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듣고 있는가" 민중의 노래를 9일 오후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음악회’가 열린 안산예당 해돋이극장 무대에 오른 시함뮤 단원들이 영화 <레미제라블> 곡 중 하나인 ‘민중의 노래’를 부르며 청와대의 ‘그’를 가리키는 퍼포먼스를 공연하고 있다.

▲ "너는 듣고 있는가" 민중의 노래를 9일 오후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음악회’가 열린 안산예당 해돋이극장 무대에 오른 시함뮤 단원들이 영화 <레미제라블> 곡 중 하나인 ‘민중의 노래’를 부르며 청와대의 ‘그’를 가리키는 퍼포먼스를 공연하고 있다. ⓒ 박호열


일명 '시함뮤'.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줄임말이다. 9일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1000일 음악회 무대에 32명의 '시함뮤'들이 올랐다. 첫 순서는 '민중의 노래'였다. 결연한 표정으로 노래를 이어나가던 이들은 클라이맥스에서 단체로 손을 쭉 뻗어 무대 뒤편을 가리켰다. 광화문 광장이었다면 이들의 손가락 끝이 향하는 동서쪽에는 청와대가 있었다. 세월호 1000일 음악회 무대에는 그 대신 스크린 위에 청와대 사진이 떴다.

홀로 또 같이 무대에 오른 이들은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La Vie Boheme' 같이 밝은 곡도 있었지만, '우리 엄마'처럼 시민의 눈물을 쏟게 만드는 곡도 있었다. '우리 엄마'는 죽은 아이의 생일을 맞은 엄마가 슬픔에 잠겨 있는 동안 아이의 환상이 엄마에게 와 "나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내용이 담긴 노래다.

세월호 1000일 음악회 무대에는 시함뮤을 포함해 여러 공연이 준비돼 있었다. 첫 무대로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이 올라 '네버엔딩스토리'를 불렀고 이어 가수 정태춘과 권진원, 옥상달빛과 노래패 우리나라가 차례로 올랐다. 마지막 순서는 '시함뮤'와 전인권 밴드가 장식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음악회를 보러 온 시민들은 손을 흔들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도 흘리며 3시간에 걸친 1000일 음악회를 감상했다. 사회와 함께 연대하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3시간의 시간 중 30분가량 무대에 올랐던 '시함뮤'. 벌써 3.5기까지 왔다. 지난 2016년 11월 1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1기 시함뮤가 무대를 가진 후 꾸준하게 광장에 나섰다. 1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시함뮤' 공연을 지휘한 이가 있다. 바로 변정주 감독. 시함뮤의 연출을 맡은 그에게 9일 열린 세월호 1000일 음악회, 그리고 '시함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10일 오후,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환영"

제1회 '물러나Show' 무대 지난 18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1회 '박근혜 퇴진 광장 촛불 콘서트 물러나Show' 무대가 열렸다. 민중가수 안치환, 밴드 바드, 밴드 아시안체어샷, 래퍼 피타입, 마임이스트 조성진, 시인 문동만 그리고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 20명이 함께 만드는 무대였다.

▲ 제1회 '물러나Show' 무대 지난 2016년 11월 18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1회 '박근혜 퇴진 광장 촛불 콘서트 물러나Show' 무대가 열렸다.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인 '시함뮤' 1기 20명이 함께 만드는 무대였다. ⓒ 곽우신


- 광화문 광장에서 그리고 지난 9일 안산에서 매번 상당한 인원이 모인다. 이번 세월호 1000일 음악회에는 '시함뮤' 3.5기라며 32명의 배우가 모인 걸로 알고 있다. '시함뮤'는 어떻게 모이게 됐나.
"시간상 촛불집회에 나가지 못하는 배우들이 있다. '더블캐스트'거나 공연이 없는 배우들을 모아 노래를 해보자 싶었다. 광장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담아서.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연습을 한다. 나랑 가까운 배우들부터 연락했고, 그 배우가 또 다른 아는 배우에게 연락하고 그런 식으로. 연습 시간과 공연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비울 수 있는 배우들로 무대 구성을 한다. 자기도 '시함뮤'로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이런 일 있을 때 연락을 달라고 말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

- 대규모라 연습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한 번 무대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연습을 하나.
"보통 뮤지컬 공연이 월요일에 많이 없다. 이번 세월호 1000일 음악회를 준비하려고 월요일 오후에 다섯 번 정도 모였다. 한 번 만나면 6시간씩 연습한다. 보통 광화문 무대의 경우 공연 시간이 15분 정도인데 1000일 음악회는 30분이 주어졌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노래를 많이 했고 그래서 연습도 많이 했다. 보통은 하루 6시간 정도만 맞추고 바로 들어간다."

- 그게 가능한가?
"(웃음) 모두 전문가들이니까 훈련이 돼 있는 사람들이고. 나도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가능하더라."

- 전문가들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광화문 무대는 돈을 받지 않고 오르는 걸로 알고 있다.
"전혀. 전혀 받지 않는다. 아까 말했듯 기회가 있으면 광장이든 어디든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리고 의미가 있다면 불러달라고 한 뮤지컬 배우들이 100명이 넘는다. 아직 한 번도 무대에 안 오른 배우들도 셀 수 없이 많다. 물론 무대에 뜻은 있는데 명단에 들어와 있지 않은 배우들도 있을 거다.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내게 연락을 주면 된다."

"탄핵 되면 다시 무대에 오를지도?"

