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언론 시사. 도올 김용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네마달
우리 민족의 털끝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중국 집안시와 환도산성 등을 보며 도올 김용옥은 외친다. "이곳이 바로 나의 살던 고향"이라고. 이 말은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외침이자 메시지다.
해당 영화는 도올 선생이 중국 연변 대학 강의 당시 경험을 기술한 <중국일기>를 바탕으로 했다. 고구려의 옛 성과 발해 유적지를 2014년 말 내내 찾아다닌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1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그 결과물이 공개된 가운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도올은 내내 "(이곳) 대지를 품어야 한다. 기개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협한 사관에 대한 분노이미 JTBC 교양 프로 <차이나는 도올>을 통해 특유의 철학관과 세계관을 대중에 소개해 온 그다. 해당 작품은 그런 도올 가치관의 영화 버전으로, 첨예해져 가는 각국의 대립과 사회 갈등을 타파할 비전을 담아내려 했다. 도올은 "민족 사관에 정통한 단재 신채호 선생이 그곳에서 감동을 한 이후 딱 100년 만에 내가 섰다"며 "서울대 중심의 편협한 사관으로 우리 역사가 넓어지지 않고 있다. 이곳을 찾아가지 않고 고구려를 논하는 게 우습다"고 비판했다.
국내 사학자들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이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 고구려 성터만 해도 200곳에 이른다는 게 도올의 주장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가 폴리스 국가 연합이었던 것처럼 고구려 역시 여러 성읍의 연합국이었다. 그 내용이 광개토대왕비문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제대로 읽은 사람이 몇 안 된다"며 "그 정신을 찾지 못하는 것에 분개했고, 충격이었으며 애잔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래서인지 영화 내내 도올은 다소 흥분한 말투로 고대 유적지 이곳저곳을 누빈다. 때로는 감격에 겨워, 때로는 한탄하며 내놓는 감정이 화면에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의 핵심은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고구려의 기개와 의식에 대한 비판 내지는 일침이지만, 사실 우리만 건국 정신을 잊은 건 아니다. 간담회에서 도올은 최근 벌어진 미국 대선 결과를 들며 우리가 모색할 방향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