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황재균이 또 다른 '자이언츠'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에 도전한다. 황재균은 24일(이하 한국 시각) 메이저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고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1년 스플릿 계약으로 2월에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열리는 캑터스리그 스프링 캠프에는 초청 선수로 참가한다. 개막전에 25인 로스터 진입에 성공하면 150만 달러의 연봉이 보장되며, 성적에 따른 각종 옵션에 따라 160만 달러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경쟁이다. 지난 시즌 이대호(현 롯데 자이언츠)가 그랬던 것처럼 초청 선수로 시작하여 스프링 캠프를 시작하고, 개막전 직전까지 로스터 진입을 위해 매 타석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꾸준한 출전으로 성장한 만능 플레이어 황재균

1987년 7월 28일 서울 태생인 황재균은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6 드래프트 2차 지명을 통해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원래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였던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테니스를 시작했다가 야구로 전향했다.

2006년 첫 해를 퓨처스리그에서 보낸 황재균은 2007년부터 백업으로 1군 엔트리에 들기 시작하며 후반기부터 주전 유격수로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황재균은 유격수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2008년 체력적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타격에서 더 뛰어났던 동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주전 유격수를 넘기고 3루수로 전향하게 됐다.

물론 3루 자리에도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내야수 정성훈(현 LG 트윈스)이 있었다. 그러나 정성훈이 FA 계약으로 LG로 이적하면서 황재균은 주전 3루수로 안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경기 출전에 있어서 매일 꾸준히 출전하는 철인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황재균은 2010년 도중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롯데로 이적한 초기에는 주로 하위 타선에 배치되었지만, 김주찬(현 KIA 타이거즈)과 홍성흔(은퇴)이 각각 FA로 이적하면서 상위 타선으로 배치가 바뀌었다.

그리고 2012년에 황재균은 당시 팀당 133경기였던 KBO리그 정규 시즌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이를 시작으로 2013년과 2014년에 128경기 씩, 2015년에도 144경기를 모두 출전하며 거인 군단의 '철인'이 됐다.

그 결과 황재균은 2016년 4월 29일까지 무려 618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우게 됐다. 최태원(1014경기)과 김형석(622경기)의 뒤를 이은 KBO리그 역대 3위 기록이었다. 물론 이 연속 출전 기록에 가벼운 부상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 등으로 출전한 경기도 포함되어 있었던 점도 있었다.

사실 기록을 5경기만 더 연장하면 김형석의 기록을 깰 수도 있었다. 다만 연속 출전 기록 4위의 이범호(615경기)가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는 점과 2016년 FA 예비 시즌이었다는 점이 작용하여 체력 안배 차원에서 황재균은 연속 출전 기록 연장을 중단했다.

그러는 동안 황재균은 타격, 주루, 수비 등 여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획득하고 병역 문제를 해결했으며, 2015년에는 올스타 게임 홈런 더비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프리미어 12에 출전하는 등 꾸준히 성장했다.

포스팅 무응찰 굴욕, 시련 딛고 다시 도전하는 메이저리그

2015년 정규 시즌이 끝난 뒤, 롯데에서는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먼저 진출 선언을 한 쪽은 손아섭이었다. 뒤이어 황재균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는데, 문제는 손아섭과 황재균 두 선수 모두 FA 취득 자격은 미달이기 때문에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포스팅 시스템의 경우 KBO리그 규정에 의하여 한 구단에서 한 명만 신청할 수 있었으며, 그 선수가 구단과 계약에 성공할 경우 팀 동료들은 그 해 겨울에는 신청할 수 없게 되는 제한적 기회였다. 이 때문에 롯데는 일단 진출 선언을 먼저 했던 손아섭에게 우선 기회를 줬다.

그런데 먼저 포스팅 시스템을 신청했던 손아섭에게 관심을 보였던 메이저리그 구단은 아무도 없었다. 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황재균은 빠르게 포스팅 시스템 도전 기회를 얻게 되었고, 뒤이어 포스팅 시스템을 신청하여 결과를 기다렸지만 황재균 역시 무응찰의 굴욕을 겪어야 했다.

2013년 1월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계약했던 류현진, 2015년 1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했던 강정호의 경우는 각각 KBO리그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선수들이었다. 류현진은 트리플 크라운에 리그 MVP 경력까지 있었고, 강정호 역시 KBO리그 유격수 최초로 40홈런 시즌을 만들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손아섭과 황재균의 경우 이들과 달리 메이저리그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선수들은 아니었다. 김광현(SK 와이번스)이나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경우는 그래도 메이저리그 구단들 중 그들의 가능성을 보고 응찰이라도 하긴 했지만 손아섭과 황재균은 그런 경우도 아니었다.

