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스 차림에 집주인도 사랑을 나누겠지 망원시장 떡볶이 아줌마도 사랑을 나누겠지 달구벌에 내 첫사랑도 사랑을 나누겠지 케이블 티비의 에로배우도 사랑을 나누겠지." - 곡 '사랑을 나누겠지' 중에서

지난 8월 23일 밴드 해마군단이 첫 EP <Individualism>을 발표했다. 밴드 굴소년단에서 노래하고 기타를 쳤던 김원구(보컬·기타)가 주축이 되어 박희진(키보드·코러스), 공주랑(베이스·코러스)을 먼저 모병했고, 타니모션에서 드럼을 치는 서호덕(드럼·코러스)이 합류하면서 해마군단의 진영을 갖추었다.

"해마에 별로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는데요. 일단 군단을 지어놓고서 고민하는데 마침 주랑이가 동물 책을 뒤지고 있었어요. 그 전에는 사자군단, 호랑이군단도 있었죠." (김원구)

김원구는 드러머 서호덕 섭외에 결정적 도움을 준 밴드 타니모션과 눈뜨고코베인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는 연리목에게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고. 오는 24일  EP <Individualism> 발매 기념공연(게스트 김사월X김해원)을 앞두고 있는 밴드 해마군단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만났다. 홍대 클럽에 가면 해마군단의 야릇한 음악을 만날 수 있다.

개인주의를 향한 이 밴드의 찬가

 밴드 해마군단(공주랑, 박희진, 김원구, 서호덕)

밴드 해마군단(공주랑, 박희진, 김원구, 서호덕)ⓒ 김광섭


- 첫 EP <Individualism>을 개인주의 시대의 찬가로 소개했던데요?
김원구 "우리 음악을 생각해봤을 때 개인의 감정, 생각에 초점이 맞혀져 있더라고요. 개인과 개인의 관계. 확대해서 생각해보니까 도시에서 살면서 개인과 개인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 개개인이 나와 같이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아, 개인주의의 시대구나'라고."

- 부정이 아니라 긍정의 느낌이요?
김원구 "그렇죠. 폐쇄사회 같은 게 아니라 개인이 개인을 인정하면서 서로 교류해나가는, 배려하는….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는 자신이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그것만 있으면 이기주의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이기주의와 다른 게 자기 자신이 중요하듯 남들도 배려하게 되는 거죠."

- '사랑을 나누겠지' 곡 소개를 부탁해요.
김원구 "섹스에 대한 곡인데요. 신음소리도 많이 나오고요. 해설에 자세히 설명해놓았는데 어찌 보면 인디비주얼리즘(Individualism, 개인주의)과 가장 맞닿아 있는 노래죠. 살면서 불현듯 보는 지나가는 사람, 시장의 사람, 내가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의 집주인. '그 사람들도 하나의 개체로서 전부 다 섹스를 하면서 살고 있겠거니.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구나.' 그것을 섹스를 통해서 더 확 분명하게 보여준 곡이라고 생각해요."

- 신음소리 녹음할 때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김원구 "녹음실에서 신음소리를 냈는데 너무 가짜인 거예요. (웃음)"
박희진 "제가 했거든요. (웃음)"
김원구 "몇 번 갔죠. '너 장난 하냐고 제대로 해'(웃음) 그랬더니 엔지니어분이 싫어하시더라고요."

- 왜요?
김원구 "모르겠어요."
박희진 "너무 적나라해서? (웃음)"

- '푸른 밤' 곡을 소개해주겠어요?
공주랑 "처음 나오는 기타 리프와 제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가사와 기타 리프가 인상적이죠. 듣는 분들도 리프가 푸른 밤과 연상이 된다고 말하고요."

- '오매불망'은요?
서호덕 "누구나 좋아하는 여자를 종일 생각을 하고 밤늦게 되뇌어도 보는 경험이 있잖아요? 실제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곡이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가사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가사를 봤을 때 다른 곡에 비해 덜 포장이 되어있는 느낌도 들고요. 연주를 했을 때에는 멤버들 모두가 제일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는 그루브가 있는 곡이 아닐까 해요. 그 부분을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원구 "제 이야기예요."

- '지금 여기'는요?
박희진 "'현재 지금을 즐기자'인데, 치이는 것도 있고 일상적으로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지금 현재를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즐길 수 있는 곡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이견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김원구 "이견이 별로 안 생겨요. 음악 작업할 때는 제가 약간 독재해서요.(웃음) 이번 음반은 라이브에서 하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처음 내는 EP라서 이견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빠르게 작업을 했고요. 음반이 나오고 나니까 음악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는데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음반치고는 산뜻하게 출발한 것 같아요."

- 작사, 작곡할 때는 어떤가요?
김원구 "저는 작사, 작곡이 습관이에요. 매일 일정 부분 에너지를 항상 작사, 작곡에 쏟는 게 습관화되어 있어서 특별히 곡을 쓰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계속 곡을 쓰고 있어요."

- 몇 곡이 있나요?
서호덕 "30곡 정도?"
김원구 "멤버들에게 들려준 곡은 35곡정도 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80~90곡정도 있는 것 같아요."

