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드라마다. 시청률은 4~5%대에서 오를 줄을 모르건만, 온라인 반응이나 화제성만큼은 여느 인기 드라마에 뒤지지 않는다. 드라마 속 청춘들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다닌 적 없고, 근처도 가본 적 없는 체대 시절이 마치 내 추억마냥 아련하게 떠오른다. 체대생들의 청춘 로맨스, 그들의 땀내 나는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아래 <김복주>) 이야기다.

아픔 지닌 주인공들

 MBC <역도요정 김복주> 공식 포스터.

MBC <역도요정 김복주> 공식 포스터. 종영을 앞둔 지금, 시청률은 답보 상태이지만 이 드라마를 응원하고 싶다.ⓒ MBC


주인공 김복주(이성경 분)는 한얼체대 역도부 에이스다. 역도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역도선수가 된 그녀는, 바벨의 쇠 냄새까지 사랑한다. 드는 만큼,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역도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비만 클리닉 의사 정재이(이재윤 분)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난생처음 역도가 부끄러워진다. 늘 씩씩하고 쾌활한 역도요정이었지만, 어쩐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역도 해요" 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공이 뭐냐"는 재이의 질문에, 역도 대신 '첼로'라고 말했다. 첼로가 앉아서 연주하는 건지, 서서 연주하는 건지도 헷갈리지만 말이다.

그런 그녀 앞에, 초등학교 동창이자 재이의 사촌동생인 준형(남주혁 분)이 나타난다. 준형은 수영부 에이스지만 비운의 수영 천재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큰 대회마다 번번이 실수한다. 큰아버지, 큰어머니와 사촌 형 재이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그들의 너무 지극한 사랑은 어쩐지 동정처럼, 벽처럼 느껴졌다. 언뜻 밝고 유쾌해 보이지만, 시니컬한 성격도 그 때문. 하지만 우연히 캠퍼스에서 복주와 재회한 뒤, 웃을 일이 많아지고, 그런 복주의 짝사랑을 돕다 점점 복주를 사랑하게 된다.

"멋있지만 예쁘진 않잖아"

 MBC <역도요정 김복주> 캡처

역도선수와 여자라는, 두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던 복주는, 관중석에서 짝사랑하던 재이를 발견하고도 훌륭하게 경기를 치러낸다.ⓒ MBC


복주는 처음 경험하는 짝사랑의 감정 앞에서,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역도가 처음으로 부끄러워진다. 꿈을 위해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는 복주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난다. 하지만 힘주어 무거운 역기를 들 때면 "어쩔 수 없이 곤두서는 핏줄, 시뻘게진 얼굴, 이중 턱과 뱃살"을, 굳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역도 하는 여자가 어때서?"라는 준형의 질문에, "멋있긴 하지만 예쁘진 않잖아"라고 답하는 복주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저 예쁘게만 보이고 싶은 21살 대학생일 뿐이다.

"아무리 외모가 다가 아니라고 해도,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아니다", "역도인으로 살려면 여자로 사는 건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역도선수와 여자라는, 두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던 복주는, 관중석에서 짝사랑하던 재이를 발견하고도 훌륭하게 경기를 치러낸다. 실연의 상처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들킨 창피함도, 열심히 땀 흘린 지난 시간과 노력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복주의 모습에 모두가 환호했다. 하지만 정작 복주는 눈물을 흘린다. 역기를 내려놓은 복주는 다시 그저 사랑에 빠진 21살이 되었기 때문이다. 복주는 역도 하는 여자가 "멋있지만 예쁘진 않다"고 했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입술을 앙다문,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고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린 복주의 모습은 멋있었고, 예뻤다.

<김복주>가 그리는 청춘의 모습은 이렇다. 여느 청춘극처럼, 마냥 신나고, 즐겁고, '달달'하지만은 않다. <김복주>의 청춘들은 어리지만 꿈을 향해 땀과 눈물을 흘리는 프로들이고, 아직은 실수투성이에 어설프지만, 그래서 창피하고 지질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실수들을 반복하며 한 뼘씩 성장해 나간다.