황재균은 2016년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사상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최종 27홈런-25도루). 또한 타율에서도 0.335로 풀 타임 커리어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0.394의 출루율과 0.570의 장타율을 기록, 공격적인 기량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다저스의 라이벌 자이언츠, 류현진과 라이벌로 만나야 하는 황재균

황재균이 계약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883년 뉴욕 고딩스로 창단하여 1886년 자이언츠로 팀 이름을 바꿨고, 135년차를 맞이한 명문 구단이다. 1958년부터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으며, 2000년부터 현재의 홈 구장인 AT&T 파크를 사용했다.

자이언츠는 뉴욕을 연고지로 하고 있을 때 5번 월드 챔피언에 오른 뒤(1905, 1921, 1922, 1933, 1954) 당시 브루클린에 있었던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개척했다.

자이언츠는 연고지를 이전한 이래 다저스와는 전통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황재균이 자이언츠에 입단하면서 그와 동갑내기인 류현진과도 라이벌 경기에서 만나게 됐다. 물론 두 선수 모두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야 만날 수 있다.

황재균이 홈 구장으로 사용하게 될 AT&T 파크는 우측 담장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짧은 편이라 왼손 타자들이 홈런을 치기에 유리한 구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장 외야에 바로 붙어 있는 맥코비 만에서 불어오는 추운 바닷바람과 높은 담장으로 인하여 실제로 배리 본즈를 제외하고는 우측 장외로 넘어가는 '스플래시 히트'를 쉽게 날리는 선수는 없었으며, 본즈가 은퇴한 뒤에는 사실상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 됐다.

만만치 않은 주전 경쟁, 중요해진 스프링 캠프

현재 황재균의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와 마이너리그 로스터에 들 경우 계약 내용이 달라지는 스플릿 계약이다. 때문에 황재균의 이름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페이지 선수 명단 중에서는 '로스터에 없는 초청 선수'(Non-Roster Invitee) 명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황재균의 등번호도 관심거리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에 달았던 3번은 자이언츠의 영구 결번(빌 테리)이라 사용할 수 없다. 롯데에서 달던 13번은 투수 윌 스미스가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 사용하기도 했던 10번은 공교롭게도 포지션 경쟁 상대인 에두아르도 누네즈가 사용하고 있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에서 사용했던 16번의 경우 아직 40인 로스터 중에선 비어있다.

그러나 황재균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경쟁 상대들이 많다. 3루수 누네즈는 뉴욕 양키스와 트윈스를 거쳐 2016년 중반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되어 온 선수로, 메이저리그 8년차를 맞이하지만 서비스 타임을 충족하지 못해 FA 자격까지 연한이 남은 선수이다. 그나마 누네즈가 아직 풀 타임 경험이 없는 선수라서 자이언츠가 황재균을 영입한 것이다.

황재균이 데뷔 초기에 맡았던 유격수 자리는 브랜든 크로포드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해 한국인 유격수 이학주가 마이너리그 FA 계약을 맺고 초청 선수로 스프링 캠프에 참가했지만, 끝내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2년 유예기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2루수를 맡고 있는 조 패닉은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아직 풀 타임으로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황재균이 스프링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내외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수비를 해 봤던 누네즈가 빈 자리를 메우는 슈퍼 유틸리티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유격수 수비 경험도 있기 때문에 2루수로 활용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황재균이 현실적으로 노려야 하는 자리는 3루수다. 유격수 출신인 강정호가 팀 사정으로 인하여 유격수와 3루수를 동시에 소화하는 것처럼 황재균도 두 포지션을 소화해야 할 가능성도 미약하게나마 존재한다.

현재 자이언츠의 야수 자리는 유격수 크로포드와 우익수 헌터 펜스를 제외하면 붙박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주전 포수이자 중심 타선을 맡는 버스터 포지가 체력 안배 차원에서 1루수로 나올 경우 기존 주전 1루수 브랜든 벨트도 벤치에 앉아야 한다.  2루수와 3루수 그리고 좌익수와 중견수 자리는 크로포드나 펜스 처럼 오랫동안 고정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이언츠는 꾸준한 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 황재균을 필요로 한 것이다. 황재균이 타격에 있어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다양한 포지션의 수비 경험을 갖고 있는 누네즈를 상황에 따라 여러 포지션에 투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 만큼 다른 선수를 활용할 방법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시즌 자이언츠의 야수 라인업을 결정지을 키 플레이어가 황재균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이언츠는 이대호보다도 더 많은 보장 금액을 제시했으며, 황재균은 다른 초청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연봉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일단 황재균이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 황재균은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하여 2월부터 애리조나 주에서 열리는 캑터스리그 스프링 캠프에 대비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된 황재균의 올 시즌 활약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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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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