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예술성이 뛰어난 작가가 축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해도 축구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축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에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축구와 예술의 관계는 멀고도 가깝다. 둘은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대변하는 '아트 사커'는 예술과 축구의 관계를 밀접하게 나타내고 있다.

한편 축구와 예술 사이에 가교를 놓는 이가 있다. 축구를 그리는 화가, 우희경 작가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축구와 예술의 관계를 중심으로 우희경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안녕하세요, 우희경 작가님.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분들께 자신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춘천에서 그림을 그리는 31살 우희경이라고 합니다. 작업실이 춘천에 있기에 주로 춘천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WOOZAKA'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다양한 인물화를 그리고 있으며 축구에 관심을 갖고 축구인들의 그림을 그리는 편입니다."

-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셨나요?
"어렸을 때 부터 손재주가 있는 편이었고,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적성을 살려서 미술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고, 고등학교 때 입시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강원대학교 디자인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지금처럼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시기는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한 2010년이라고 봅니다. 디자인학과는 컴퓨터를 주로 쓰는 작업을 하는데 컴퓨터 작업에는 흥미를 못 느꼈고, 따로 손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전공이 미술이 아니라서 순수 미술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을 제대로 공부하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인물들을 그리면서 시작하게 되었네요."

- 언제부터 축구를 보셨나요?
"처음으로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준 경기는 도쿄대첩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98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한일전 일본 원정경기입니다. 당시 저는 1997년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별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이민성 선수의 중거리 역전골이 들어가자 같이 보던 아버지가 굉장히 좋아했고 그때부터 축구의 매력을 느끼게 되어 국가대표팀 경기를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요즘과는 달리 당시에는 자주 열렸던 한일전, 98프랑스 월드컵, 방콕 아시안게임, (이동국, 김은중 선수가 투톱을 이뤘던) 99세계 청소년대회(+아시아 예선) 등의 국가대표 경기를 굉장히 재밌게 본 기억이 나네요.

98월드컵은 우리나라 경기 위주로만 봤다면, 2002월드컵은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월드컵인 만큼 경기 시간대가 좋아 다른 나라 경기도 많이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2002월드컵 때 여러 나라 선수들을 접하고 나서 유럽리그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집에 스포츠 방송이 나오지 않아서 가끔씩 공중파에 편성되었던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챙겨보는 게 좋았었어요. 요즘처럼 유럽 축구 경기를 쉽게 접하지 못 했던 환경이어서 그런지 공중파에 편성된 경기 챙겨보는 게 꿀 같았었지요.

요즘은 유럽 축구는 중요 경기 아닌 이상 하이라이트나 뉴스로 확인하고, K리그 경기를 라이브로 챙겨보는 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 팀인 강원FC를 응원하는데 이번에 클래식으로 다시 올라와서 엄청 기대됩니다."
 장지현 해설위원의 '무회전 프리톡'에 출연한 우희경 작가

장지현 해설위원의 '무회전 프리톡'에 출연한 우희경 작가ⓒ 우희경


- 작가님은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지만, 축구를 그리는 예술가로 알려졌습니다. 축구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축구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라면 단지 축구가 좋아서입니다. 그러나 '축구'만을 그리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인물화를 그리는데 관심 가는 인물이 대상이 되는지라 축구에 관심이 많은 만큼 많이 그리게 되어서 축구를 그리는 사람으로 알려진 것 같네요."

- 축구에는 예술적인 터치와 드리블, 감각적인 플레이까지 아름다운 장면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준 프랑스에 '아트 사커'라는 별명도 있는데요. 축구와 예술, 이들을 연관 지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실 축구에서 점유율이 어떻다, 누구 컨디션이 좋다 같은 '경기 내적인 부분'보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더욱 재미를 느낍니다.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선수, 다양한 디자인의 유니폼, 경기전 의식을 치르는 선수의 모습, 화려한 골 세리머니,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 기쁜 표정의 선수, 슬픈 표정의 선수 등 이런 부분에서 축구의 재미를 더욱 느끼는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는 제가 '마라도나'를 정말 좋아합니다. 80년대에 활약했던 선수라 플레이하는 모습을 본 거라고는 하이라이트 장면 밖에 없지만 사진자료를 찾아보면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모습들이 너무 많습니다. 일단 축구라는 스포츠의 상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고, 개성 있는 모습들, 다양한 표정들에 많이 끌리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를 많이 그렸고 앞으로도 많이 그리고 싶은 선수입니다.

