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NC다이노스 준우승의 비결은 역시 '나테이박'으로 불리는 무시무시한 중심타선의 존재였다. 나성범, 에릭 테임즈, 박석민, 이호준으로 이어지는 NC의 중심타선은 올해 정규시즌에서만 115홈런425타점을 합작하는 화력을 과시했다. 비록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침묵했지만 애초에 '나테이박'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올해 NC의 정규리그83승이라는 성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NC는 내년 시즌 '나테이박'을 가동할 수 없다. 올해 공동 홈런왕이자 2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테임즈가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됐기 때문이다. NC는 내년 시즌을 함께 할 새 외국인 선수를 찾겠지만 지난 3년 동안 KBO리그를 지배했던 테임즈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울 수 있는 선수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NC는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떠난 올해의 두산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 선수들이 조금씩 더 분발해 테임즈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직 전성기를 맞지 않은 나성범과 김성욱, 권희동 등 젊은 외야수들의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30대 선수 중에서도 팀에 큰 보탬이 될 만한 유력 후보가 있다. 모창민은 내년 시즌 팀 내에서 역할이 더욱 커질 NC의 주전 같은 백업이다.

 모창민은 백업 내야수로 만족하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을 가진 선수다.
모창민은 백업 내야수로 만족하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을 가진 선수다.NC다이노스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멀었던 주전의 길

성균관대 시절부터 공수에서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던 모창민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3순위)로 SK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SK는 단국대의 나지완(KIA타이거즈), 건국대의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인천고의 김재환(두산) 등을 거르고 모창민을 지명했을 정도로 성균관대의 팔방미인 내야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모창민은 입단 당시부터 SK의 내야구도를 뒤흔들 재목으로 주목 받았지만 당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SK에는 1루에 박정권, 2루에 정근우(한화 이글스), 3루에 최정이라는 확실한 주전 멤버가 있었다. 유격수로 나서기엔 188cm 89kg이라는 큰 체격이 걸림돌이었다. 그렇다고 박재상, 김강민, 박재홍, 조동화 등이 버틴 외야를 넘보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모창민은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상무에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2012년9월 SK로 컴백한 모창민은 그 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신생팀 20인 외 특별 지명 선수로 선택돼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사실 주전 라인업이 견고한 SK에 비하면 신생팀 NC는 모창민이 주전으로 나서기 좋은 환경에 있는 팀이었다. 실제로 모창민은 이적 후 2년 동안 NC의 주전3루수로 활약했다.

2013년 모창민은 프로 데뷔 후 주전으로 나선 첫 시즌에 타율 .276 12홈런 51타점을 기록했다. 생애 처음으로 100안타를 돌파하며 규정타석을 채웠고 두 자리 수 홈런도 기록했다. 모창민은 2014년에도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263로 조금 하락했지만 16홈런 72타점을 기록하며 NC의 주전3루수로서 자리를 굳혀 나갔다.

하지만 2015년 모창민은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최악의 출발을 했고 결국 백업 내야수 지석훈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만약 지석훈이 실망스런 활약을 이어갔다면 다시 모창민에게 기회가 돌아 왔겠지만 지석훈은 2013년의 모창민이 그랬던 것처럼 생애 첫 세 자리 수 안타와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결국 모창민은 데뷔 후 최고의 타율(.290)을 기록하고도 대타요원과 백업내야수로 시즌을 마감했다.

테임즈 빠진 2017년, 모창민에겐 기회?

2015 시즌이 끝나고 모창민에게 또 하나의 비보(?)가 날아왔다. NC가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2014년과 2015년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박석민을 영입한 것이다. 박석민의 가세로 입지가 더욱 줄어든 모창민은 좌익수 변신을 준비했지만 설상가상으로 무릎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게 됐다. 결국 모창민은 시즌 개막 후 3개월이 지난 6월28일 두산전이 돼서야 1군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비록 부상과 쟁쟁한 주전 선수들로 인해 많은 기회를 얻진 못했지만 모창민은 한정된 기회 속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주로 대타와 백업 3루수로 출전한 모창민은 63경기에서 타율 .331 5홈런20타점을 기록했다. 10월30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대타로 나와 안타를 치고 이종욱의 적시타 때 득점까지 기록했다(결과적으로 그 경기는 1-5로 완패했지만 그 당시엔 8회에 터진 귀중한 대타 안타와 동점 득점이었다).

만약 NC가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로 외야수를 영입한다면 모창민은 조영훈과 함께 1루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고 1루수와 계약한다면 외야에서 권희동, 김성욱, 김준완 등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물론 걍쟁에서 밀려난다면 올해처럼 백업 요원으로 활약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미 시즌이 시작될 때부터 백업 요원으로 보직이 정해졌던 올 시즌에 비하면 모창민에게 훨씬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KBO리그에서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양준혁, 홍성흔(이상 은퇴), 이대호 등 수비에 부담을 느끼던 선수들이 1루수나 지명타자로 정착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타격에서 이미 충분한 능력을 증명한 모창민이 또 다른 성공사례에 포함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NC구단 입장에서도 테임즈가 빠진 내년 시즌 모창민의 각성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만 발휘해도 모창민은 충분히 NC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하지만 모창민은 그저 '훌륭한 백업'으로 만족하기엔 너무 많은 재능을 가진 선수다. 2017년은 NC의 '슈퍼서브' 모창민이 다시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결정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되는 시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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