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도 대통령 선출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를 우매하다 생각합니까'.

선거권 없는 청소년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는 선거권을 만 18세로 인하하라는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고등학생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보수 셩향의 정당에 대해 항의하는 발언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10대가 우매하다면, 성인들은 우매하지 않아서 이 사달을 만들었냐'라는 자조 섞인 발언도 이어졌다.

청소년 투표권 인하를 촉구하는 집회 참석자들
▲ '청소년은 우매하지 않다' 청소년 투표권 인하를 촉구하는 집회 참석자들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선거권 인하는 정치적 성숙을 나이로 평가한 기성세대의 반성문'

'정치권이 드디어 선거권 연령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라고 밝힌 정의당 나경채 공동대표는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18세 선거권이 없는 나라가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익히 알고 있을 것이고, 명실상부한 OECD 국가인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 문제만큼은 여당과 야당이 이견 없이 통과해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하지만 "여러 정당들이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정치를 논의하게 할 수 없다' 등의 확실한 반대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개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18세 선거권은 반드시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력히 주장하였다. 만약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정치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 한 해 많게는 4만 명에 육박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조차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발언도 이어갔다.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기득권들의 반성과 되새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발언하는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기득권들의 반성과 되새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 헌법은 사회적 신분을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이라는 신분 탓에 선거권을 제한한다 하는 것은 헌법이 이야기하는 사회적 신분을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번 대선부터 18세 선거권은 보장되어야만 하며, 대한민국의 18세 청소년이라면 충분히 정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18세 선거권'이라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18세 그 미만의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독려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미 정치가 선진화된 서구와 같은 외국에서는 선거권 획득 여부를 별도로 어린이와 청소년 의회가 활성화 및 법제화되어 있다며, 정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도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18세 선거권 보장은 전 국민 참정권 보장의 시작에 아주 일부분임을 재차 강조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병관 의원은,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에도 그 중심에는 우리 청소년들이 있었다. 많은 발언 중에서도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것은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의 진심 어린 발언들이었다고 기억한다"라며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충분히 정치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정치권이 선거권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정치 세력이 고의적으로 이를 방해하고 지연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정치참여를 요구하는 민중들의 역사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비록 19세 선거권이 보장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충분히 추진 가능한 일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 김병관 국회의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헌법에 보장된 4대 권리와 4대 의무가 18세의 청소년들에게 보장되고 있다는 것은 세간에 익히 알려진 사실인 데 비해서, 선거권이 없다는 것은 시급히 고쳐야 할 일이라고 정치권에 요청하였다. 정치적으로 성숙함과 미성숙함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기본권 획득의 문제라는 것을 재차 강조하며, 오히려 성인들의 정치 미성숙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였다.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여 선거권을 선별하는 것은 차별이며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주장한 김 의원은, 일부 정당에서 유불리를 따져가며 선거권을 정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였다. 세계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적폐 청산을 위해서라도, 18세 선거권 문제는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라는 것을 역설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춘숙 국회의원은 "추운 날씨에 우리 청소년들과 농성에 돌입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다. 대한민국은 정치권의 부패, 정치권의 무능력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아파하고 있다. 그러한 마음으로 18세 선거권을 이루어 내어 국민 참정권 확대에 힘을 돕겠다"고 집회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성숙과 미성숙은 선거권이 없는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아닌, 기성세대를 평가하는 데 쓰여야 하는 단어라고 강조하였다. 기성세대는 정치적 성숙과 미성숙을 나눌 수 있는 권리를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고, 누구도 가지지 못하였다. 18세 선거권 확대는 권리 확대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16세까지 선거권을 인하함을 검토하는 많은 나라들이 있는 반면 한국은 그 진행 과정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였다.

의회는 물론 당사자의 문제인 교육감 선거 역시 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18세 선거권의 문제는 일부 계층의 문제가 아닌 국민 전체의 문제임을 역설하였다.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서, 또한 권리의 확대를 위하여 반드시 이루어야 할 현안이기 때문에 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제가 안행위와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을 다짐하였다. 또한,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것에 온 힘을 쏟겠다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한시 빨리 18세 선거권 문제 해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매일 투표하는 것도 아니면서 청소년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기득권의 만행이며, 민주주의 광장에 참석하는 것이 참된 공부라고 주장한 윤소하 의원.
▲ 발언하는 윤소하 의원 매일 투표하는 것도 아니면서 청소년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기득권의 만행이며, 민주주의 광장에 참석하는 것이 참된 공부라고 주장한 윤소하 의원.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정의당 소속 윤소하 의원은 "오스트리아는 18세도 모자라 16세에게까지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방금 정춘숙 의원께서 말씀하셨듯 서구 여러 나라에는 16세로의 선거권 인하를 검토 중에 있다"라며 한국 정치 참여의 닫힌 면을 강조하였다.

18세 선거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헌법이 문제가 된다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개헌이 필요한 것이 아닌 공직자선거법의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안행위를 통과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이 추운 날씨에 농성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것에 상당히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토로하였다.

'18세 선거권 문제는 학제 개편 후 시행해야 한다'라는 안철수 의원의 의견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투표권도 없이 열심히 공부해서는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18세 혹은 그 아래까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치의 중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공부만 하는 것 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권참여의 장에 서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윤 의원은 단언하였다.

촛불광장의 주역이었던 청소년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국회 내로 끌어 왔으니, 이것을 2월 국회에 처리할 수 있도록 정의당이 앞장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탄핵과 촛불민심 이후 결정권을 차기 우리 사회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회가 더이상 망설여선 안 되며 행동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현 상황을 꼬집어 비판하였다.

청소년 선거권은 민주공화국 국민으로서의 당연스러운 인식이 필요하다.
▲ 청소년 선거권을 강력히 주장하는 학생들 청소년 선거권은 민주공화국 국민으로서의 당연스러운 인식이 필요하다.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이어서 여러 청소년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당장 이 문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이외에도, 중학생까지 자유발언을 신청할 만큼 청소년들이 얼마나 이 의제에 관련해 관심이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부천의 한 고등학생이라 밝힌 김시연 학생은 "요즘 언론에서 18세 선거권 개정이 통과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기사가 쏟아지는데, 어이가 없다"라며 이번 문제의 개정이 절실함을 토로하였다.

또 다른 학생인 이하늘 학생은 "저도 한 명의 청소년으로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에 대해 강력히 주장하며 입을 열겠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선거권 확대를 주장하였다. 학생들에게 그동안 정치적 무관심을 강요해 온 기득권층이 이제는 그 행위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규탄하였다. 청소년들은 우매하지 않으며, 오히려 권력을 쥐고 있는 소수의 어른의 입막음이라며 기득권층의 부패 역시 비판하기를 꺼리지 않았다.

이미 OECD 국가들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18세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많이 들었다. 단순히 '젊은 층에게 선거권을 준다면 진보 성향의 정당에게 표가 몰릴 것이다'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이번 법안개정을 미루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미루는 것이고 저해하려는 행위로 인식될 것이다.

실제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일본에서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결과, 진보성향 정당인 민주당보다 보수성향 정당인 자민당에게 더 많은 표가 간 사실이 있다. 이를 보더라도 보수 성향의 정당들이 계산하는 정치공학적 문제가 아주 많이 달랐음을 보여준다.

국회에서 18세 선거권 의제가 통과될 때까지 여러 청소년들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이어갈 예정인 만큼, 과연 얼마나 많은 보수성향 정당과 국회의원이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또한 이번 촛불집회를 이끈 주역인 청소년들이 당장 다음 대선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세간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태그:#청소년참정권, #청소년선거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