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5년을 맡은 장수 프로그램인 SBS의 <TV 동물농장>의 이덕건 메인 피디가 1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인터뷰를 하며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올해로 15년이 된 장수 프로그램 SBS < TV동물농장 >의 이덕건 메인 피디가 1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이정민


이덕건 피디는 2008년 SBS <TV동물농장>에 합류했다. 그 후 8년간 그는 <동물농장>과 함께였다. <동물농장>을 맡기 전까지 그는 동물을 그리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일반인보다 (동물에) 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까? 동물에 대한 이해도도 관심도 8년 전에 비해 부쩍 커진 한편 책임감도 커졌다. 오히려 "잘 아니 반려동물을 들이기 힘들어졌다"고 그는 말한다. 이덕건 피디는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4년째 조르는데 아직 사주지 않았다"면서 "강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나 생명을 기른다는 책임감이 무겁다, 여러 가지로 자신이 없으면 키우기 어렵다"고 했다.

"나중에 감당하지 못하면 유기견이 발생하거나 함께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결국 강아지를 불행하게 만들고 본인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다행히 요즘은 많은 분들이 그런 점을 고려하신다. 유기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자신이 질 책임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다. 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아지 공장' "방송보다 더 심한 곳이 태반"

 올해로 15년을 맡은 장수 프로그램인 SBS의 <TV 동물농장>의 이덕건 메인 피디가 1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인터뷰를 하며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최근 <동물농장>에서 먼저 밝혀진 '강아지 공장'의 문제의식에 공감한 국회의원들은 '동물권'에 관한 세부 법안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이정민


SBS <동물농장>은 지난 5월 15일 '강아지 공장의 불편한 진실' 편을 통해 전국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고발했다. 새끼 강아지를 얻기 위해 억지로 인공수정을 시키는 끔찍한 모습,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더러운 공장에 평생 갇혀 새끼만 낳아야 하는 어미 강아지의 비참한 모습이 전파를 탔다. 또 강아지를 관리하는 주인들은 전문 장비나 지식 없이 강아지 수술을 하고 있었고, 그 탓에 온갖 장기가 꼬여버린 강아지도 있었다.

신동엽은 이날 <동물농장>에서 "16년 동안 방송을 했지만, (영상을 보니)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이날 출연한 가수 현아는 강아지 공장의 믿기 어려운 실태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덕건 피디는 "방송에 나간 공장이 가장 열악한 공장은 아니"라고 했다. 이 피디에 따르면 그 공장은 "자신의 공장이 다른 공장보다 괜찮다고 생각해 현장을 공개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에게 '강아지 공장'의 취재 뒷이야기를 들었다.

- 어떻게 취재를 하게 됐나.
"사실 강아지 공장이 문제라는 건 동물보호단체에 계신 분들이나 반려동물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은 다 알고 있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해 심각성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강아지 공장의 실상을 제대로 취재하기로 마음을 먹은 지는 1년 정도 됐다. 되도록 제대로 알려서 펫숍 등에서 분양하는 새끼 강아지를 손쉽게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펫숍에 있는 강아지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미는 어떤 상태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그곳에 오게 되는지를."

- 취재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강아지 공장을 운영하는 분들이나 중간에서 매매하는 분들은 취재를 꺼린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재가 무척 힘들었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는 공장 내부를 공개하지도 않고 경매 장소에서도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한다. 애견 관련된 일에 종사해야만 출입을 허가했고 신분증까지 확인하고 들여보낸다. 꾸준히 연락을 기다리고 한두 군데와 접촉을 하면서 접근하는 업체가 생겼고 그렇게 해서 들어가볼 수 있었다. 가장 열악한 강아지 공장을 취재하고 싶었는데 방송에 나간 공장이 가장 열악한 공장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은 편에 속했다."

-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 공장에 분노했다.
"강아지들은 그 안에서 1년에 두세 번씩 새끼를 낳는다. 또 '제왕절개' 수술이라든지 강제교배라든지 등에 대해서 많이 분노를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실제 더 열악한 강아지 공장을 취재했다면 더 큰 분노가 일었을 거다. 그분들이 공개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들의 공장이) 다른 공장보다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 그 후에는 어떻게 됐나.
"방송 이후 강아지 값이 많이 내려갔다. 강아지를 사지 않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중개업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격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더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많은 노력을 해주셔야 할 것 같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도 추진 중이고 유기견 입양이라든지 강아지 공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강아지를 기를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움직임도 있다."

- 이덕건 피디는 동물복지 국회포럼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동물복지 국회포럼은 19대 국회 때부터 있었다. 동물보호나 복지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법적으로 동물 인식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만들었다. 20대 국회 개원과 거의 동시에 '강아지공장'이 방송됐고 지금 이슈가 돼 관련 법안을 만들고 있다."

- 국회포럼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나?
"2010년에 8마리의 강아지를 학대하거나 죽인 범죄자가 있었다. 그런데 동물 학대의 경우 동물보호법에 따라 고작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정도였다. 판례상으로도 수십만원의 벌금형이 고작이었고. 이후 몇 번의 법 개정을 통해 1년 이하의 징역형도 생겼고 벌금도 2천만 원 이하로 책정됐다.