눈물났던 송시호의 포기

 MBC <역도요정 김복주> 캡처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하고, 수면제 부작용으로 몽유병에까지 시달리던 송시호는 밝고 통통 튀는 청춘물 <김복주>에서 겉도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MBC


그런 <김복주> 속 반짝이는 청춘의 모습은, 14회에서 그려진 준형의 전 여자친구인 송시호(경수진 분)의 성장에서 더 두드러졌다. 송시호는 10대 시절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까지 딴, 리듬체조계의 간판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돈 많이 드는 리듬체조 시키느라, 집안 경제는 풍비박산 났고, 이 때문에 갈등을 빚어온 부모님은 이혼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호의 성적은 더는 개인의 만족도나 성취 문제가 아니었다. 가족의 희생은 부담이 되어 시호의 리본 끝, 곤봉 끝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자연히 실수도 잦아졌고, 고작 22살이지만 전성기를 지나버린 몸에는 무리가 왔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과 식이장애에 시달리던 시호는 전 남자친구인 준형에게 더 매달렸고, 준형과 가까이 지내는 복주에게 날카롭게 대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시호는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경기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시호는 결국 공을 너무 멀리 던져 선을 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점수는 크게 깎이지 않았다. 협회에서 요직을 맡게 된 코치 성유희(레이양) 심사위원들을 매수한 덕이었다.

 MBC <역도요정 김복주> 캡처

송시호은 하늘 높이 던진 리본을 받지 않고 그대로 땅에 떨군다. 뜨거웠던 자신의 지난 날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듯이.ⓒ MBC


어쩌면 마지막이 될 무대에서, 시호는 더는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특혜를 얻었다. 누군가는 기회라 느낄 지도 모를 특혜 앞에서, 시호가 느낀 것은 비참함이었다. 안정적으로 리본 경기를 펼치던 시호는 지난 시간 리듬체조를 위해 흘린 자신의 땀과 눈물을 회상했다. 그리고 결국 하늘 높이 던진 리본을 받지 않고 그대로 땅에 떨군다. 하늘 높이 손을 뻗은 시호는 온몸으로 경기를 포기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줬다. 뜨거웠던 자신의 지난 날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듯이.

"미쳤어?"라는 코치의 날카로운 괴성과 주변의 웅성거림 속에서, 시호는 한결 가벼워진 듯 희미하게 웃었다.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하고, 수면제 부작용으로 몽유병에까지 시달리던 송시호는 밝고 통통 튀는 청춘물 <김복주>에서 겉도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가 보여준 스포츠 정신과 청춘의 모습은, 주인공 복주가 보여준 그것에 뒤지지 않았다.

인생 승부를 펼치는 스물 남짓의 청춘들

 스물 남짓한 나이에 인생을 건 승부를 펼치는 <역도요정 김복주> 속 청춘들.

스물 남짓한 나이에 인생을 건 승부를 펼치는 <역도요정 김복주> 속 청춘들.ⓒ MBC


"운동할 때 숨이 턱까지 차면 죽을 것 같잖아. 근데 그 고비만 넘기면 괜찮아지잖아. 다 그런 거야." (극 중 최성은 코치(장영남 분)의 대사)

체중 감량 탓에 늘 식이조절을 해야 하는 리듬체조부, 증량을 위해 토할 때까지 배가 터지도록 먹고 미친 듯이 운동을 해야 하는 역도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결국 꿈을 위해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포기하고, 인생을 건 승부를 펼쳐야 하는 고작 스물 남짓한 청춘들의 땀내나는 고군분투인 건 마찬가지다.

<김복주> 시청자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오가는 "이제라도 체대에 들어가고 싶다", "다닌 적도 없는 체대 시절이 그리워진다"는 말은, <김복주> 속 청춘들이 보내는 뜨거운 20대에 대한 부러움, 혹은 찬사의 표현일 것이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는 다 그만한 매력이 있게 마련. 하지만, 꼭 시청률과 매력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흔히 스포츠에서 등수와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꼴찌들을 일컬어 '아름다운 꼴찌'라고 한다.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 하지만 <김복주>를 본 사람은 누구나 <김복주>를 주저 없이 '인생 드라마', '명작'으로 꼽을 것이다. 성과가 있든 없든, 제 자리에서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김복주> 속 여러 청춘들의 모습이 그러하듯 말이다.

그래서 이별을 앞둔 '아름다운 꼴찌' <김복주>에게 꼭 말하고 싶다. 함께한 석 달. 행복했고, 행복했다고.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