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MBC본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촉구 피켓팅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및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언론노조 MBC본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촉구 피켓팅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및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 오전 11시 50분이 되자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이들은 손에 "공정방송 보장" "안광한 사장은 사퇴하라"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물러나라"는 피켓과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청와대 방송 즉각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은 현재의 MBC를 만든 장본인들이다. 시간이 지나자 조합원 10명 정도가 더 내려와 피켓을 들고 묵묵히 선 이들 뒤에 아무 말 없이 섰다.

MBC노조 조합원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진실보도를 요구하는 피켓을 처음 들었던 지난 1일 이들은 대규모 충돌을 겪었다. 사측에서 피켓시위를 방해하고자 보안요원을 내려보낸 것. 이들은 플래카드와 피켓을 빼앗고 조합원들을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그 과정에서 조능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가 다쳤다. 회사 측은 "우발적인 일이고 유감"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조능희 본부장은 이에 "꼬리자르기"라고 일갈했다.

30분 정도 말없이 서있던 이들은 "수고하셨다"는 말을 끝으로 피켓시위를 종료했다. 점심시간을 쪼개 진행한 피켓시위가 9일로 7일째가 됐다. 이날 피켓시위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에 이어 전광판을 가리키며 "원칙을 지켜야지"라고 했다. 그 전광판 위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회, MBC가 함께 합니다'라는 말이 지나가고 있었다.

언론노조 MBC본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촉구 피켓팅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및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회, MBC가 함께합니다."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과 MBC 사측의 '원칙'은 달라보였다. ⓒ 이정민


집회 현장 쫓겨난 MBC 기자, 두 장면 

지난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이 MBC 기자를 현장에서 쫓아낸 일이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리포트를 준비하려던 MBC 기자는 시민들의 쏟아지는 욕설에 자리를 피해야 했다. 지난 2011년 한미 FTA 반대 집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사내 분위기는 2011년과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 조능희 본부장의 말이다. 조 본부장은 만감이 교차하는듯 "촛불시위... 사실 거기 가면 옛날에는..."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옛날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지만 시민들이 한때 MBC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그걸 다 기억하는 구성원들로서는 충격인 거다"라고 말했다.

"2011년에는 집회 현장에 나간 MBC 기자들이 맞았다. 그런데 그 기자들이 회사에 돌아와 'MBC가 왜 이렇게 됐나' '왜 우리가 맞으면서 (보도를) 해야 하나'라고 했다. 이 일이 파업의 단서가 됐다. 계속 싸우다가 이때 '파업을 할 수밖에 없구나' 싶어 파업에 들어갔다. 반면 이번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욕을 듣고 철수한 기자는 나도 모르는 기자였다. 나도 모르는 기자들이 최근 3~4년 동안 100명 정도 들어왔다. 이들은 욕을 듣고 와서 사내에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이를 알게 됐다. MBC가 그렇게 됐다. 조직문화가 다 무너진 것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촉구 농성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들이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및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언론노조 MBC 본부 집행부 MBC 해직기자들이 천막 속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이정민


언론노조 MBC본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촉구 농성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들이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및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마친 뒤 천막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언론노조 MBC 본부 집행부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및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마친 뒤 천막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2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지 못했고 4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100여 명의 조합원이 수원 인천 성남 의정부 일산 등을 비롯한 타부서로 부당 발령을 받아 그곳에 있다. 당시 해고를 당한 10명의 조합원(이근행 최승호 권성민 강지웅 피디, 이용마 이상호 박성제 박성호 정대균 기자, 정영하 기술직) 중 6명은 해고 상태다. 언론노조 MBC지부를 향한 MBC 사측의 차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강지웅 피디는 "파업 이후에 들어온 친구들 중에서도 노조에 가입했던 친구들이 있다. MBC 사측은 이들에게 '이러려고 들어왔냐'며 협박해서 노조를 나가게 만든다"고 말했다.

