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논란 속에 서비스를 종료한 <서든어택2>는 여성유저들에게 수많은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여성 캐릭터 '미야'와 '김지윤'이 있었다. 특정 부위의 과도한 비율, 아슬아슬한 노출을 감행한 아이돌 스타가 몸에 맞지도 않는 샷건을 들고 전장에 등장한다. 애교 있는 목소리로 적을 유혹하는 그녀들은 총에 맞아 쓰러질 때조차 특정 부위가 클로즈업되어 보란 듯이 엎어졌다.

12세 이용가라는 <클로저스> 속 레비아라는 여성 캐릭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3세의 연령에 성인의 체형을 가진 이 캐릭터는 온갖 아양을 부리면서 유저에게 복종할 것을 약속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 잔 근육에 힘 있고 강한 목소리를 가진 남성 캐릭터들에 비하면 여성 캐릭터들은 공교롭게도 무기 하나도 들기 어려운 가녀린 팔로 말도 안 되는 묘기를 부린다. '전장의 아이돌'로 홍보되는 여성 캐릭터에 지극히 자연스럽게 노출된 아이들은 게임 속 여성의 무분별한 노출에 여성의 몸, 여성의 존재 자체를 대상화해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일부 게임에서 논란이 된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호흡 되어 온 생각들(이를테면 여성의 성 상품화와 성차별)에서 오는 극단적 예시이자 우리가 외면한 현실이다. 게임유저의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핑계 아래에 게임 내 여성 캐릭터는 다소 비현실적인 '섹스심볼'로 창조되고 소비되어왔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모양새였다.

우리 사회는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도 그러했다. 죽음의 위기에서 늘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라라 크로프트의 다소 부자연스러운 노출 의상이 게임의 완성도를 저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녀는 처음으로 창조된 지 20년 만에 핫팬츠와 탱크톱을 버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몸에 맞는 옷을 입게 되었다.

<서든어택2>의 여성 캐릭터가 삭제되던 그 시기에, <오버워치>의 '아나'라는 캐릭터가 화제에 올랐다. 그녀는 여성 캐릭터로는 이례적으로 장애를 가진 60세 여성이다. 그녀의 흰 머리는 두건 사이로 세차게 튀어나와 거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캐릭터의 개성을 신체 부위의 노출이 아니라, 다른 설정을 통해 살려낸 개발사 블리자드의 노력은, <오버워치>의 높은 게임성과 맞물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랑을 받게끔 했다. 출시 이래로 <오버워치는>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남성을 위한 판타지 속에서, 여성이 헐벗은 채로 괴물과 씨름하는 다소 이질적인 광경이 반복됐다. 여기에서 오는 불편함이 논란을 낳았고, 게임에서의 성차별이 전 지구적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여성 캐릭터가 급하게 제거되거나 수정되어버린 후에도, 여전히 많은 캐릭터들이 성 상품화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질타와 비판, 논란이 생기고 다시 제거되거나 수정되는 악순환이 반복한다. '미야'와 '김지윤' 같은 여성 캐릭터에 여성 유저들이 느끼는 감정은 불쾌감뿐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동정심도 있다. 누군가의 무지한 판타지 속에서 탄생한 그녀들의 죽음(삭제)는, 그녀들의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들이 유저들의 분노가 시사하는 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제2의 '미야'와 '김지윤'은 또다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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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과 '바꿈' 누리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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