- 왜 다 안 들려주었어요?
서호덕 "그건 세상에 나가면 안 돼."
김원구 "(웃음) 그런 것도 있는데, 막 쓰기 때문에 밴드 곡 같은 곡이 있고 개인 곡 같은 곡이 있어요. 밴드에서 하면 좋은 곡들을 들려주는 것 같아요."

원구주의? 우리모두주의!

 밴드 해마군단의 멤버들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위대해질 수 있을까.

밴드 해마군단의 멤버들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위대해질 수 있을까.ⓒ 김광섭


- 김원구가 만들어온 노래를 들으면 어떤가요?
박희진 "오빠와 만난 지 제일 오래되었지만 사람을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처음부터 지금까지 오빠 곡만 보고 오는 것 같아요. 오빠 곡을 제삼자의 입장으로도 봤을 때에 굉장히 좋아해요. 가사들이 되게 공감이 가요. 일상적인 것을 잘 써요."
공주랑 "곡에도 마디가 있잖아요? 그것을 벗어나게 써요. 이쯤 되면 끝나겠지 하면 한마디를 더 한다거나 예상 밖의 진행을 해요. 전 가사도 어려워요. 술 취해서 걷는 가사가 나오면 저는 안 취해서 잘 몰라요. 눈 내리는 길을 걷는다는데, 저는 경남 사람이라 눈을 보고 자라지 않았어요.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 어떻게 하면 곡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공주랑 "듣는 사람이 김원구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가사에 대해서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서호덕씨는요?
서호덕 "리듬을 타다 보면 '여기서 단락이 끝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왜 여기 두 박이 더 있지?' 그런 느낌이 있어서 처음 합주할 때 굉장히 어려웠어요. 가사가 남아서 그런가 봐요. 곡 스타일 자체가 가사를 잘 전달하는데 주 목적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곡 쓰는 사람과 연주자의 차이인데, 연주자는 어디에서 턴어라운드 해야 할지 생각한다면 원작자는 여기서 내가 할 말을 다 끝내지 못했는데 넘어갈 수 없다죠. EP에 실린 곡들은 그렇지 않은 듣기 쉬운 곡인데, 공개되지 않은 곡들에는 그런 곡들이 있어요. '이 사람은 개인주의에 철저히 입각해서 썼구나'죠."

- 원구주의인가요?
김원구 "우리모두주의라고 하죠."

- 멤버들 이야기를 들으니까 어떤가요?
김원구 "기가 차네요.(웃음)"
서호덕 "괜찮아, 우리도 곡을 들었을 때 기가 찼어."
박희진 "아, 사이다.(웃음)"

- 포부가 있나요?
김원구 "현실적으로 재미있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게 커요. 그것을 할 수 있는 환경에 가고 싶고, 그 환경에 갈 수 있는 위치에 오르고 싶고요. 음악적 욕심이 굉장히 강해졌어요. 음악을 마음껏 하면서도 다른 일 하지 않는 것, 모든 뮤지션의 꿈이지 않을까요?"

- 그러기 위해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김원구 "음악을 아주 잘하면 돼요. 아주 잘한다는 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데, 자신의 음악을 가장 매력 있게 뽑아내는 뮤지션만 그렇게 될 수 있죠."

- 잘 뽑아내도 홍보의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원구 "홍보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 못 뽑아낸 거죠. 개인 안에서 그치거나 200명 단위 수준에서 그치는 매력을 뽑아낸 거죠. 그게 아니라 그 이상을 뽑아내야죠. 그것을 해내는 뮤지션이 대단한 거죠. 모두 뮤지션이 다 매력은 있거든요. 그것을 다음 작업에서는 하려고요."

- 해마군단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어떤가요?
김원구 "록 앤 소울 밴드다."
서호덕 "우리 모두의 경험담이다. 그 앞에 어떤 단어를 붙여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공주랑 "위대하다. 곧 위대해질 거예요. 그러고 말 것이에요."
박희진 "노래를 들었을 때 한 번 생각하게 돼요. 경험담이다 보니까요. 사건 사고들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가사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밴드?"

- 첫 정규 음반은 언제?
김원구 "희망사항은 내년 초반인데요. 내년 초에 하면 빅토리고, 중반은 안 넘기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설레요."

- 첫 EP는 어떻게 들으면 좋을까요?
서호덕 "누구나 있을 법한 경험을 담았으니까 가사에 집중해서 들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원구 "저는 드럼과 베이스에 집중해서 들으면 좋겠어요. 드럼과 베이스만 들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흥분하면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믹싱할 때도 그 부분이 포커스이기도 했고요."

- 오는 24일 EP 발매 기념공연(라이브클럽 빵)에서는 EP에 실린 곡보다 더 많은 노래를 들려주나요?
김원구 "1시간 넘게 하니까 15~18곡정도 할 것 같아요. 공연 오면 춤 좀 추셔야 할 것 같아요."

 해마군단의 첫 EP <Individualism> 앨범 재킷 이미지.

해마군단의 첫 EP 앨범 재킷 이미지.ⓒ 해마군단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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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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