 어려워졌죠. 그만큼 흥미진진해진 것입니다."
 
고향인 미국과 상당히 멀리 떨어진 한국이라는 곳에서 생활하기도 쉽지 않을 터. 이 모든 것은 부모님의 지지가 있었던 덕분이라고 답했다.

"제가 16살 쇼트트랙 대표로 처음 발탁됐을 당시에, 훈련지가 제 집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솔트레이크 시티였습니다. 그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야만 했죠. 저는 삶에 있어서 여행을 즐기려고 해요. 부모님의 지지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잖아요. 전 제 결정이 자랑스럽습니다."
 
평소 쇼핑할 곳이 많은 홍대, 강남, 잠실 인근을 자주 찾는 존. 그는 더 많은 사람들, 한국의 쇼트트랙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자신의 인스타그램(@johnhenrykgr) 주소를 기사에 넣어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이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인연이 깊은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임과 동시에, 만약 출전한다면 생애 처음으로 참가하는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메달이라는 목표도 있지만 평창은 그에게 있어 어떤 대회보다 빛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오랜기간 몸 담아온 쇼트트랙. 차가운 빙판 위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있는 존에게 쇼트트랙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만약 제가 평창(올림픽)에 나간다면 제 첫 번째 올림픽이 됩니다. 부담감없이 평소 하던 대로 즐기고 싶습니다. 목표는 단연 금메달이겠죠. 하지만 매 순간 하나 하나 집중하며 도전해 나갈 것입니다. 쇼트트랙은 저의 일부 가운데 하나입니다. 얼음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건 저의 두 번째 천성이라고 할 수 있죠. 은퇴 후엔 저의 열정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쇼트트랙은 스포츠가 정상하는 것은 곧 제가 성장하는 것이기도 하니깐요."
 
1년 앞으로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 우리에게도 선수에게도 모두가 가장 의미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차가운 빙판 위에서 세상 그 누구보다 뜨겁게 질주하는 쇼트트랙. 가장 흥미롭고 진진하다며 열정이 있다는 존의 말처럼 많은 관중들이 평창으로 찾아와 한국 쇼트트랙을 응원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쇼트트랙과 한국을 사랑하는 존에게도 꿈이 이뤄지는 올림픽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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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평창동계올림픽 존헨리크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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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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