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


시, 드라마, 감성

 tvN 드라마 <도깨비> 4회 갈무리. <도깨비>가 흥행하면서 OST도 주목받고 있다.

tvN 드라마 <도깨비> 4회 갈무리. <도깨비>가 흥행하면서 OST도 주목받고 있다.ⓒ tvN


시를 뒤따라 노래 한 곡이 흘렀다. 놀랍도록 닮은 감성이었다. 시와 노래가 마치 형태만 다른 하나의 작품처럼 완벽히 조화를 이뤘다. 바로 그 순간, 드라마의 결정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지난 10일 방송한 tvN 금토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아래 <도깨비>) 4회 마지막은 사랑에 빠지는 짧은 순간을 더없이 낭만적으로 그려낸 명장면이다.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 그리고 라쎄 린드(Lasse Lindh)의 곡 '허쉬(Hush)'.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목소리가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 10일 공개된 '허쉬'는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사랑받고 있다. 주인공은 스웨덴의 뮤지션 라쎄 린드(Lasse Lindh)다. 외국가수가 우리나라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일도 신선한데, 목소리도 신선했다. 라쎄 린드는 앞서 tvN <로맨스가 필요해>, SBS <엔젤아이즈>(2014), tvN <풍선껌>(2015) OST에도 참여한 바 있다.

'허쉬(Hush)'는 극 중 김신(공유 분)과 지은탁(김고은 분)의 사랑 이야기에 깔리는 테마곡으로 포근한 분위기를 띤다. 도깨비 음악감독인 남혜승과 작곡가 김희진이 함께 작곡했고 작사는 김희진-조혜음이 맡았다. 피아노, 기타, 현악기 연주가 차분하게 배경이 되어주고, 그 위에 라쎄 린드의 깊고 달콤한 목소리가 부각된다. 캐나다의 풍경을 담은 드라마의 영상도 라쎄 린드의 목소리가 지닌 감성과 잘 맞아 떨어진다.

"쉿, 내 천사야,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을게/ 너의 예쁜 웃음 속에, 눈물의 반짝임 속에/ 얼어붙은 밤을 지나서/ 내가 너와 그 곳에 함께 있을게/ 아마도 어느 날 넌 나 없이/ 혼자 잠에서 깨겠지/ 그래도 울지 마/ 내가 여기서 기다릴게/ 지난 날들처럼/ 다시 달이 떠오르는 곳에서" - 라쎄 린드, '허쉬' 번역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드라마 OST

작년 2월에 종영한 KBS2 드라마 <힐러>도 국내외 아티스트의 협업이 돋보이는 OST를 선보였다. 그중 '이터널 러브'(Eternal love)는 덴마크 출신 밴드 마이클 런스 투 록 (Michael Learns To Rock)이 부른 곡으로, 힘차면서도 동시에 부드러운 느낌이 드라마 내용과 조화를 이뤘다. 현악기로 채운 묵직한 도입부가 특히 인상 깊다. <힐러> OST의 또 다른 팝송으로 'When You Hold Me Tight'가 있다. 칠레 출신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야엘 메이어(yael Meyer)가 불렀으며 경쾌한 분위기 속, 맑고 여성적인 목소리가 돋보인다.

<힐러>OST는 <베토벤 바이러스> <패션 70s> <제빵왕 김탁구> <더 킹 투 하츠> <정도전> 등을 작업한 이필호 음악감독이 맡았다. 드라마의 '배경'으로만 쓰이고 잊히기엔 아까운 곡들이 많이 실린 앨범이다.

인기 많은 가수를 섭외해 노래 자체로 인기를 얻고보자는 게 요즘 OST의 트렌드처럼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드라마의 감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한 곡을 만날 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도깨비>OST '허쉬'는 곡 자체도 좋지만 드라마와의 조화가 뛰어나다. <도깨비>의  또다른 OST로 엑소 찬열과 펀치가 함께 부른 'Stay With Me', 10cm가 부른 '내 눈에만 보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잘 만든 OST는 드라마에 고유한 감성을 부여하는 일등공신이 되어준다. 드라마 분위기에 목소리가 잘 어울리기만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외국가수라 하더라도 OST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꽤 신선한 이런 시도들을 앞으로도 자주 접할 수 있길 기대한다. (관련 기사: 사극 OST에 웬 영어 가사? 이유가 있다)

 KBS2 드라마 <힐러> OST 재킷

KBS2 드라마 <힐러> OST 재킷ⓒ 식스틴미디어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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