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산은 스포츠의 도시로 꼽혔다. 야구, 축구, 농구 등 국내 주요 프로스포츠 구단의 연고지로서 수도인 서울 다음으로 많은 프로 팀들을 유치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 팬들에게 2016년은 아마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한해가 될 듯하다. 공교롭게도 부산을 고로 하는 스포츠팀들이 나란히 동반부진의 악몽에 시달렸다.

부산을 대표하는 최고 인기스포츠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야구다. 오죽하면 부산을 가리켜 야구의 도시라는 수시어가 붙을 정도다. 하지만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2회)을 끝으로 올해까지 무려 24년간 우승 트로피를  더 이상 들어올리지 못했다. 이는 KBO 역사상 한 팀이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차지하지못한 불명예 기록이다.

NC에게만 1승 15패... 다시 찾아온 롯데의 암흑기

 7월말 이후 부진에 빠진 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 8위에 그친 롯데 자이언츠. ⓒ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올해도 8위(66승78패)에 그치며 무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KBO 출범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롯데는 올해까지 무려 35년간이나 정규시즌 1위를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하는 불명예 진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창원 연고의 '경남 라이벌' NC 다이노스에게 1승 15패로 절대열세에 밀리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프로야구에서 역대 특정팀 상대 전적이 1승 이하에 그친 것은 통산 6번째였다. 롯데는 지역 라이벌이자 후발주자인 NC를 상대로 2014년부터 한 번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구단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 최근 7년간 감독이 4번(양승호→김시진→이종운→조원우)이나 교체되었지만 팀은 오히려 갈수록 하향세에 빠지며 혼란을 겪었다. 전임 감독들이 잇달아 임기를 채우지못하거나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CCTV 사찰 파문이나 족발 게이트 등 경기 내외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사건도 속출했다. 지난 시즌 손승락(4년 60억원)·윤길현(4년 38억원) 등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큰 돈을 썼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성적 부진은 당연히 흥행에도 역풍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2년 136만 관중을 유치하며 최고 인기를 누리던 롯데는 이후 한 번도 90만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총 85만2639명의 관중을 유치하며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기는 했지만 홈 경기 좌석 점유율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부리그로 간 부산 아이파크, 꼴찌로 떨어진 kt 소닉붐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해 창단 첫 2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당한 데 이어 올해는 K리그 챌린지에서 5위(19승7무14패)에 그치며 승강 준PO에서 강원(내년 1부승격)에 패하여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실패했다.

부산 아이파크도  전신인 부산 대우 로얄즈 시절에는 K리그에서만 4회(1984·1987·1991·1997년)나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었다. 90년대 후반 안정환같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며 K리그 전체 관중동원 1위를 기록하는 등 야구 부럽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부산은 2000년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의 구단주가 바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다. 부산은 기업 구단이 2부리그로 강등되는 최초의 불명예 기록도  남겼다.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고도 관중동원은 늘 하위권을 달리는 비인기 구단이 된지 오래다. 부산은 올 시즌 승격이 좌절된 이후 최영준 감독과 변명기 대표이사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부산 스포츠 수난사의 화룡점정은 막내인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이 이어가고 있다. 원래 프로농구 최초의 부산 연고팀은 1997년 창단한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였다. 당시 실업 최강 기아자동차의 선수단을 그대로 이어받는 부산은 프로 원년 우승과 2회 준우승 등 화려한 성적을 기록하며 초창기 프로농구의 강호로 군림했으나 부산시와의 갈등으로 2002년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며 팀명이 모비스로 바뀌면서 역사가 단절됐다.

2003년에 코리아텐더가 여수시에서 부산광역시로 연고지를 옮기고 KTF에 인수되며 다시 지금의 kt로 이어져서 부산 프로농구의 명맥을  잇게 됐다. kt는 2007년 프로농구 챔프전 준우승, 2010년 정규리그 우승 등을 기록하며 프로농구의 강호로 떠올랐으나 2014~15시즌과 2015~16시즌 2년 연속 7위에 그치며 6강플레이오프에 탈락했다.

올 시즌에는 상황이 더욱 암울하다. 14경기를 치른 현재 2승 12패로 꼴찌(10위)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벌써 시즌 두 번째 5연패를 당했다. 사실상 올 시즌 1순위로 선발한 외국인 센터 크리스 다니엘스가 개막 전부터 부상으로 장기 휴업 상태에 빠지며 약점이던 골밑이 무주공산이 됐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가대표 슈터인 주포 조성민과 포워드 박상오, 대체 외국인 선수인 허버트 힐마저 줄줄이 부상에 쓰러지며 비상이 걸렸다.

현재 kt의 전력은 올시즌 10개 구단 중에서도 최하위권으로 평가된다. 최하위를 차지했던 2008~2009시즌(12승 42패) 이후 최악의 위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홈구장인 사직실내체육관은 인기스포츠인 야구의 사직구장과 인접해 있지만 평균 관중동원은 KBL 10개 구단 중 꼴찌를 도맡을 만큼 인기가 없기로도 유명하다. 성적도 좋지않다 보니 평일 경기에서는 아예 연습경기를 보는 것처럼 관중석이 썰렁한 경우도 많다.

1990년대 후반의 영광은 언제쯤 다시?

많은 팬들은 1990년대의 영광이 다시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은 부산 연고의 3대 프로팀이 동시에 중흥기를 맞이했던 마지막 시대로 회자되고 있다. 야구의 롯데 자이언츠는 1999년 플레이오프에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이후 더 이상 한국시리즈에 오르지못하고 있다.

축구의 부산 아이파크는 1997년 3관왕을 차지하는가 하면 최전성기를 누렸다. 농구는 부산 기아가 1998년 허재의 투혼을 앞세워 대전 현대(현 KCC)와 KBL 챔프전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뒤지지않는 열정적인 스포츠 팬덤과 인프라를 보유한 부산 스포츠의 부진은 국내 프로스포츠의 흥행에도 아쉬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스포츠의 봄날은 과연 언제쯤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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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안습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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