또 최근에는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 대해 소유권을 제한하고 박탈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물을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학대해도 자기 소유인 경우에 제3자가 개입을 할 수가 없었다. 기타 관련된 '동물권'에 관한 세부 법안들을 준비 중이다."

<동물농장>은 트렌드에 따라 변해가는 중

 올해로 15년을 맡은 장수 프로그램인 SBS의 <TV 동물농장>의 이덕건 메인 피디가 1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인터뷰를 하며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요즘 <동물농장>의 화두는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다.ⓒ 이정민


그가 처음 <동물농장>에 합류했던 2008년에도 <동물농장>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었지만 이덕건 피디는 <동물농장>의 아이템이 고갈됐다고 느꼈다. 다루지 않은 아이템이 거의 없었다.

이덕건 피디는 새로운 트렌드, 즉 동물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아이템을 잡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조금 더 오랫동안 동물들을 관찰해 그들이 갖고 있는 행동과 감정을 나타내고, 그 상황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자 했다.

"취재를 많이 하다 보니 동물들의 표정에 기쁨이 있고 절망과 슬픔, 분노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동물들도 사람처럼 감정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로 연결이 되더라. 우울할 때는 위로가 되고 서로의 감정을 살피고 기쁜 건 같이 나누고 힘들 땐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로 동물과 인간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이게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할 즈음이다. 지금도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조하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 동물은 제어가 되지 않으니 촬영이 유독 까다롭겠다.
"동물들은 바로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랫동안 관찰해야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동물과 강하게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다. 냄새에 민감한 동물을 촬영할 때에는 카메라만 두고 빠지는 경우도 많다. 동물과 거리를 유지하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떨어져있는다."

- 특별히 힘든 동물이 있다면?
"고양이들. 워낙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양이를 촬영할 때 조심하는 편이다. 때문에 고양이 촬영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 주인들이 제보를 해 상황을 보는데, 고양이들은 자기 영역에 낯선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일단 경계한다. 그 경계가 풀어지는 친구들이 있고 계속 풀어지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떨어져서 찍고, 숨어서 찍어도 경계를 풀지 않는 애들이 있다. 결국 촬영을 접는 날도 있다."

이덕건 피디가 보는 '동물농장의 장수 비결'

 올해로 15년을 맡은 장수 프로그램인 SBS의 <TV 동물농장>의 이덕건 메인 피디가 1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인터뷰를 하며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동물에 무관심한 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이덕건 피디의 말이다.ⓒ 이정민


- <동물농장>의 장수 비결, 무엇일까?
"음... 일단 <동물농장>은 앞서 말한 '트렌드'를 계속 반영해 왔다. 최근에 와서는 동물과 관련된 법적 시사적인 부분들을 다루고 있고. 예를 들어 개고기 문제라든지 동물 학대라든지. 안타까운 현실을 바꿔보자는 공감대나 필요성이 있을 때, 이를 담는다. 꾸준히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진행할 것이다."

- 마니아층이 굳건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사실 <동물농장>이 처음 시작한 게 2001년인데 15년 동안 경험들, 데이터베이스나 자료들, 실험들, 제작진이 가진 노하우 같은 것들이 쌓였다. 동물 쪽에 관련된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한편, 반려동물 사업이 양적·질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현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 앞으로 <동물농장>에서 시도할 포맷이 있을까?
"최근 자연 다큐멘터리 형식의 아이템도 많이 다루고 있다. 직접 사람의 눈으로 보기 어려운 동물들의 생태 같은. 얼마 전 송골매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활동도 했고, 야생동물들-삵이나 수리부엉이 등 특별한 동물들의 일상을 <동물농장>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 <동물농장>의 형식?
"예를 들면 이들이 자연 속에서 맺는 관계가 있지 않나. 행동에 의미를 두고 인간사와 비슷하게 풀어간다든지 이들이 하는 행동에 대한 원인을 예측해보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도움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사람들에게 발견될 일도 없다. 필요하다면 이들에 도움을 주고 촬영을 해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덕건 피디 본인도 <동물농장>에 몸 담으면서 동물들로부터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는 "<동물농장>을 하면서 변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동물이 이렇게까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주는 특별한 존재구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미처 몰랐던 동물들의 순수한 매력과 고마움을 느꼈다. 가슴이 벅찬 순간도 있었다. 사람인 내가 생각해도 동물들이 대단하더라. 특히 동물들의 사랑이 사람보다 더 강한 경우도 많이 봤다. 2014년 말에 방송됐던 주인에게 버림 받고 음식을 거부하는 고양이 '준팔이' 편이 기억에 남는다. 본능이 앞서는 '동물'이 죽을 걸 알면서도 음식마저 거부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동물은 우리처럼 생명을 가진 존재이면서 우리보다 약자이지 않나.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들이고…. 동물들에 무관심한 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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