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SBS <8시 뉴스> 메인 앵커로 활약했던 김성준 앵커가 2년 만에 복귀한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SBS <8시 뉴스> 메인 앵커로 활약했던 김성준 앵커가 2년 만에 복귀한다. SBS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로 답답한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줬던, SBS 김성준 앵커가 돌아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그 어느 때보다 뉴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JTBC에 주도권을 빼앗긴 지상파 뉴스들은 어쩐지 맥을 못 추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8시 뉴스> 개편 기자간담회에 참가한 김성준 보도본부장 겸 <8시 뉴스> 앵커는 "현재 지상파 뉴스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위에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여러 본질적인 변화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개편이 "3~4개월 전부터 진행됐다"면서 JTBC의 선전 때문에 목표나 방식이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BS 보도국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단지 JTBC의 활약 때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요즘은 하루 종일 기사와 정보가 떠다닌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굳이 저녁 8시 TV 앞에 앉아 51분 동안 반복해서 봐 달라 요청하는 게 지금까지의 지상파 뉴스였다. 고백하자면, <8시 뉴스> 앵커를 그만둔 뒤, 한동안 한가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9개월 동안 제시간에 딱 두 번 봤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모바일이든 클립이든 뭐든, 제시간에 못 보더라도 찾아볼 수 있는 뉴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8시 뉴스>의 네 가지 변화

 김 앵커는 <8시 뉴스>의 변화가 "<뉴스룸>과 비슷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상파 방송의 맨파워, 노하우, 자원을 활용한,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8시 뉴스>의 변화가 "<뉴스룸>과 비슷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상파 방송의 맨파워, 노하우, 자원을 활용한,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BS

김성준 앵커는 "통조림식으로 만들어진 리포트를 그저 나열하는 뉴스는 이제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가 예고한 네 가지 변화는 ▲ 소상한 뉴스 ▲ 언제나 현장을 지키는 뉴스 ▲ 라이브쇼로서의 뉴스 ▲ 시청자가 묻고 기자가 답하는 뉴스다. 그는 어떤 사안에 대해 시청자가 'SBS 뉴스를 봤으니 다른 뉴스 더 볼 필요 없겠다'는 포만감을 줄 수 있도록, 자세하고 생생한 뉴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시청자를 대신해 "앵커가 질문도 많이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사실 JTBC <뉴스룸>에서 이미 선보인 방식이다. 김 앵커는 이 같은 지적에 "<뉴스룸>과 비슷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상파 방송의 맨파워·노하우·자원을 활용한,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손석희 앵커와의 경쟁에 대해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20년 전 아주 어린 기자 시절부터 선배들이 '너 방송 참 잘한다, 앞으로 성장해서 손석희 같은 앵커가 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 때마다 '김성준은 김성준이지, 왜...' 했는데 그 소리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듣고 있다"며 웃었다.

"(손석희 앵커는) 언론인으로서 큰 업적을 남기신 분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단지 뉴스 앵커로서가 아니라, 한 언론사를 이끌면서 어떻게 보면 역사에 남을만한 일을 해냈지 않나. 그분과 경쟁한다거나 이런 건 모르겠다. 지금 개편 후 시청률에서 앞선다고 한들 경쟁에서 이겼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의 절박함은 'JTBC에 시청률 밀려 발등에 불 떨어졌다' 정도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뉴스를 해나갈 거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성역없는 취재 환경 만들겠다

 김성준 앵커는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 깨끗한 정권이었다고 말하는 게 기자 생활의 소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소원은 현 정권에서도 이뤄질 수 없게 됐다.
김성준 앵커는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 깨끗한 정권이었다고 말하는 게 기자 생활의 소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소원은 현 정권에서도 이뤄질 수 없게 됐다. SBS

그는 보도국 책임자로서 "취재 기자들이 성역 없이, 거리낌 없이, 마음껏 현장을 뛰어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최근 SBS 노조에서 제기된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제가 정치부장에 있었던 당시를 이야기하자면, 제가 외압을 느끼고, 그 외압 때문에 정치부 뉴스의 성격이 달라지거나 내용이 달라진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본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방패막이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장 기자들의 취재권과 보도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전에 그는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 깨끗한 정권이었다고 말하는 게 기자 생활의 소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소원은 현 정권에서도 이뤄질 수 없게 됐다. <8시 뉴스> 앵커직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벌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정국'을 지켜보면서, 날리고 싶었던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가 있었을까?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반성하는 클로징 멘트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정농단이 일어난 기간 동안 저는 메인 뉴스의 앵커였고, 보도국 정치부장이었습니다. 견제하고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의무를 어떤 이유든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 일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SBS 내부적으로도, 저를 비롯해 SBS 뉴스를 책임지고 만들어가야 할 간부들이 취재 후배들이 마음껏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때문에 몇몇 선배들이 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거꾸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을 새로 맡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지금이라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을 다 해보겠습니다."

8시 뉴스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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