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연애' 하지원, 내가 진짜 길라임! 1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하지원이 미소를 짓고 있다. <목숨 건 연애>는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 삼아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허당추리소설가 한제인(하지원 분)이 우연히 살인사건의 정황을 포착한 뒤 순경인 소꿉친구 설록환(천정명 분)과 FBI 프로파일러 제이슨(진백림 분)의 도움을 받아 범인 추적에 나서는 소동을 담은 코믹수사극이다. 12월 개봉 예정.

▲ '목숨 건 연애' 하지원, 내가 진짜 길라임! 1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하지원이 미소를 짓고 있다. <목숨 건 연애>는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 삼아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허당추리소설가 한제인(하지원 분)이 우연히 살인사건의 정황을 포착한 뒤 순경인 소꿉친구 설록환(천정명 분)과 FBI 프로파일러 제이슨(진백림 분)의 도움을 받아 직적 범인 추적에 나서는 소동을 담은 코믹수사극이다. 12월 개봉 예정. ⓒ 이정민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었다?' 

인기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이 등장한 이 보도에 가장 놀란 건 누구일까요?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던 때부터 '길라임'을 가명으로 사용한 대통령 본인도 '깜놀'했겠지만 누가 뭐래도 길라임을 연기한 당사자인 배우 하지원이 더 놀라지 않았을까요.

생각대로였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하지원은 "저녁을 먹으며 <뉴스룸>을 보다가 길라임이라는 이름이 언급돼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많은 분들이 길라임 캐릭터를 사랑해주시는데 제가 지금도 좋아하고 사랑하는 캐릭터"라며 "한제인(<목숨 건 연애> 속 하지원의 배역)이라는 이름은 쓰지 마세요"라며 재치 어린 당부까지 잊지 않았습니다.

'목숨 건 연애' 길라임 하지원,  한제인은 쓰지 마세요!  배우 하지원이 1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길라임' 이름 차용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목숨 건 연애>는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 삼아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허당추리소설가 한제인(하지원 분)이 우연히 살인사건의 정황을 포착한 뒤 순경인 소꿉친구 설록환(천정명 분)과 FBI 프로파일러 제이슨(진백림 분)의 도움을 받아 범인 추적에 나서는 소동을 담은 코믹수사극이다. 12월 개봉 예정.

▲ '목숨 건 연애' 길라임 하지원, 한제인은 쓰지 마세요! 배우 하지원이 1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길라임' 이름 차용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아무래도 논란의 보도가 나온 직후라 당사자 입장에선 관련된 언급이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근 1년 10개월 만에 선보이는 영화였고, 게다가 주연이었기에 행사 자체를 피할 수는 없는 일. 보통 원치 않는 논란에 휩싸인 스타가 공개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 홍보대행사나 소속사에선 기자들에게 논란 언급을 피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합니다.

<목숨 건 연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행사 전날 여러 연예 매체가 하지원 소속사와 접촉했고, 관계자는 "길라임 논란으로 어젯밤부터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모든 게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죠. 영화 홍보마케팅 대행사 관계자 역시 "제작보고회 때 기자 분들에게 길라임 관련 질문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할 것"이라 말한 바 있습니다.  

질문은 이미 준비되었다

 15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란 가명을 사용했다는 정황을 보도하고 있다.

15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란 가명을 사용했다는 정황을 보도하고 있다. ⓒ JTBC


 한 정부 행사장에서 만난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와 박근혜 대통령.

한 정부 행사장에서 만난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와 박근혜 대통령. 국민들이 하염없이 불러보지만 대답없는 대통령. 그의 시선은 지금도 연예인을 향해 있는 건 아닐지. ⓒ 청와대


통상 좋지 않은 이슈인 경우 이런 양해가 지켜지는 편입니다. 연예인이 공인인지 아닌지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사생활에 관련한 이슈가 많기에 애써 공개 행사에서 파헤치지 않는 관행 같은 것이죠. 하지만 '길라임' 건은 다르죠. 공인이, 그것도 대통령이 가명을 사용해 특정 병원의 진료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났고 진료비 역시 최순실 측이 대납한 의혹이 있습니다.

병원진료기록 공개에 청와대나 박근혜 대통령 변호사는 '사생활'을 운운하지만 나랏일 하는 그 분은 그야말로 공인이지 않습니까.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무얼 했는지 명쾌하게 설명 못하는 나랏님이기에 전방위로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국정수행 능력마저 의심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현재는 국정 마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현장에 온 기자들은 질문을 이미 준비하고 작심해놓고 있었습니다. 검색어를 노린 이들도 있겠지만 저 역시 길라임을 직접 연기하며 인생 드라마를 남긴 하지원 본인이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원 역시 정부가 작성 배포한 걸로 추정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기도 하고요. 제가 준비한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길라임이란 캐릭터로 인기를 구가했는데 지금 이 땅의 어느 분이 그걸 빌려서 부정 혜택을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였습니다. 더불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정우성씨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입장을 밝힌 만큼 하지원씨 심경도 궁금하다'도 준비해놓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김이 샜던 게 제작보고회 행사 이후 이어지는 기자간담회에서 사회를 보던 방송인 김태진씨가 선수를 쳤습니다. 제가 준비한 두 질문을 모두 하지원에게 물었던 거죠. 앞서 언급한 게 바로 하지원씨의 답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대해서 하지원은 "저 역시 기쁜 일에 기뻐하고 슬픈 일에 슬퍼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에둘러 자신을 구분지어 놓은 현 정권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하지원의 기지와 용기

 개봉을 앞둔 영화<7광구>의 배우 하지원이 28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7광구 석유시추선에서 정체 모를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해준'역의  하지원이 인터뷰를 마친뒤 오마이스타 창간을 축하하는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7광구> 인터뷰 당시 하지원. <오마이스타> 창간 기념 메시지를 손수 적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민원기


형식상 사회자가 예상되는 기자들의 질문을 미리 던진 것이었으나 몇 곳을 취재해 본 결과 이건 모두 하지원 본인의 의지였습니다. 홍보대행사와 소속사 관계자는 17일 행사 전까지도 관련 질문을 받지 않으려 했으나 현장에 도착한 하지원이 먼저 말을 꺼낸 거지요. "아무래도 그 질문을 피할 수는 없고, 차라리 먼저 깨끗하게 생각을 밝히는 게 맞을 것 같다"며 간담회 때 입장을 말하겠다고 하지원이 직접 제안한 겁니다.

연기경력 20년의 노하우였을까요. 그보다는 평소대로 그의 진솔한 성격이 발휘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어느 정도의 용기 또한 필요했을 겁니다. 어쨌건 권력자와 관련된 발언이니까요. 길라임 캐릭터에 대한 하지원만의 애정이 담긴 결과일 수도 있겠고요.

5년 전 영화 <7광구>로 하지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운동하러 몸풀고 있으면 여전히 절 '길라임'으로 부르며 반기는 분들이 계시다"며 길라임으로 시민들이 알아보는 것에 대해 "전혀 지겹지 않다. 드라마 배역 이름을 불러주는 건 큰 감동이고 엄청 행복한 일이다"라고 답했습니다. 함께 출연했던 현빈과의 관계 등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특유의 미소를 보이며 성실하게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17일 현재까지 길라임 관련 기사 수 천 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분명 연예인의 이름과 드라마 캐릭터가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부디 길라임 논란이 여기까지였으면 좋겠습니다. 하지원씨는 진솔하게 답했습니다. 다음 차례는 박근혜 대통령 아닐까요?

하지원 길라임 박근혜 현빈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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