MBC 내부 자성의 목소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타사가 단독과 특종을 이어가자 MBC 보도국 사내 게시판에도 자성의 목소리들이 등장했다. MBC 김주만 기자는 지난 7일 "뉴스 개선은 보도국장의 퇴진으로 시작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그 글을 통해 사측에 "혹시라도 우리가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과연 지금의 보도국이 이를 보도할 수 있었을까도 의문... 직접 MBC 로고가 담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보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보도국장조차 어디부터 취재할지를 몰라 남의 뉴스를 지켜봤다 받으라고 지시를 하고, 부국장은 "오늘은 어느 신문을 베껴 써야 하냐"고 묻는 현실이 이게 과연 MBC가 맞냐는 의문이 들 정돕니다."

또다른 게시글이 이어졌다. MBC 박소희 기자는 "제가 선배들께 배웠던 기자의 기본, MBC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으며, 강연섭 기자는 "이러려고 기자된 것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MBC 기자라는 사실이 시대의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후 터진 MBC 보도국의 보도 공백에 기자들이 나서서 비판한 것이다. 10일 오후 현재 사내 게시판에는 20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MBC 드라마와 예능에서 나왔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은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등의 자막으로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고, MBC 사극 <옥중화>에서도 '오방낭'과 함께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것"이라는 대사가 나왔다. 조능희 본부장은 "그러니까 보도가 드라마나 예능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우 기사 '불편한 기색→날카롭게 반응→담담한 표정'으로 변해

MBC <뉴스데스크> 보도는 실제로 몇 번의 데스킹을 거쳐 박근혜 정권에 '거슬릴 일 없이' 유화적으로 나간다는 게 다수의 증언이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9일 발행된 노보를 통해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6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출석을 보도하면서 문장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고 전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며 입을 열었지만, 가족과 관련한 질문에 바로 불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 (중간 데스킹) "시종 무표정한 얼굴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며 입을 열었지만 자금 유용과 관련한 질문에는 날카롭게 반응했습니다." → (최종 데스킹) 담담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우 전 수석은 쏟아지는 질문에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6일 우병우의 검찰 출석을 보도하며 "담담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우 전 수석은, 쏟아지는 질문에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질문을 한 기자를 노려봐 논란을 낳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6일 우병우의 검찰 출석을 보도하며 "담담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우 전 수석은, 쏟아지는 질문에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질문을 한 기자를 노려봐 논란을 낳았다. ⓒ MBC


조능희 본부장은 "우병우가 질문하는 기자를 째려봤다는 걸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도 속인다. 이런 보도는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MBC 정책홍보부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에 "회사로부터 그 사안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전해들은 바 없다"고 말했으며, 보도국 관계자는 전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언론노조 MBC본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촉구 농성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들이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보도' 및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천막 뒤로 MBC 사옥이 보인다. ⓒ 이정민


"정권에 부역하지 않는 사장이 와야 한다.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공정성과 신뢰가 떨어지고 그만큼 힘이 약해졌다면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MBC가 이렇게 망가졌는데 망가진 걸 고치게 하지도 않고 더 망가지게 하는 자들이 3~4년을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조능희 본부장)

언론노조 MBC 본부는 "세태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데 MBC는 유독 바뀌지 않는다"고 역설하면서 안광한 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MBC의 사정은 4년 전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다. 과연 MBC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래도 우리는 이길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조능희 MBC 본부장은 지난 2일 MBC 사옥 앞에 설치된 천막을 보러간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결국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년 간 한결같이 사측과의 싸움에서 졌던 MBC 노조다. "이길 것"이라는 말의 근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노동조합을  분쇄하는 데 4가지 방법이 있다. 뭔줄 아나" 그는 말을 이었다. "첫번째는 노조 관계자를 해고하는 것이다. MBC는 10명을 해고했고 6명이 아직 해고 상태에 있다. 두번째는 고소하는 거다. 그리고 노조에 '손배가압류'로 탄압을 하고 마지막으로 어용노조를 만드는 것이다. 보통은 파업 끝나면 이런 일들 때문에 다 빠져나간다. 현재 MBC 언론노조에는 (서울) 850명 (전국) 1700명의 조합원이 있다. 다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며 4년째 붙잡고 있는 거다."

2012년 당시 파업을 주도했던 MBC 언론노조 조합원의 수는 MBC 사측에서 만든 다른 노조 조합원 수(150여 명)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조능희 본부장은 "아마 여기서 겨울을 나야할 거다. 겨울만 되면 이렇게 된다"라며 천막 지지대의 끈을 동여맸다.


MBC 언론노조MBC본부 최순실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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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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