가끔씩 주변 작가들에게 작품성에 관련된 쓴소리도 많이 듣고 있으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당연히 연습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자신보다 예술성이 뛰어난 작가가 축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해도 축구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축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에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축구를 그리는 일을 직종으로 삼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작가님께서는 많은 이들이 걷지 않았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축구선수를 그리는 등의 개인적인 작업은 당장 수입이 되기는 힘들어요. 저는 평소 벽화, 간판, 초상화, 일러스트 등의 일을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 때도 있고 적게 벌 때도 있으며, 당장 가정을 꾸려야 된다면 그림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수입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나의 무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을 이제 와서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철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성장하는 게 느껴져서 포기는 못하고 있습니다."

 방한한 다비드 비야에 직접 그린 그림을 전달한 우희경 작가

방한한 다비드 비야에 직접 그린 그림을 전달한 우희경 작가ⓒ 우희경


-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분들이 작가님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특히 많은 선수분들과 축구 관계자분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던데요. 최근에는 다비드 비야 선수에 직접 그림을 전달하셨다고요?

"축구선수를 그리면서 즐거운 일은 그림으로 인해 좋아하는 축구인들과 소통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최근 좋은 기회가 생겨서 'SBS 풋볼매거진 골!'의 무회전 프리톡 코너 (주제 : 축구, 예술을 만나다)에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그때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장지현 해설위원님, 축구를 주제로 일러스트 작업을 하시는 사키루 작가님을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후에 풋볼매거진 골! PD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는데 며칠 뒤에 다비드 비야 선수가 내한해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선물할 수 있는 그림을 의뢰하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응했고, 촬영을 지켜봐도 된다고 하셔서 다비드 비야 선수의 인터뷰를 직접 볼 수 있었죠. 그는 명성에 걸맞은 매너와 겸손함을 갖춘 선수였어요. 그때 저는 월드컵 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경험한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설레고 좋았었습니다.

축구인들과의 만남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3년 전(2014년)에 코엑스에서 열린 핸드메이드 코리아 페어 행사에 부스를 신청해서 작은 그림들을 전시했었는데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김태륭 위원님께서 그림 구매를 원하셔서 직접 만나게 되었었어요. 김태륭 위원님을 태그 해서 SNS에 올렸다가 많은 축구팬들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분들이 많아서 김태륭 위원님께 감사합니다.

이후 당시에는 카디프시티 소속이었던 김보경 선수와의 일러스트 작업도 해봤습니다.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월드컵 대표 선수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건 설레는 일이었었죠. 축구샵 벽화를 그렸다가 사장님과 친분이 있는 이완 선수에게 강원FC 싸인 유니폼도 선물을 받기도 했고, 유소년 축구 교실에 강수일 선수 벽화를 그려서 SNS에 올렸을 땐 강수일 선수가 고마움을 표시해 주기도 했으며, 2015년엔 FA컵 결승전 포스터를 그려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그렸던 김병지 해설위원 그림을 직접 선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을 그린 그림은 언젠가 선수 본인에게 직접 선물해주고 싶기 때문에 기회가 닿을 때까지 잘 소장하는 중이죠."
 직접 개인전을 열었던 우희경 작가

직접 개인전을 열었던 우희경 작가ⓒ 우희경


- 최근에는 춘천에서 전시회를 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특한 소재로 꾸민 전시회의 반응은 어땠나요? 전시회를 통해 느끼는 바가 있으신가요?

"제가 살아온 춘천에서 서른 살을 기념하고 싶어 생일에 맞춰 개인전을 열었었습니다. 큰 주제 없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 그렸던 그림들, 소품들을 종합적으로 전시했습니다. 지방인데다 춘천미술관 위치가 번화하지 않은 곳에 있기도 해서 지인들 말고는 많은 관람객이 오진 않았지만, 작품 수도 많았고, 디피, 연출도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100% 만족스러운 전시였네요. 만족스러웠던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못한 건 아쉽긴 합니다. 10년 단위로 종합적인 개인 전시회는 꼭 열 생각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일단 꾸준한 수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봤는데, 작업실에 화실을 차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봄쯤에는 화실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축구를 그리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일은 스포츠 브랜드, 축구 구단과의 컬래버레이션입니다. 저는 많은 축구 팬들과 소통을 하고 싶고, 축구 선수를 그리고, 경기장에 벽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이건 그림 그리는 축구팬으로써의 최고 로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옆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축구 인프라가 많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많이 부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보카 주니어스' 구장 주변의 화려한 색감의 벽화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축구 발전을 위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선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축구만을 주제로 전시회도 열고 싶어요. 전시 장소, 일정만 정해지면 바로 준비하고 싶네요. 많은 축구팬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삼십 대 중반에는 춘천에 축구펍을 차리고 싶습니다. 모아왔던 그림들, 소품들을 전시해서 작업실, 갤러리 겸 카페, 펍 느낌을 내고 싶어요. 가게를 차리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자금이 필요하니까 금전적인 수입이 있는 위주의 활동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물론 앞으로도 그리고 싶은 그림은 꾸준히 그리며 목표를 향해 전진할 계획입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