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선수촌 못지않은 현대건설 용인체육관 내 체력단련장
박진철
샐러리캡 제도가 프로 진출의 꿈을 안고 드래프트장에 나온 어린 선수들의 배구 인생에 큰 아픔을 안겨 준 것이다. 좋은 구단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자배구의 기여도에 비해서 형평성도 어긋난다. 여자배구는 리우 올림픽 8강에 이르기까지 국위 선양은 물론, 여자배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배구 역사상 최고로 끌어올렸다.
프로배구 흥행 면에서도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여자 프로배구 시청률은 평일 오후 5시 중계라는 취약 시간대임에도 케이블TV 경기당 평균 시청률이 0.7%에 달했다. 프로야구(1.1%), 남자 프로배구(1.07%)에 이어 3번째로 높다.
그러나 여자 프로배구 샐러리캡은 남자 프로배구의 절반 수준으로 묶여 있다. 한 구단의 선수 전체 연봉이 스타급 프로야구 선수 1명의 연봉보다 작다. 유소년과 그 부모가 배구 선수를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현재 프로 선수들의 연봉과 취업률이다. 그것만큼 강력한 유인책도 없다. 샐러리캡 제도의 개선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들이다.
우울했던 서남원 감독, 신인 드래프트 '횡재'"제가 원했던 선수는 다 뽑았다. 꼭 필요한 포지션에 알짜 선수만 쏙쏙 뽑았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이 스스로 매긴 신인 드래프트 평가다. 드래프트 전까지 서 감독은 주변으로부터 위로의 말을 많이 들어야 했다. 악재의 연속이었다.
팀의 레프트 주전이었던 백목화와 이연주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받아 선발했던 외국인 선수마저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교체를 했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가 졸지에 7순위 이하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오죽하면 외국인 선수가 안 풀릴 때를 대비해 세터인 한수지(28세·182cm)를 라이트나 센터로 활용하기 위해 공격 연습을 시키고 있다. 취약해진 레프트 보강을 위해 센터인 장영은(24세·182cm)도 레프트로 포지션 변경을 했다.
그런 서 감독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활짝 웃었다. 우선 청소년 대표팀의 주 공격수였던 지민경(184cm·선명여고)과 AVC컵 대표팀의 박세윤(178cm·중앙여고)을 얻었다. 팀과 선수 모두에게 잘된 일이다. 인삼공사는 가장 취약한 레프트를 보강했고, 지민경과 박세윤은 다른 팀보다 출전 기회가 많고 신인상 경쟁에도 유리하다.
이선정은 생각지도 못했던 횡재였다. 서 감독도 농담조로 "다른 팀 감독들이 저를 돕기 위해서 안 뽑은 것 아닌가"라고 말할 정도다. 이선정의 합류로 기존의 문명화(189cm), 유희옥(185cm)과 함께 센터진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인삼공사는 지민경, 박세윤, 이선정 등 장신의 신인 공격수들이 합류하면서 팀 이미지 개선과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가 선발' 도로공사, 고속도로 드래프트-휴게소 환영식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드래프트가 끝나고 김천 숙소로 내려가던 고속도로 차 안에서 문득 생각에 잠겼다. 리베로를 더 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도로공사의 주전 리베로는 임명옥이다. 그런데 보조 리베로인 오지영이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면서 조만간 임의탈퇴 공시를 하게 된다. 물론 리베로도 가능한 이미애(171cm·강릉여고·레프트)를 3라운드 1순위로 선발하긴 했다. 그러나 정통 리베로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선명여고 리베로인 차소정(163cm)을 수련선수로 추가 선발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급히 KOVO측에 통보했다. 수련선수는 선수 정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드래프트가 끝난 뒤에도 KOVO에 통보만 하면 얼마든지 추가로 뽑을 수 있다.
차소정에게도 연락을 취해 괴산 휴게소로 오도록 했다. 좌절감에 빠져 있던 차소정에게는 뜻밖의 낭보였다. 괴산 휴게소에서 이미 선발된 다른 신인 선수들과 함께 김천 숙소로 갔다. 그렇게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드래프트'가 성사됐다.
이 추가 선발로 도로공사는 가장 많은 5명의 신인을 뽑은 구단이 됐다. 아울러 선명여고는 드래프트에 내보낸 5명 전원(지민경·유서연·이선정·이경민·차소정)이 프로에 진출하는 경사를 맞게 됐다. 전 날까지 32명 신청자 중 16명이었던 취업률도 17명으로 늘어났다.
김종민 감독도 드래프트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드래프트 들어가기 전에 생각했던 선수들을 그대로 다 뽑았다"고 말했다.
전체 1순위로 뽑은 정선아(185cm·목포여상)는 장신의 센터 겸 레프트다. 정대영(36세·183cm)의 후계자 및 대타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하효림과 이경민은 주전 세터인 이효희(37세)와 보조 세터인 이소라(30대)가 나이가 많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선발한 것이다.
한편, GS칼텍스는 청소년 대표 세터인 안혜진(175cm·강릉여고), 흥국생명은 공수를 겸비한 레프트 유서연(174cm·선명여고), IBK기업은행은 리베로도 가능한 레프트 고민지(173cm·대구여고)를 각각 1라운드에서 선발했다. 보강이 필요했던 포지션에 맞춤형 선수를 선택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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