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의 한 장면. 주인공 아키라를 맡은 야기라 유야는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무도 모른다>의 한 장면. 주인공 아키라를 맡은 야기라 유야는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디스테이션


지난 2004년 57회 칸 영화제는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를 낳았다. <올드보이>가 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을 때, 최민식을 누르고 남우주연상을 따낸 주인공은 일본의 열네 살 소년 배우 야기라 유야였다. 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에서 주인공 아키라 역을 맡아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심사위원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제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보았지만,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아키라의 표정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버림받은 네 남매의 이야기다. 한 배에서 나온 아이들은 제각각 아빠가 다르다.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는 일한답시고 나가면 며칠이고 집을 비우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긴다. 엄마는 "결혼하면 다 같이 큰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이들을 꼭꼭 숨겨둔 채 좀처럼 내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멀리 일하러 간다며 크리스마스까지는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집을 나선다. 그리곤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어떠했나.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어떠했나.ⓒ 디스테이션


엄마가 떠난 뒤 집안을 책임지는 열두 살 장남 아키라(야기라 유아 분)의 일상은 내내 눈에 걸린다. 그는 엄마의 부재가 이전에도 몇 번이나 있었던 일이라는 듯 익숙하게 세 동생을 돌본다. 직접 장을 봐온 재료로 요리하고 설거지에 청소까지 못 하는 게 없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남들처럼 학교에 가고 싶단 생각에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남매의 삶이 아키라에겐 낯설지 않고, 카메라는 내내 무표정한 얼굴의 그를 좇는다. 그렇게 영화는 소년이 처한 비극적 현실 대신 이를 대하는 그의 섬뜩한 어른스러움에 방점을 찍는다.

엄마가 남긴 돈이 바닥나며 피폐해져 가는 아이들의 생활은 안타까움을 넘어 무겁게 다가온다. 너무 어려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는 아키라가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주먹밥을 얻어 동생들을 먹이는 에피소드, 셋째 시게루가 자판기를 지날 때마다 잔돈 반환구를 확인하는 장면 등은 군더더기 없이 현실적이어서 더욱 뼈아프다. 가스와 전기, 물이 끊긴 뒤 동네 공원 화장실을 찾아 볼일을 해결하고 마실 물을 받아오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와중에 가장 슬픈 건 다름 아닌 아이들의 무덤덤한 천진함이다. 나름 철이 든 아키라와 둘째 교코(기타우라 아유 분), 장난꾸러기 시게루(키무라 히에이 분)와 귀여운 막내 유키(시미즈 모모코 분)도. 이들은 좀처럼 웃을 줄 모르지만 그렇다고 단 한 번도 우는 법이 없다.

 보고 나면 관객의 가슴도 먹먹해진다.

보고 나면 관객의 가슴도 먹먹해진다.ⓒ 디스테이션


야구 글러브를 갖고 싶은 아키라, 돈을 모아 피아노를 사겠다는 교코, 장난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은 시게루, 아폴로 초콜릿을 좋아하는 유키. 당장에라도 손을 뻗고 싶은 아이들의 면면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내 그들을 구원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어른'은 무관심하거나 최소한의 도움만을 제공할 뿐이다. 현관문을 연 집주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집안 전경과 거지꼴에 가까운 아이들은 영화가 지닌 이같은 관조성의 정점이다. 애처롭게 도와달라 부르짖는 대신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아이들의 눈빛. 그 안에는 역설적이게도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절실함이 엿보인다. 그건 스크린 밖 관객을 대하는 <아무도 모른다>의 시선이기도 하다. 마음 깊이 가득 고인 눈물을 간직한 듯한 그 먹먹한 눈빛 말이다. 8일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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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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