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2년만에 개봉!영화 <소수의견>은 애초 CJ E&M 투자배급이었으나, 촬영 완료 이후 2년 간 개봉하지 못한다. 이후 배급사가 시네마서비스로 바뀌면서 지난 2015년 6월에야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정민
영화 제작의 핵심인 투자 난항을 이기기 위해 국내 제작사들은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방안이 일반 시민들의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암살단을 가상으로 그린 영화 <26년> 이후 이 크라우드 펀딩은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이면서 영화에 대한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전략으로 사용되곤 했다. 앞서 언급한 <재심>은 포털사이트와 연계한 스토리 펀딩 방식을 사용했고, 삼성반도체 직원 백혈병 사건을 다룬 <또 하나의 약속> 등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 상당 부분을 조달했다.
특히 <판도라>는 한발 나아가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했다. 관객들의 지원을 받아 현물로 사례하는 게 아닌 일종에 수익에 따른 일정 금액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법 제도상 1년에 7억 원이 한도인데 <판도라>는 13일 만에 한도를 달성했다. 투자에 참여한 인원도 397명으로 상업영화 투자 크라우딩 펀딩 사상 최다인원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판타지와 묵시록 사이에서단순히 기대감만은 아닐 것이다. <판도라>가 묘사하는 설정 자체는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과제와 위기를 적확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묵시록적 성격이 있다. 알려진 대로 영화는 지진과 해일로 인한 원전 사고를 그린다.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이 재난의 주원인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 관계자, 그리고 여기에 맹목적으로 찬성하며 자신의 이익을 바라보는 이들이라는 점.
상업영화의 특성상 영화는 이 재난을 맞은 주인공들이 어떻게 해서든 그걸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감동과 메시지가 전달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연출을 맡은 박정우 감독은 전작 <연가시>(2012)를 통해 기생충에 의한 재난 상황을 이미 묘사했다. 여기서도 잠시 정부의 무능과 안일함이 묘사되긴 했지만, 설정의 특성상 가족애가 더 극적으로 강조된 작품이다.
<판도라>가 현시점에 유효한 이유는 <연가시>와 달리 재난의 원인과 발생 양태가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 구조적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맞닿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총리 등 정부 요직 캐릭터를 각각 김명민과 이경영 등이 맡았기에 정권의 문제점을 영화가 안일하게 비켜 묘사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한수원을 상징하는 여러 캐릭터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국민의 안전은 외면한 채 이권을 위해 정권과 결탁하는 '핵피아'(원전 마피아)의 폐쇄성, 비밀주의 또한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설계 수명 30년이 넘어 노후 원전으로 구분되는 월성1호기, 고리 1호기 등이 여전히 폐쇄되지 않은 한국이다. 게다가 이 두 원전이 경주와 부산시 등 도시 인근에 있어 유사시 대규모 참사를 피할 수 없다. 지진에 의한 재난이 <판도라>에 묘사되는데 우리 역시 지난 9월 경주 부근에서 진도 5.8의 강진을 경험하지 않았나. 한수원 측은 "국내 내진 설계 기준은 규모 6.5∼7.0"이라며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지만, 7.0 규모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원전이 세워진 지역이 활성단층임이 이번에 밝혀지며, 시민사회 각계의 우려가 극에 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