마이크를 잡은 변정주 연출 뮤지컬 <러브레터>의 연출을 맡은 변정주가 24일,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그는 원작의 원형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나름의 재해석과 각색을 시도했으며, 그 결과물은 나쁘지 않다.

▲ 마이크를 잡은 변정주 연출 이번 '시함뮤'의 무대를 맡은 변정주 연출. 그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극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도 오른 바 있다. ⓒ 곽우신


- 지난 9일은 광화문이 아니라 안산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공연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유가족분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어 만든 무대인데 그 자리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슬퍼지게 됐다. 세월호 1000일이라는 전체적인 의미가 있으니까…. 그래서 조심스러웠고 힘을 내기 쉽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퇴진'이나 '하야'로 구체적인 하나의 목표가 모여 힘을 내는데 어렵지 않았다. 물론 야외이기에 바깥에서 고생해야 하는 상황은 있었지만. 또 유가족들로 이뤄진 416 합창단 분들이 바로 옆 분장실에 계셨다. 그래서 마음이 더 복합적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분이 찾아와주셔서 같이 공연을 함께 했다. 우리에게는 뜻깊은 무대였다."

- '민중의 노래'나 '상록수' 같은 곡들은 촛불집회 현장에서 많이 들었는데 세월호 1000일 음악회에서 들은 '우리 엄마'라는 곡은 처음 들어봤다.
"전영관 시인이라는 분이 계시다. 그 시인께서 '시함뮤' 2기 공연을 보시고는 이메일로 연락하셨다. 본인이 쓴 시 중에 참사로 희생당한 아이 생일날 엄마의 마음을 담은 시가 있다고. 그 시를 갖고 장면을 만든 것이다. 전영관 시인께서는 시를 쓸 때 구체적인 아이를 머릿속에 생각해두고 쓰셨다고 한다.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그 아이 어머니에게 작곡가가 따로 전화를 드리고 이 이야기로 장면을 만들어도 되겠냐고 여쭈어 보았다."

- 공연이 끝나고 나서 배우들과 여러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나눈 이야기 일부를 물어도 될까.
"다들 너무 행복해했다. 행복하다는 게 이런 뜻깊은 자리에 많은 배우가 하나의 목소리로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에. 그리고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나눴다. '뮤지컬'이라는 것이 좀 비싸다. 평생 뮤지컬을 못 보고 지나가는 분들도 있으실 테고 뮤지컬이 뭔지 모르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거다. 경제적인 여건이 안 돼 뮤지컬을 경험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이런 자리를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 시함뮤는 앞으로 어떤 공연에 서게 될까.
"아직 모르겠다. 아마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는 시점에 한 번 더 서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박근혜가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승리를 자축하는 시민들이 있는 자리에 서고자 한다."

- 그 상황에서 듣는 '민중의 노래'는 좀 다를 것 같다.
"그 상황에서 '민중의 노래'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즐거운 축제의 자리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시함뮤' 공연을 하고 나서 "잘 봤다", "고맙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트위터든 댓글로든 많이 봤는데 반대로 저희가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 이렇게 불러내 주신 것도 시민들이고 시민들이 만든 공간에 저희가 올라와 노래만 할 뿐인 거고. 불러내 주시고 예뻐해 주시고 박수 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저희가 이렇게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건 '촛불의 힘'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1000일 음악회 '시함뮤' 세트리스트
'시함뮤'의 이날 무대는 기존 광화문에서 울려퍼졌던 뮤지컬 넘버들과 새롭게 선보인 곡들이 섞여 있었다. 예컨대 '민중의 노래'나 '상록수', '빛' 등은 광장에서 몇 차례 불린 곡이고, '우리 엄마'나 'I Believe', 'The Prayer' 등은 새롭게 관객들 앞에서 소개하는 곡이다.

뮤지컬 넘버는 독립된 하나의 음악으로서 존재할 때 보다 극의 맥락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지난 9일 무대에 불린 곡들도 각각의 의미를 갖고 선정됐다. 변정주 연출은 "추모를 하는 날인데, 같이 슬퍼하는 것도 추모이지만 힘을 내자는 것도 추모의 의미 아닌가. 그래서 유가족들과 시민들께 힘을 줄 수 있는 노래를 선곡했다"라며 "스태프들과 상의를 해서 자리에 맞는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혁명을 그린 뮤지컬 <레미제라블>, 가난하고 아프지만 가슴 속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뮤지컬 <렌트>, 그리고 상처를 딛고 언젠가 오고야 말 빛을 기다리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등 이런 콘셉트에 따라 작품과 곡이 선정됐다.

1. 민중의 노래+내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
2. 우리 엄마
3. The Prayer (뮤지컬 <더 퀘스트 오브 카멜롯>)
4. La vie Boheme+Sesons of Love (뮤지컬 <렌트>)
5. I believe (뮤지컬 <북 오브 모르몬>)
6.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상록수
7. 빛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 3.5기
연출: 변정주 / 조연출: 김가람 박준영
음악감독: 구소영 / 음악조감독: 황미선 / 안무: 문성우
배우: 강웅곤 강정우 강정임 강지혜 고유나 김도신 김현진 김혜나 박민정 송영미 송용진 오소연 유정아 윤진영 이경미 이규형 이시후 이지혜 이한밀 임찬민 임현수 정다희 정승혜 정영주 조상웅 조휘 제나 최석진 최성원 한보라 홍우진 황두현


뮤지컬 시함뮤 광화문 세월호 1000일 음악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